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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사언니 정예슬 Nov 10. 2024

이혼할 결심으로 시작된 이야기

지난 금요일 저녁 엄마 생신이라 모두가 모였다. 남편이 갑자기 "예슬이가 이혼할 결심을...." 밑도 끝도 없는 말을 꺼냈다.





"엄마집에서 이혼할 결심 봤다고~~~ 내가 언제 이혼할 결심을 했다고 했어?!??! 아니... 요며칠 내가 누워있는데 거기 나오는 남자들이랑 너무 똑같이 행동하니까 그렇다고 말한거지~~~"


친정이라 그랬을까. 갑자기 밀려오는 설움에 요며칠 남편의 행태를 다 까발리고 말았다. 빨래 개는 거고 설거지집안일은 한 적이 없고 좀 해줬으면 부탁하면 아주 그냥 생색(큰 소리 우당탕)을 다 내면서 하고. 나는 추가 금식 중인데 꽈배기를 흰 설탕에 찍어 먹으며 맛있다고 맛있다고 몇날 며칠 노래를 부르고...... 먹는 거 맘대로 못 먹는 설움이 제일 큰 사람인데ㅠㅠㅠ


"아프면 더 예민해지고 서럽지~~~"


엄마의 한 마디로 이야기는 마무리 되고 즐겁게 생일 축하 노래와 선물 전달 후 각자 집으로 돌아갔다.


그런데 남편이 아들 방에 가서 잠을 잤다. 물론 안방 침대에 나와 첫째가 누워서 책을 읽고 있긴 했지만... 다음날 아침에 속은 괜찮냐고 물으러 갔다. 전날 저녁 멍하니 앉아 있길래 왜 그러냐 하니까 배부르고 위산이 역류했는지 속이 다 쓰리다길래.


"속 계속 쓰리면 소화제 줄까?"

"아니"


그게 마지막 대화였다. 오늘 아침에 한 번더 약을 권해봐도 부루퉁.


"뭐 기분 나쁜 거 있어?"

"..."


분명 핸드폰을 하고 있었던 것 같은데 내가 가니까 자는 척을 하고 질문을 해도 말이 없다. 나도 수시로 아픈 배를 문지르느라 더 남편 신경 쓸 겨를이 없다. 흥!!!


어제는 몇 달 전부터 약속해 둔 함성독서 멤버들과 토지 전시회를 보러가는 날이었다. 오후 1시 모임인데 11시반 즈음 챙겨나섰다.


"나 다녀올게."

"다리미 어딨어?"


다음날 시부모님 칠순 파티 때 걸거라고 현수막을 샀는데 구겨져 있어서 다림질을 하려는 모양이었다.


"베란다에"


잘 다녀오라는 인사도 없고 눈빛부터 무뚝뚝하기 짝이 없다.

어휴ㅡ 저 인간을 그냥...


다녀오니 어쩐 일로 건조기에 있던 빨래들을 다 개어놓고 애들이랑 보드게임을 하고 있다. 첫째 공부도 봐줬다고 한다.


'어쩐 일이람?'


난 화해의 신호로 받아들이고 저녁에 제육볶음과 두부계란전을 했다. 국도 데우고.


"저녁 먹자~"

"난 안 먹어. 이제 아빠 쉬러 갈게."


이번엔 둘째 아들 방에 가서 누웠다. 에라이ㅡ

언제 또 자기자리 찾아왔는지 지금은 옆에 누워있긴한데......

코를 그냥 비틀어주고 싶은 심정이다?!




+)요며칠 내 모습을 보여주는 듯


https://www.instagram.com/reel/DB573QUIXSO/


이혼 얘기를 꺼내진 않았지만...

배가 많이 고프긴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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