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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달 Oct 13. 2022

너의 몸은 너의 것이야

경계를 존중하는 방법

사람 많은 지하철 또는 버스에서 누군가가 나를 밀어내고 갈 때, 불쾌한 감정이 밀려온다. 나의 경계를 존중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타인으로부터 침해받고 싶지 않은 나만의 공간, 그것을 '경계'라고 부른다.


아이에게 경계를 알려주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상대방의 경계를 존중하게 되고, 자신을 소중하게 여길 수 있기 때문이다. 상대방이 나의 경계를 침범했을 때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아는 것은 더욱 중요하다. 아동 성폭력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례를 각색한 내용입니다.


장애아동 심리 상담에서 성교육을 함께 진행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성교육 전문 강사도 아닌데, 한참 사춘기에 접어든 아이에게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고민이 많았다. 십 수권의 책을 읽고, 동영상 자료를 찾아보고, 동료들에게 자문을 구했다.


내가 선택한 것은 역시 그림책.


 



후보였던 책들은


소녀들을 위한 내 몸 안내서 (소냐 르네 테일러, 휴머니스트, 2019)

생리를 시작한 너에게 (다산어린이, 2021)

소녀와 소년, 멋진 사람이 되는 법 (윤은주, 사계절, 2019)

좋아서 껴안았는데, 왜? (이현혜, 천개의바람, 2015)

왜, 먼저 물어보지 않니? (이현혜, 천개의바람, 2020)

내가 안아줘도 될까? (제이닌 샌더스, 풀빛, 2019)


였다.


심리 상담 회기 내에서 성교육이 진행되어야 한다면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모든 개인은 소중한 존재이다. 

성별, 신체, 국적과 상관없이 어떠한 모습이더라도.

누구나 존중받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나이가 어리거나 힘이 약하더라도.


누군가 함부로 경계를 침범할 때 '안 돼!'라고 말할 수 있으려면, 그것이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가치관이 바탕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나는 정말 소중한 존재이니까. 그것을 알기 쉽게 설명한 책이 바로 <내가 안아줘도 될까?>였다.


 



"다양하고 특별한 아이 중 어떤 아이가 가장 눈에 띄니?"

"저는 맨 왼쪽 아이가 눈에 띄어요."

"왜 그 아이가 눈에 들어왔어?"

"보청기를 끼고 있어서요."

"우와, 보청기가 눈에 들어왔구나!

나는 맨 오른쪽 아이가 눈에 띄었어.

밝게 웃으며 호기심 어린 표정이 인상 깊었어."





상담 회기마다 좀처럼 소극적이며 자기 이야기를 내어 놓지 않는 아이였다.


함께 이야기책을 읽으며,

"이럴 때 너라면 어떻게 할 것 같아?"

"왜 그렇게 생각한 거야?"

"혹시 최근에 비슷한 경험이 있니?"

조심스러운 질문에 아이는 자신의 생각을 풀어놓기 시작한다.


3년 전, 친구로부터 경계를 침해당하고 집에 와서 까지 화가 풀리지 않았던 이야기를 흥분해서 쏟아놓는가 하면.

오늘 학교 음악 시간에 속상했던 이야기까지.


아직 자기보다 나이 많은 어른이 자신의 경계를 넘어 들어올 때는 "싫다."라고 표현하는 것이 미안하다고 생각하는 아이. 그럴 땐 아이가 책에서처럼 '안전망 안의 어른'에게 도움을 청할 수 있기를 바란다.






나의 세대는 어려서 경계 존중에 대해 교육받은 경험이 없다. 그래서일까. 친밀하다는 이유로,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사회적 위가 높다는 이유로, 내가 너를 좋아한다는 이유로, 상대방 동의없이 경계를 넘는 경우가 있다. 상대방이 선을 넘어 들어올 때, 그것이 '경계를 침해당한 것'이라는 것을 알지 못해, 알더라도 '싫다.'는 말이 무례한 행동이 될까봐, 당황하고 우물쭈물 나를 지키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상대방의 경계를 넘기 전에 물어보아야 한다는 것. 그것에 동의할지 말지는 경계의 주인이 선택할 수 있다는 것. 동의 없이 넘어오는 상대에게는 '싫다'라고 말는 것이 당연히 괜찮다는 것. 경계 존중은 어른이 먼저 배워야 할 기본 소양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난 이야기는 아동 집단 상담의 내용을 연재한 것입니다.

이번 화는 아동청소년 개인상담 내용을 담았습니다.

아동청소년과 함께 그림책을 매개로 한 상담 이야기를 계속해서 써나갈 계획입니다.

그림책으로 아이에게 말을 건네고 아이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를 돌아보는 이야기를 담을 것입니다. 함께 하는 아이들이 그림책을 통해 억눌렀던 감정을 풀어내고 조금씩 가벼워지기를 바랍니다.

각 사례는 비밀유지를 위해 상담의 일부만을 담고 어느 정도 각색한 것임을 양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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