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는 이야기
천에 육십.
오피스텔을 계약했다.
2022년 4월 9일.
앞으로 1년 간 이곳은 나의 공간이다.
결혼 13년 차, 11세 8세 두 아들을 둔 엄마.
나는 소리를 질렀고, 울음을 토해냈고, 내 얼굴에 있는 모든 구멍에서는 우울과 슬픔, 원망과 분노가 쏟아져 나왔다. 밝게 웃는 표정으로 감추어왔던 지리멸렬한 자괴감과 지긋지긋한 열등감이 벌거벗은 몸처럼 드러났을 때, 나는 밑바닥에 납작하게 눌러놓았던 말을 내뱉고야 말았다.
"나 혼자 살고 싶어."
나는 줄곧 도망쳤다. 아주 어려서부터 힘이 들면, 어려우면, 하기 싫으면, 줄곧 도망치는 것을 선택했다. 그런데 누군가의 아내가 되고, 누군가의 엄마가 되는 일은 도망칠 수 없는 일이었다. 힘이 들고 어려워도 견뎌내야 했는데, 나는 견디는 법을 몰랐다. 더 이상 견딜 수 없다고 느낄 때 나는 괴물이 되었다. 연약한 아이들에게 분노했다. 엄마를 화를 내는 괴물로 만든 것은 다 너희라고 아이를 몰아붙였다. '엄마답게' 수용하지 못하고, 본인의 감정도 조절하지 못하고, 아이들을 탓하는 내 모습이 참을 수 없이 가증스러웠다.
혼자라면, 나는 좀 더 나은 내가 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너무 오랫동안 나에게는 혼자인 내가 없었다. 내가 나이기 위해서 나는 혼자여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나는 집을 나가기로 결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