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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TJ남자 ENFP여자의 사정
13화
그 남자의 요리, 언제나 몇 번이라도!
by
정예슬
Jun 30. 2024
평소 그 남자는 먹는 걸 좋아하지만 간식, 특히 과자는 손을 대지 않는다.
세끼 밥 먹는 걸 중요하게 생각했는데 반찬 투정은 하지 않았지만
그녀가 끓이는 심심한 된장찌개, 친정 엄마표 밑반찬을 썩 좋아하는 기색은 없었다.
김이랑 밑반찬만 있으면 밥 한 끼 먹는 그녀와는 사뭇 달랐다.
어떻게든 메인이 필요해 보였다.
스팸, 돈가스, 고기... 뭐라도 있어야 밥을 먹었다.
신혼 때 한창 '냉장고를 부탁해'에 나오는 김풍식 요리에 심취해
간편하면서도 실패 없는 음식들을 주로 해 먹었던 것 같다.
그게 아니라면 설렁탕, 순댓국, 보신탕처럼
국에 밥을 말아먹는 남자!
십여 년을 살고 보니
그 남자의 식성이 바뀐 것일까?
반찬 가게에서 밑반찬을 사기 시작했다.
"음... 아무래도 내가 만들어봐야겠어"
그날부터 시작된 주말 밑반찬 요리.
어묵볶음, 진미채, 콩고기!
어제저녁 그 남자는 부스럭거리며 진미채 볶음을 시작했다.
먼저 진미채를 물에 담가두고
팬에 기름을 둘러 대파를 잘라 넣었다.
대파 기름이 만들어지자 양념을 만들었다.
물에서 건진 진미채를 그 양념장에 먼저 버무린 후
달궈진 팬에 양념된 진미채를 넣어 볶기 시작했다.
크~ 예. 술.
어묵볶음은 또 얼마나 맛깔난지!!!
여기서 ISTJ 남자와 ENFP 여자의 차이점을 굳이 찾자면,
남자는 언제나 몇 번이라도 같은 레시피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처음 시행착오를 거쳐 완벽한 맛이 나오면 그 이상 새로운 시도는 없다.
반면 ENFP 여자는 다르다.
'이번에는 간장 베이스로 해볼까?'
'진미채 두꺼운 거 말고 실채로 사볼까?'
레시피를 바꾸든 재료를 바꾸든 뭐라도 꼭 바꿔봐야 직성이 풀린다.
왜 그런지는... 그녀도 모른다?!
본인이 요리를 할 것도 아니면서 괜히 그 남자에게 물어본다.
답은 정해져 있다.
"아니!"
새벽에 일어나 보니 어제저녁에 프라이팬에 담겨 있던 진미채가
반찬통에 쏙 들어가 있다.
뜨거운 기운이 사라지자 챙겨 넣었나 보다.
정해진 룰에 따라
정해진 규칙대로
조금은 재미없게
가끔은 융통성 없이
행동하는 그 남자이지만_
다이내믹한 삶 속에 늘 잡음이 따라올 수밖에 없는
ENFP 그녀의 삶에
그 남자가 있기에 안정을 취하고
다시 하루를 시작할 수 있다.
그래서 참 소중하고 감사하다.
아침 댓바람부터
부스스 일어난 그 남자에게
그 여자는 "잘 잤어~~~?" 인사를 건네며
온 얼굴에 뽀뽀를 잔~~~ 뜩 했다!!!
"참기름 좀 아껴 써!!"라는 말은
마음속에 묻고서.....
#함께성장연구소 #미라클글쓰기챌린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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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예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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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긍정 확언 일력 365
저자
<초등긍정확언일력><초등1학년,스스로공부가시작됐다><부모마음공부일력><슬기로운독서생활><너의생각을응원해!> 등 9권의 책을 썼어요. 인스타그램 5.1만 @yeseul_che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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