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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달 Aug 10. 2022

가족에 대해 묻지 마세요

가족 상담에서 가족에 대해 묻지 않는 방법

"가족에 대해 묻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처음 시설에 방문했을 때 담당 선생님이 내게 한 말이다.


집단 상담에 참여하는 아이들 중에는 한부모가정, 조손 가정 등 '엄마' 혹은 '아빠'와 살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간혹 아이들이 없는 데 있는 척 '엄마', '아빠'에 대해 이야기를 꾸며낸다고 했다.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가슴이 많이 아프다고 담당자는 덧붙였다.




내가 시설에 가져간 프로그램은 '해결중심 집단상담'이다.

'해결중심치료'는 '가족상담'의 한 이론이다. 개인만을 치료해서는 온전히 나아지기 어렵고, 내담자와 가장 가까운 관계인 가족을 함께 살펴보아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이 '가족상담'이 시작된 배경이다.


심지어 이번 회기 주제는 '동물 가족화'이다. 가족 구성원의 이미지와 가장 비슷한 동물을 그리고 해당 인물이 가진 장점 3가지를 적어 보는 것. 가족의 강점을 동물로 표현해 보고, 그 강점으로 인해 나의 삶에는 어떤 이로움이 있는지 생각해보는 것.


원가족이 가진 강점과 자원의 긍정적 측면을 발견함으로써 가족에 대한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활동이다. 아이들은 자신의 강점과 자원의 뿌리를 확인하고 정체성을 찾을 수 있다.


 


아이들 각각의 가족에 대해 묻지 않으면서 안전하게 가족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방법. 나는 그림책을 선택했다.


<근사한 우리가족>(로랑 모로, 2014, 로그프레스)은 주인공 소녀의 시선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소녀는 가족을 동물로 표현한다. 엄마, 아빠뿐만 아니라 할머니, 할아버지가 등장한다. 삼촌과 이모, 그리고 사촌들. 친구와 남자 친구까지 동물 빗대어 소개한다.


"그림책 속 소녀처럼 같이 사는 사람, 또는 자주 만나는 친구를 동물로 표현해 볼게요. 그 인물의 장점은 무엇인지 세 가지 쓰고, 그 인물과 함께 하는 순간을 그림으로 그려보아요."


일각고래


여러 동물 모양 스티커를 한참 살펴보던 한 아이는 고심 끝에 친구를 '일각고래'로 표현했다.


"이 친구랑 저는 칼싸움을 하면서 놀아요. 그래서 일각고래를 그렸어요. 놀면서도 나를 편안하게 해 주지요. 멋있는 친구예요. 인성이 참 좋다고 할까."


친구에 대해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던 아이의 어깨가 살짝 올라가는 것이 보였다. 열 살 아이가 말하는 ' 인성이 좋다'는 것은 얼마나 커다란 칭찬일까? 나는 나의 가족 또는 친구의 훌륭한 인성을 누군가에게 전한 적이 있을까? 친구를 칭찬하는 아이의 마음 고래가 사는 바다보다 더 넓고 깊어 보여, 좁고 얕은 내 마음이 부끄러워졌다.





"네 아버지 뭐하시노?"라고 묻지 않고도 아이들과 가족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아이들은 일부러 꾸며 말하지 않고서도 가까운 사람의 긍정적인 면모를 발견하는 놀라운 관찰력을 가지고 있다. 자신과 관계 맺고 있는 중요한 타자의 장점을 찾음으로써 아이들은 자기 자신을 찾아간다. 이야기를 통한다면 모든 것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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