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의 이름을 아는 일
혐오가 뭐예요?
갖고 싶지 않은 감정을 팔고, 갖고 싶은 감정을 사는 '신기한 문방구'
내가 팔고 싶은 감정과 사고 싶은 감정의 이름이 무엇인지 알아야 하니까, 문방구를 열기 전에 아이들과 다양한 감정의 이름을 찾아보았다.
학자들은 기쁨, 슬픔, 두려움, 놀람, 화남, 혐오, 6가지를 기본 감정이라고 말한다.(학자에 따라 여기서 감정이 추가되거나 빠지기도 한다.) 각 감정의 다른 이름에는 무엇이 있는지, 나는 어떨 때 그런 감정을 느끼는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칭찬을 들었을 때 기뻐요."
"무언가를 잘 해냈을 때 성취감을 느끼는군요."
"엄마가 내 말을 잘 못 알아들을 때 짜증이 나면서 화가 나요."
"화남에는 짜증, 분노, 언짢음 등의 표현이 있네요."
"선생님, 그런데 혐오가 뭐예요?"
"..."
"맞아요. 혐오는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
"..."
여성 혐오, 남성 혐오, 노인 혐오, 어린이 혐오, 장애인 혐오, 동성애 혐오... 나와 너를 가르고, 타자를 낮추어 멸시하는 태도. 그럴 때 느껴지는 혐오는 어른들이 만들어낸 비뚤어진 세상의 언어였다. 아주 잠깐 나는 망설였다. '아이들에게 혐오를 가르치는 것이 적절한가.' '아이들이 살고 있는 세계는 혐오로 가득 찬데, 언젠가 마주칠 부당함이 무엇인지 아는 것은 중요하지 않을까.'
"혐오를 표현하는 다른 단어들을 말해줄게요. 증오, 불쾌, 징그러움, 꺼려지는 등의 감정을 혐오라는 단어로 묶어볼 수 있어요. 예를 들어 아주 징그러운 벌레를 보았는데, 그 벌레가 내 볼에 날아와 닿았을 때 이런 감정을 느낄 수 있지요."
혐오가 뭐냐고 아이들이 물었던 까닭은 단지 단어가 어려웠기 때문은 아니었다. 문방구에서 '혐오'를 팔고 간 어린이는 아무도 없었으니까.
이 책의 주인공 아이는 기분 가게에 가서 '기린 목의 기분'을 사고 평화로움을 느낀다. '물고기의 기분'을 사, 낚싯바늘에 걸렸다 빠져나온 물고기의 기분을 알게 된다. '엄마와 아빠의 기분'을 산 아이는 가족의 마음을 알게 된다. <기분가게>(도키 나쓰키, 주니어김영사, 2022)를 함께 읽고 이야기를 나눈 뒤, 팔고 싶은 감정과 사고 싶은 감정을 정한 아이들이 내 앞으로 줄을 섰다.
"행복을 팔고 즐거움을 살래요."
"행복이 갖고 싶지 않은 감정이니?"
(고개를 젓는다)
"혹시 나한테 좋은 감정을 주고 싶어 그런 거야?"
(옅은 미소를 띠며 고개를 끄덕인다)
아동 집단 상담을 진행하며 자기를 회복하고 성장하는 것은 내담자인 아이들이 아니라 상담자인 나였다. 강점 이야기를 하다가 "선생님에게는 어떤 강점이 있을까요?" 물으면 아이들은 나에게 칭찬 샤워를 퍼붓는다. 이들은 혐오가 무엇인지 알지 못하며, 혐오 청정 구역에서 살아가고 있다. 심지어 본인이 겪은 불편한 감정을 파는 시간에, 나를 배려해 따뜻한 '행복'을 주고 가다니.
아이들이 어른이 되기 전에 세상에 만연한 '혐오'를 조금이라도 닦아낼 수 있을까. 아이들에게 '혐오'를 팔고 싶은 순간이 오지 않기를 바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