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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사언니 정예슬 Jun 24. 2024

꿈 너머 꿈을 이루어줘서 고마워!

"티라미수케이크~~~"


그 여자는 인스타그램에서 종종 요즘 뜨는 음원을 살펴본다. 수시로 괜찮은 음악을 저장해 두었다가 릴스를 올릴 때 사용하는데 요 며칠 티라미수케이크가 자꾸만 들렸다. 노래에 맞춰 춤추는 사람들이 늘고 있었기 때문이다. 평소 같으면 저장만 해두고 넘어갈 텐데 말도 안 되는 중독성에 쉬운 춤까지 더해져 그 여자도 어느새 엉덩이를 흔들고 있었다.


"오빠!! 요즘 이게 유행이야~~~"


그 여자는 퇴근한 남자에게 재빨리 알렸다. 요즘 그 남자는 숨겨둔 끼를 그녀의 인스타그램에 분출 중이다. 유행하는 댄스나 챌린지를 그녀가 출간하는 책과 엮어 새로운 콘텐츠 만들기에 열중하고 있다.


그렇게 탄생했던 첫 번째 릴스가 <내게 온 사람> 책 홍보 릴스였다. 악취를 풍기며 다가와도 받아들이거나 반면교사 삼아 성장할 수도 있다는 나름의 의미를 담은 영상이다. 영상 제목은 '악연에 인연을 더하다!'


https://www.instagram.com/reel/C479o6kxRYO/?igsh=eGllNmhndjJuc296


이어서 세 번째 책까지 총 2번의 릴스를 함께 찍었고, 요즘은 곧 출간될 책을 위해 맹렬히 댄스를 연습 중이다. 이 더위에 땀을 뻘뻘 흘리며 춤 연습을 하는 남자가 웃겨서 그 여자는 감히 따라 할 생각은 하지 못하고 그저 배꼽이 빠져라 웃는 요즘이다.


"책사언니도 이건 연습해야 해!!"


"이렇게?!?"


"엇... 잘 추네??"


사실 그 여자는 춤추는 게 별로 부담스럽지는 않았다. 대학 시절 댄스 경연대회에서 2등을 한 전적도 있거니와 초등학교 다닐 무렵에도 장기자랑으로 춤을 추곤 했다. 음주가무를 뛰어나게 잘하지는 못해도 꽤 좋아하고 즐겨왔다. 그 남자가 땀을 흘려가며 맹연습 한 춤을 그 여자가 너무 쉽게 따라춰 버리자 살짝 맥이 풀린 그 남자... 남자는 안무를 분석하고 외워서 몸에 익히는 데까지 시간이 걸리는 비해 여자는 그냥 본능으로 골반을 튕기고 엉덩이를 흔든다.


"이런 것쯤은 껌이지~~"


그렇게 시간이 흘러 지난 금요일 밤!! 처음으로 아들 둘이 합기도에서 1박 합숙을 갔다. 뭐 어디 멀리 떠난 건 아니고 도장에서 텐트를 치고 1박을 하는 거였다. 처음으로 엄마, 아빠 곁을 떠나 낯선 곳에서 잠자리를 하는 것이라 걱정을 했는데 밴드에 올라오는 사진들을 보니 늦은 밤 영화 보고 과자 먹고 너무도 잘 놀고 있었다. 나중에 보니 새벽 1시가 뭐야, 3시나 되어 잠에 들었다고 한다.


그 사이 바른생활 사나이인 남자가 먼저 잠자리에 들고, 혼자 멀뚱대던 그 여자는 '티라미수 케이크'에 맞춰 콘텐츠를 짜기 시작했다. "티라 미숙해!!!" 공감 능력 제로인 그 남자와 첫째 아들을 떠올리며 열연을 아끼지 않았다.



https://www.instagram.com/reel/C8e0p3yyFuN/?igsh=Y2Ixd2QzazUybXdl




다음날 아침!!!


"오빠~ 나 티라미수 케 릴스 올렸어!!!"


그 남자는 요즘 그 여자가 인스타그램 새 게시물을 올리면 좋아요와 저장을 도맡아 누르고 있는지라 예의 그 임무를 다 하기 위해 앱을 열었다. 그리고 뿜었다.


"푸하하하!!!!!!! 뭐야~~~~ 책사언니 정말 잘했네!?!?!??"


연달아 10회 넘게 릴스를 보던 남자는... 두 주먹을 불끈 쥐고 눈만 마주치면 연기를 하기 시작했다.


"헛... 무.... 무슨 말을 그렇게 하냐?"


이 대사를 요 며칠 수천 번은 들은 느낌이다. 이제 그만 좀 하세요.... 그 남자 입에 주먹을 쑤셔 넣어버릴 듯 달려들었다.


"하하하 안 할게 안 할게~~~ 아 진짜~~~ 나 예전에 개그맨 시험 보고 싶었는데... 책사언니 인스타그램에서 이런 거 볼 수 있고 또 같이 할 수 있어서 너무 좋다!!!! 꿈 너머 꿈을 이뤄주다니~~~~~"


엥?!? 그 남자의 꿈 너머 꿈이 개그맨이었을 줄이야?!? 뭐야... 성대모사 연습 그냥 한 게 아니었구나... I인 줄 알았던 그 남자에게서 같이 산 지 10년 만에 관종의 미를 발견했다. 꽤 흥미진진한 전개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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