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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달 Jul 18. 2022

그림책은 힘이 세다

감정의 주인이 되는 방법

아홉 명의 아이들.

나는 집단 상담이 처음인데, 아이들은 해마다 같은 프로그램으로 상담을 경험했다.

나는 새롭지만 아이들은 지루할 프로그램.

나만의 무기가 필요했다.


그림책을 무기로 삼았다. 감정을 표현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특히 친구들과 낯선 상담사 앞에서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한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타자를 매개로 나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다면 조금 쉬워진다. 그림책 속 등장인물을 통한 감정 표현은 객관적인 자기 인식의 길을 열여준다.


감정카드 활동을 하기 이전에 <곰씨의 의자>를 아이들에게 소리 내어 읽어주었다. 아이들내 앞으로 모였고, 마법처럼 나의 목소리와 그림에 집중했다. 시설 간사님은 그 모습이 인상 깊었는지 반짝이는 눈동자들이 옹기종기 모여 그림책에 집중하는 모습을 찰칵찰칵 사진으로 남겼다.



곰씨는 토끼들이 찾아오는 것이 즐거웠다. 어느 순간 차도 마실 수 없고 음악도 들을 수 없게 되자, 갖은 방법을 고안해 토끼 가족이 의자에 오지 못하도록 막는다. 하지만 모든 노력은 물거품이 된다. 빗물인지 눈물인지 모를 무언가가 얼굴을 타고 쏟아진다. 온화한 곰씨의 얼굴은 구겨진 채로 그 물과 함께 흘러내린다.


왜 곰씨는 불편한 마음을 토끼들에게 표현하지 못했을까요?


곰씨가 자신의 마음을 표현한 이후 이전과 무엇이 달라졌을까요?


이어진 감정카드 활동. 자신이 경험했던 또는 경험하고 있는 부정적인 감정카드 한 장, 긍정적인 감정카드 한 장을 각각 골라볼게요. '외롭다'는 감정은 무엇일까요? 이 감정은 어떨 때에 느끼나요? '뿌듯하다'는 감정은 무엇일까요? 이 감정은 어떤 때에 느끼나요? 나는 어떤 감정을 더 자주 느끼고 싶나요? 무엇을 할 때에 그런 감정을 느낄 수 있을까요?


"게임을 했는데요... 같이 할 친구가 없어서 혼자서 게임을 했어요. 그래서 외로웠어요."

"나는 혼자 게임해도 신나는데. 게임하면 무조건 신나는 거야."


감정은 맞고 틀리고가 없어요. 내가 그렇게 느꼈다면 그럴 수 있는 거랍니다. 여러분 각각의 감정은 매우 소중해요. 곰씨가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지 못하고 괴로워했지요. 그런데 마음을 표현한 이후에는 어떻게 되었나요? 때때로 마음을 표현하는 용기가 필요해요. <곰씨의 의자>를 만든 노인경 작가는 '누군가와 함께 즐겁기 위해서는 간혹 솔직해질 용기가 필요'하다고 말하지요.


집단 상담이 처음인 아이도, 경험이 있는 아이도, 책 이야기를 나눈 이후에 좀 더 솔직하게 자신의 감정을 표현했다. 곰씨가 왜 그랬을까를 함께 고민하던 것처럼 내가 그때 왜 그런 감정이었는지를 조금씩 알아차렸다. 감정을 인식한 아이는 감정의 주인이 된다. 불편한 감정을 다독이고 긍정적인 감정을 갖기 위한 한 걸음을 내디딜 수 있다.


역시, 그림책은 힘이 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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