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책사언니 정예슬 Jun 30. 2024

그 남자의 요리, 언제나 몇 번이라도!

평소 그 남자는 먹는 걸 좋아하지만 간식, 특히 과자는 손을 대지 않는다.

세끼 밥 먹는 걸 중요하게 생각했는데 반찬 투정은 하지 않았지만

그녀가 끓이는 심심한 된장찌개, 친정 엄마표 밑반찬을 썩 좋아하는 기색은 없었다.

김이랑 밑반찬만 있으면 밥 한 끼 먹는 그녀와는 사뭇 달랐다.


어떻게든 메인이 필요해 보였다.

스팸, 돈가스, 고기... 뭐라도 있어야 밥을 먹었다.

신혼 때 한창 '냉장고를 부탁해'에 나오는 김풍식 요리에 심취해

간편하면서도 실패 없는 음식들을 주로 해 먹었던 것 같다.

그게 아니라면 설렁탕, 순댓국, 보신탕처럼

국에 밥을 말아먹는 남자!


십여 년을 살고 보니

그 남자의 식성이 바뀐 것일까?

반찬 가게에서 밑반찬을 사기 시작했다.


"음... 아무래도 내가 만들어봐야겠어"


그날부터 시작된 주말 밑반찬 요리.

어묵볶음, 진미채, 콩고기!

어제저녁 그 남자는 부스럭거리며 진미채 볶음을 시작했다.


먼저 진미채를 물에 담가두고

팬에 기름을 둘러 대파를 잘라 넣었다.

대파 기름이 만들어지자 양념을 만들었다.

물에서 건진 진미채를 그 양념장에 먼저 버무린 후

달궈진 팬에 양념된 진미채를 넣어 볶기 시작했다.


크~ 예. 술.

어묵볶음은 또 얼마나 맛깔난지!!!






여기서 ISTJ 남자와 ENFP 여자의 차이점을 굳이 찾자면,

남자는 언제나 몇 번이라도 같은 레시피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처음 시행착오를 거쳐 완벽한 맛이 나오면 그 이상 새로운 시도는 없다.

반면 ENFP 여자는 다르다.


'이번에는 간장 베이스로 해볼까?'

'진미채 두꺼운 거 말고 실채로 사볼까?'


레시피를 바꾸든 재료를 바꾸든 뭐라도 꼭 바꿔봐야 직성이 풀린다.

왜 그런지는... 그녀도 모른다?!


본인이 요리를 할 것도 아니면서 괜히 그 남자에게 물어본다.

답은 정해져 있다.


"아니!"





새벽에 일어나 보니 어제저녁에 프라이팬에 담겨 있던 진미채가 반찬통에 쏙 들어가 있다.

뜨거운 기운이 사라지자 챙겨 넣었나 보다.


정해진 룰에 따라

정해진 규칙대로

조금은 재미없게

가끔은 융통성 없이

행동하는 그 남자이지만_


다이내믹한 삶 속에 늘 잡음이 따라올 수밖에 없는

ENFP 그녀의 삶에

그 남자가 있기에 안정을 취하고

다시 하루를 시작할 수 있다.

그래서 참 소중하고 감사하다.


아침 댓바람부터

부스스 일어난 그 남자에게

그 여자는 "잘 잤어~~~?" 인사를 건네며

온 얼굴에 뽀뽀를 잔~~~ 뜩 했다!!!





"참기름 좀 아껴 써!!"라는 말은

마음속에 묻고서.....




#함께성장연구소 #미라클글쓰기챌린지 #끝

이전 12화 방심하다 당한 날, 때마침 오늘은 6.25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