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 저녁 엄마 생신이라 모두가 모였다. 남편이 갑자기 "예슬이가 이혼할 결심을...." 밑도 끝도 없는 말을 꺼냈다.
"엄마집에서 이혼할 결심 봤다고~~~ 내가 언제 이혼할 결심을 했다고 했어?!??! 아니... 요며칠 내가 누워있는데 거기 나오는 남자들이랑 너무 똑같이 행동하니까 그렇다고 말한거지~~~"
친정이라 그랬을까. 갑자기 밀려오는 설움에 요며칠 남편의 행태를 다 까발리고 말았다. 빨래 개는 거고 설거지고 집안일은 한 적이 없고 좀 해줬으면 부탁하면 아주 그냥 생색(큰 소리 우당탕)을 다 내면서 하고. 나는 추가 금식 중인데 꽈배기를 흰 설탕에 찍어 먹으며 맛있다고 맛있다고 몇날 며칠 노래를 부르고...... 먹는 거 맘대로 못 먹는 설움이 제일 큰 사람인데ㅠㅠㅠ
"아프면 더 예민해지고 서럽지~~~"
엄마의 한 마디로 이야기는 마무리 되고 즐겁게 생일 축하 노래와 선물 전달 후 각자 집으로 돌아갔다.
그런데 남편이 아들 방에 가서 잠을 잤다. 물론 안방 침대에 나와 첫째가 누워서 책을 읽고 있긴 했지만... 다음날 아침에 속은 괜찮냐고 물으러 갔다. 전날 저녁 멍하니 앉아 있길래 왜 그러냐 하니까 배부르고 위산이 역류했는지 속이 다 쓰리다길래.
"속 계속 쓰리면 소화제 줄까?"
"아니"
그게 마지막 대화였다. 오늘 아침에 한 번더 약을 권해봐도 부루퉁.
"뭐 기분 나쁜 거 있어?"
"..."
분명 핸드폰을 하고 있었던 것 같은데 내가 가니까 자는 척을 하고 질문을 해도 말이 없다. 나도 수시로 아픈 배를 문지르느라 더 남편 신경 쓸 겨를이 없다. 흥!!!
어제는 몇 달 전부터 약속해 둔 함성독서 멤버들과 토지 전시회를 보러가는 날이었다. 오후 1시 모임인데 11시반 즈음 챙겨나섰다.
"나 다녀올게."
"다리미 어딨어?"
다음날 시부모님 칠순 파티 때 걸거라고 현수막을 샀는데 구겨져 있어서 다림질을 하려는 모양이었다.
"베란다에"
잘 다녀오라는 인사도 없고 눈빛부터 무뚝뚝하기 짝이 없다.
어휴ㅡ 저 인간을 그냥...
다녀오니 어쩐 일로 건조기에 있던 빨래들을 다 개어놓고 애들이랑 보드게임을 하고 있다. 첫째 공부도 봐줬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