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반달 Sep 30. 2022

오늘 살아있는 것을 칭찬할래요

아홉 철학자와 1인의 제자

저는 오늘 살아있는 것을 칭찬할래요.



여덟 번의 만남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대답이다.


지난 만남에서 이번 만남 사이, 그 시간 동안 나에게는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그 시간 동안 나 스스로를 칭찬할 만한 아주 작은 경험을 떠올려보자는 것이었다.


"선생님은 오늘도 친구들 만나는 시간에 늦지 않고 온 나를 칭찬해요."


아이들이 어려워할까 봐 내가 먼저 시작했다.


"저는 해야 할 공부를 잘한 나를 칭찬해요."

"저는 즐겁게 잘 놀았던 나를 칭찬해요."


아이들의 다양한 자찬 끝에 한 아이가 '스스로 살아있음'을 칭찬했다.


뉴스에서는 앞다투어 잔인하고, 가혹하고, 고통스럽고, 비통한 사건들이 쏟아지는데. 이런 현실 안에서도 나는 꿋꿋이 살아있다. 이보다 더 대단하고 놀라운 일이 있을까? 우리 모두는 살아서 기쁨과 슬픔의 시간을 겪어왔음을 환호하고, 지금 여기 살아있음을 기적처럼 맞이해야 한다. 이 순간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칭찬받아 마땅함을 아이 덕에 깨우친다.






나는 아동집단상담을 진행하는 리더였다. 아이들의 상처받은 내면을 치유하고, 자기를 스스로 발견하게 하여, 소망하는 내일로 향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나의 역할일 것이다. 지난 8회기 동안 나는 완전히 직무를 유기했다. 아홉 명의 아이들이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었고, 내가 발견하지 못한 가치를 보여주었고, 잊고 있던 소망을 들려주었다. 아홉 철학자 앞에서 나는 오만하고 모자란 제자였다. 아직 배울 것이 많이 남았는데, 8회기의 가르침이 끝나버렸다.




이 글을 읽는 당신, 지금-여기 살아있음을 축복합니다.



*0~30대 사망 원인 1위는 자살…자살률 OECD 중 가장 높아 (이데일리 원다연 기자, 2022.09.27.)

이전 08화 당신의 소원은 무엇인가요?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