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반달 Aug 29. 2022

결국엔 길을 찾게 될 거야

너는 결국에는 해내는 아이란다

오늘은 두 명이 한 팀이 되어 길을 찾는 <달팽이 길찾기> 활동.


활동을 시작하기 전, 권정생의 <길아저씨 손아저씨>(2006, 국민서관)를 함께 읽었다.


"그림책 <강아지똥>을 펴낸 권정생 선생님의 또 다른 그림책이에요."

라고 설명하니, 교과서에서 <강아지똥>을 접했던 아이들이 아는 체를 하며 책 앞으로 모여든다.



다리가 불편해 걷지 못하는 길 아저씨와 눈이 불편해 보지 못하는 손아저씨가 서로를 도우면서 스스로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는 이야기. 부모를 잃고 혼자가 되었을 때 둘의 표정은 많이 어두웠지만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하며 표정이 점점 밝아진다.


길아저씨와 손아저씨가 만나기 전과 만나고 난 후 무엇이 달라졌을까?



"집이 초가집이었는데, 기와집이 되었어요."

"어 그러고 보니 담장이 각각이었는데, 이제는 한 담장 안에 둘이 같이 살아요."


이웃 할머니는 둘을 딱하게 여기며, 둘 다 불편한 몸인데 무얼 어떻게 돕겠다며 갸우뚱한다. 둘은 서로 도우며 누구보다 풍요롭게 누구보다 행복하게 살아간다. 이런 이야기가 현실에서도 과연 가능할까?



<달

뱅글뱅글 소용돌이 미로.

한 명은 눈가리개를 쓴 채 손에 연필을 잡고 길을 따라간다.

한 명은 눈가리개를 한 친구가 목적지에 잘 도달할 수 있게 말로써 길을 안내한다.

중간 지점에 도착하면 서로 역할을 바꾸어 마지막 목적지까지 도착한다.


어떻게 말해야 상대방이 잘 알아들을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상대방의 말을 잘 따라 길을 찾을 수 있을까?


"아우, 답답해! 내가 오른쪽으로 가라고 했잖아."

"왼쪽 방향으로 원을 그린다고 생각하고 연필을 그어봐."

"아주 조금씩, 아주 천천히, 맞아 맞아. 그렇게 가면 돼."

"푸핫, 이게 뭐야~ 활동지 한 장 더 주세요. 다시 해 볼래요."


삐뚤빼뚤 아이들이 협동해 찾아간 길을 보면 벽에 부딪히기도 참 많이 부딪혔다.


마음처럼 잘 되지 않아 답답하고 속상하기도 하고.

아주 천천히 가면 오히려 쉬워진다는 것을 알기도 하고.

'원을 그리듯이'와 같이 이해하기 쉬운 표현을 찾아내기도 하고.

잘 되지 못한 거 같아 다시 한번 도전하기도 하고.


다양한 팀의 모습 중 놀라운 공통점.

결국에는 도착지점까지 함께 도달했다는 것이다.




"잘 설명했는데도 OO이가 제대로 길을 못 찾았어요."

"나는 열심히 했는데 자꾸 OO이가 화를 내잖아요. 자기도 잘 못하면서."


함께 길을 찾는데 파트너의 어떤 점이 도움이 되었는지 묻는 질문에, 아쉬운 아이들은 상대방 탓을 하기도 한다.


"친구가 길을 찾지 못해 답답했겠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길을 안내하고 함께 했네요?!"

"친구가 화를 내어 속상했겠구나. 그런데도 끈기 있게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길을 따라갔네요?!"


두 아이의 표정이 어리둥절. ㅎㅎ

어려운 과정에서도 나의 강점과 상대방의 강점을 발견하는 일.

그것은 나와 나의 주변을 사랑하게 되는 시작이며, 다시 무언가를 시작하게 되는 힘이다.




아이들을 통해 삶을 바라본다. 잘하려고 하지만 자꾸 벽에 부딪히고 답답하고 속상한 순간이 있다. 때로는 천천히, 좀 더 쉬운 방법으로, 그래도 잘 안 될 때에는 다시 도전해보기도 하고. 그렇게 가다 보면 결국에는 길을 찾게 된다. 돌아보면 나를 이끌어주고 내가 이끌어준 누군가와 함께 말이다.


"너는 결국에는 해내는 아이란다."


이 한 마디가 아이들 가슴에 남기를 바란다. 길아저씨 손아저씨 이야기가 현실에서도 가능한 이야기가 되기를 소망한다.



이전 03화 가족에 대해 묻지 마세요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