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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사언니 정예슬 Mar 04. 2024

했던 말 또 하게 하는 거 제일 싫어!

아이들이 학교에 갔다. 여전히 쌀쌀하지만 긴긴 겨울이 끝난 기분이다. 하루 세 끼가 뭐야 간식으로 계란을 먹으며 수시로 열리고 닫히던 밥솥과 냉장고가 덜 바쁘겠다. 한바탕 치우고 뒤돌아서면 다시 원상복귀 되던 집도 조금은 여유가 생기겠지. 집도 나도.


좋.다.


조용한 집에 홀로 앉아 있으니 개학이 새삼 실감난다. (이 한 문장 쓰자마자 집에 사람들이 들이닥쳤다. 난방 배관청소, 정유량밸브 교체, 소독 등등)


작년 이맘때였다면 생각치도 못했던 사직이다. 그러니 학교 물품을 꾸역꾸역 챙겨왔지. 다시 돌아가야 하니까. 올해 복직을 했다면 늦어도 7시 50분에 나서야할테니 아이들을 깨워 분주히 밥을 먹이고 시간 맞춰 나가라고 몇 번을 타일렀을 것이다.


집에 있으니 편하겠다고? 그건 전업 주부에 대한 모욕이다. 정말 오전 시간은 짧다. 이런거 저런거 다 떠나 사직 후 첫 3월이 내게 마냥 편하지는 않다. 몸은 덜 분주하지만 산적해있는 숙제들이 많아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할지 무엇을 하고 무엇을 놓을지 늘 고민이다. 모든 것이 나에게 달린 전적으로 내 삶의 주인이 된 지금.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지만 열심히 하고 있는 상태일 때가 많다.


"오빠, 나 경매 공부 좀 해보려고."

"하지마. 지금 하는 것도 많아."

"시간 있을 때 해두면 좋잖아."

"내가 보기에 시간이 부족해 보여서 그래."


독서모임, 책쓰기, 경매공부, 원서낭독, 아들들 공부 봐주기... 음...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나 떠올려보고 있는데 남편이 이어서 말했다.


"지금 아무것도 안하고 있으면 해보라고 할텐데 이미 하는 게 많아서 그거까지 하면 진짜 병 나. 하고 싶으면 다른 거 다 정리하고 해. 진짜로 하고 싶은 게 뭐야?"


뭐 하나에 올인해도 될까말까인데 진짜 많기도 하다 싶던 차에 훅 들어온 남편의 질문. 내가 뭐하고 싶은건지 너무도 잘 알고 있다.


"살아생전 늙어죽을 때까지 건강하게 읽고 쓰는 삶!!"

"그래!!! 그럼 제발 그것부터 해. 그리고 나 했던 말 또 하는 거 싫어해~~~"


요즘 일이 너무 바빠서 주말에도 출근을 하고 있는 남편이다. 어제도 같이 산책하는 와중에 회사일로 전화가 왔다. 그렇게 바쁜데 나까지 생각거리를 얹는 게 싫은 거다. 무엇보다 했던 얘기를 또 하게 만들고 있으니 대체 뭐하는 여자인가 싶은 눈빛.


늘 계획을 세우고 일을 하는 ISTJ 남편과 달리 나는 순간적으로 뭐에 홀린듯 새로운 일을 하고 있다. 교육부 일도 이런저런 협업들도...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하고 있다. 내가 봐도 노답이다. 남편의 말이 섭섭했지만 이참에 나도 좀 정신을 차려야겠다 싶어 아이들 없는 틈에 차분하게 우선순위를 세워보기로 했다.



1. 운동

눈 뜨자마자 스트레칭

글 쓰며 틈틈이 스트레칭

5천보 이상 걷기

1분 플랭크


2. 책쓰기

하브루타 샘플 원고 보내기

연수원 독서논술 강의 원고 쓰기

글쓰기 챌린지 함께하며 또 다른 책 기획하기


3.독서

독서습관 챌린지 책 2권 질문지 만들기

돈은 링크를 타고 쪼개서 함께 읽기

경매, 해리포터 함께 읽기

(투자와 영어 공부는 늘 해야한다고 생각함.

양념치듯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이어가기)


4. 그외

독서인문지도사 강의 - ppt 보완&홍보

교육부 협업 - 해당 요일에만 집중

책쓰샘 인스타그램 운영 - 팀원과 함께



사실 경매도 경매지만 여기다 또 뭔가를 추가하려 해서 남편이 펄쩍 뛰었던 건데... 써보니 정말 많긴 많다. 또 다른 일이라 함은 오프라인 학원 운영과 특정 회사 마케팅 업무이다. 그 두 가지가 너무 큰 일이라 선뜻 오케이! 할 수 없었다. 고민이 되어 물어본건데...





"했던 말 또 하게 하지마~~~~"



처음엔 섭섭했는데 반응이 재미있어서 또 물어보고 싶어지네. 하고 있는 일을 더 잘하기로 마음 먹으며 황금같은 3월 개학 첫 오전을 마무리한다. 나의 정체성을 '작가'와 '강사'로 딱!!! 정하고 다른 건 좀 내려놓기로~ 파이팅♡




#함성미라클글쓰기4기 #함께성장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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