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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사언니 정예슬 Jun 16. 2024

단골과 신상 사이

어느 주말이었다. 첫째 친구 집에 두 아들이 초대를 받아 가게 되었다. 보통 첫째 친구 집에 첫째만 초대받아 가거나 혹은 둘째 친구 집에 둘째만 초대 받아 가는데 셋이 워낙 잘 놀고 운동 학원도 같이 다녀서 둘 다 초대를 받았다.


아들이 가고 텅 빈 집에서 그와 그녀는 이상한 기분을 느꼈다.


"와... 이제 앞으로 이런 시간이 점점 많아지겠지?!?!?"


아점을 먹은터라 2시가 넘으니 배가 고팠다.


"쫄면이랑 들깨 막국수 먹으러 갈까?"


그가 말했다.


"아.... 응...."


조금 떨떠름해진 그녀의 말투에 그가 물었다.


"배 안고파?"


"아니야~~ 가자!!"


"엇... 근데 브레이크 타임이 있네..."


"설마 주말엔 안 하겠지... 만약에... 브레이크 타임이면 바로 옆에 새로 생긴 브런치 카페 가보자!! 지난 번에 엄마들이랑 한 번 가봤는데 맛있더라~"


"브런치?? 뭐 파는데??"


"샌드위치랑 샐러드~ 근데 든든해!! 커피도 맛있고~~"


"음... 별로 안 땡기는데..."


애들이 있건 없건 한결 같은 메뉴에 늘 가는 그 돈까스 집에 또 가게 되어 영 언짢은 그녀. 그래도 브레이크 타임이 아니길 간절히 바랐다. 안그랬다간 신나게 나갔다가 손만 빨고 들어올 것 같아서다.


'제발... 제발...'




다행히 돈까스 집은 문을 열었다. 언제나 늘 그랬듯 크림 스프를 먹으며 메뉴가 나오길 기다렸다. 이 메뉴에 아이들이 오면 왕 돈까스랑 떡볶이가 추가된다. 사실 남편이 야근했던 며칠 전 그녀는 아이들 성화에 못 이겨 돈까스를 먹으러 왔었다.


이 동네에 그리 밥집이 많지는 않지만 어떻게 늘 가는 곳만 가는지... 그 여자는 그 남자가 참 신기하다. 가만 생각하니 연애할 때도 그랬다. 거의 강남역에서 만났고 지금은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어떤 카페에 밥 먹듯이 가곤 했다.


여행을 가도 마찬가지다. 이전 부서에서 1년에 2번씩 꼭꼭 제주도 출장이 있었다. 몇 년간 출장에 맞춰 따로 숙박을 잡고 가족 여행을 했었다. 그런데 갈 때마다 같은 숙소를 고집했다. 제작년 여름 출장지가 멀어지자 그제서야 다른 곳에서 묵을 수 있었다. 거기가 마음에 들었는지 또 그 다음 해에 그곳을 예약했는데... 함덕 해수욕장 근처 모든 맛집을 다 알게 된 느낌이라 그녀는 다시는 함덕에 가고 싶지 않았다.


"내년에 또 오면 정말 확실히 즐길 수 있겠어!!!"


"뭐?!?!??! 또오오!?!?! 이제 난 함덕 그만 올거야!!!! 이번엔 서쪽으로 가자~~ 아님 서귀포로 가든지~~~"


"왜!??! 여기 좋지 않아??!?!"


이제 충분히 질려버린 그녀와 달리 그 남자는 이제야 충분히 여행지가 안정적이고 편안해져서 좋아진 것이다. 어쩜 이렇게 다를 수가 있는지... 그러고보니 설악 쏘라노도 두 번이나 갔네!!


시부모님 칠순 여행지도 괌으로 가자고 해서 어이가 없었다. 거긴 시부모님과 가족 여행을 이미 다녀온 곳이기 때문이다.


"살 날도 얼마 안남았는데 갔던데 왜 또 가?!"

다행히 어머님이 태클 걸어주셔서 여행지는 바뀌었다. 그녀는 속으로 쌍 지읒을 잔뜩 날렸다. ㅉㅉㅉㅉㅉ.....







꼭 새 것이 좋은 것은 아니지만 굳이 짧은 인생에서 다양한 경험을 누리지 않을 필요가 있나?!? 이러다가 은퇴 후에 그 남자와 그 여자의 여행지가 각각 달라지는 건 아닐지 슬쩍 걱정이 되었다. 그녀는 안되겠다 싶었다. 조금씩 그를 새로운 곳으로 안내해야지....




"여기 코코무자가 맛있어!! 먹고 가자~~~"


돈까스 집에서 나와 바로 옆에 새로 생긴 브런치 가게에 들어갔다. 코코넛 라떼가 맛있었던 기억이 나서 소개해 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엇?! 이 집.... 주인장이 엄청 분위기 있네.... 나도 턱수염을 길러볼까?! 종업원도 남자고.... 이거 이거 동네 아줌마들을 노렸구만!!!!"


"엥...?!? 그런 생각은 정말 못했는데...."


엉뚱한 곳으로 불똥이 튀었다. 단골과 신상 사이, 언제나 그 남자와 그 여자는 접점을 찾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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