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분명 또 다른 꿈은 아니었습니다.
아무렇지도 않은 날입니다.
너무 아무렇지 않은 나날들에 대해,
때론 그것이 감사한 줄 모르는 배은망덕한 인간입니다.
내일이면 반가운 토요일입니다.
그런데, 내일 딱 하루만,
딱 하루만 평일동안 일에 지친 몸을 이끌고
낯선 곳으로 가보려 합니다.
평일에 일을 하고 주말에 낯선 곳을 가는 진한에게 비현실감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어쩌면 우리는 언제나 자신의 현실을 기준으로 다른 이의 비현실을 판단하는 것일지 모르겠습니다.
진한은 꿈속의 낯선 땅이 더 이상 나타나지 않는다면,
직접 가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현실의 낯선 곳은 늘 기대와는 다르게 그저 낯설기만 합니다.
진한은 그 생각을 무시하려는 듯 조용히 짐을 꾸립니다.
가방 속에는 특별할 것 없는 옷 몇 벌과, 책 한 권,
그리고 적당한 무게의 불안감이 들어있습니다.
'도망치는 건 아니야, ' 그는 마음속으로 되뇝니다.
'그저 내일이 다른 날보다 조금만 더 다르기를 바라는 것뿐이야.'
진한은 내일을 기다리며 잠에 듭니다.
하지만 꿈은 어김없이 평범한 공간에 머무릅니다.
이젠 더 이상 낯선 곳도, 흥미로운 이야기도 없는 꿈.
꿈조차도 그를 외면한 듯한 느낌이 듭니다.
그리고 다음 날, 토요일 아침. 그는 낯선 곳으로 떠날 준비를 마쳤습니다.
그곳은 이름도, 살아가는 주민도 없었습니다.
낯 선 땅에 도착한 진한은
땅을 밟은 순간, 왠지 모를 이상한 기분에 사로잡혔습니다.
발 밑에 있는 건 땅이 아니라 마치 하늘처럼 느껴졌고,
고개를 들어보니 하늘은 그 아래, 거대한 호수처럼 펼쳐져 있었습니다.
하늘은 바닥 아래에서 물결치고 있었고,
그 하늘 속에 진한이 알고 있는 현실의 모습이 희미하게 비치고 있었습니다.
발끝에서 번지는 투명한 반사 속에 호수는 고요하고 차갑게 그의 머리 위로 드리워져 있었습니다.
진한의 발걸음은 하늘의 표면을 뚫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그 어디에도 그의 발자국은 남지 않았고,
그 어디에도 익숙한 현실은 없었습니다.
하늘과 땅의 경계는 사라졌고,
이 세계는 마치 뒤바뀐 감각 속에서 스스로의 법칙을 따르고 있는 듯했습니다.
진한은 그 하늘 위를 걷다가 문득 멈추었습니다.
발밑의 하늘은 끝없는 우주처럼 느껴졌습니다.
이 세계는 마치 그의 생각을 읽고 있는 듯,
말없이 무언가를 던져주고 있었습니다.
호수처럼 펼쳐진 하늘은 너무도 고요했습니다.
물결 하나 일지 않는 그곳엔 시간조차도 멈춘 듯했습니다.
하지만 그 고요함 속엔 알 수 없는 긴장감이 감돌았습니다.
마치 이 세계가 진한을 지켜보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진한은 천천히 그 호수 위를 걸어갔습니다.
그의 발자국마다 파문이 일었지만, 곧 다시 잠잠해졌습니다.
진한은 여기가 어디인지 물었지만, 대답할 이는 없었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분명 또 다른 꿈은 아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