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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han Oct 11. 2024

어른이 되어간다는 것은, 슬픔에도 무뎌져야 하는 것일지

장례식이 끝난 후

장례식이 끝난 후, 진한이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지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마음이 무겁고 머릿속은 복잡했습니다.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향하는 동안, 그는 창밖의 흐르는 풍경을 멍하니 바라보았습니다. 

사람들의 분주한 일상과는 다르게, 그의 마음은 고요했습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진한이는 소파에 몸을 던지고

눈을 감고 오늘의 일을 곱씹어 보았습니다. 

회사에서 매일같이 마주치던 팀원의 빈자리가 이렇게 크게 느껴질 줄은 몰랐습니다. 


아니, 사실은 사람이 사라져도, 

진한이를 포함한 사람들이 아무렇지 않게 생활하는 그 자연스러운 상황이

조금은 이상하고도 어색하게 느껴집니다.


어른이 되어간다는 것은, 

슬픔에도 무뎌져야 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 사실은 그 슬픔을 잠시 마음 한 구석에 담아두는 것일지도요.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핸드폰에서 문자 알림이 울렸습니다. 

화면을 보니 성민이 보낸 메시지가 떠 있었습니다.


"한잔 할래? 너도 필요할 것 같아."


진한이는 잠시 망설이다가 답장을 보냈습니다.

"좋아. 어디서 볼까?"


성민과의 만남은 익숙한 바에서 이루어졌습니다. 

두 사람은 조용한 구석자리에 앉아 서로의 얼굴을 마주했습니다. 

바텐더가 맥주 두 잔을 가져오자 성민이 먼저 입을 열었습니다.


"오늘 하루 정말 길었어. 넌 어땠어?"


진한이는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 

"나도 마찬가지야. 아무리 생각해도 믿기지 않아. 그렇게 갑자기 떠나다니..."


성민은 고개를 끄덕이며 잔을 들었습니다. 

"이건 정말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어. 하지만 이런 일이 일어날 때마다 난 더 절실히 느껴. 

우리가 진정으로 중요한 걸 잊고 산다는 걸."


진한이는 맥주를 한 모금 마시고 나서 조용히 물었습니다. 

"그럼 중요한 게 뭐라고 생각해?"


성민은 잠시 생각에 잠긴 듯했다가 대답했습니다. 

"가족, 친구, 그리고 우리 자신. 

우리가 일에 매달려 사는 동안, 정말 소중한 것들을 놓치고 있는 건 아닌가 싶어."


진한이는 성민의 말을 곱씹으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맞아. 우리 너무 일에만 매달리고 사는 것 같아. 

그게 정말 행복을 가져다주는 건지 모르겠어."


현실이 어쩔 수 없다지만, 때론 우리는 현실만 바라보다

추억이 될 과거를 놓치는 것이 아닐지 모릅니다.


성민은 진한이를 바라보며 진지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난 네가 강한 사람이라고 생각해, 진한아. 네가 늘 가족과 친구를 아끼고, 

그들을 위해 헌신하는 모습이 존경스러워. 

하지만 가끔은 너 자신을 위해서도 시간을 가져야 해."


진한이는 성민의 말에 잠시 멍하니 있다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습니다. 

"고마워, 성민아. 네 말이 맞아. 나 자신을 돌보는 것도 중요하지. 

그런데, 나는 그게 나를 위한 시간이기도 한 걸.”


두 사람은 그렇게 서로의 마음을 나누며 긴 대화를 이어갔습니다. 

밤이 깊어지면서 바의 분위기는 점점 차분해졌습니다. 


그날 밤, 진한이는 집으로 돌아와 침대에 누웠습니다. 

마음속의 무거운 짐이 조금은 가벼워진 것 같다가도, 아닌 것 같기도 하는 밤입니다.


진한이는 눈을 감으며 생각했습니다.


'그래, 모든 것이 지나가겠지.'

그는 그렇게 다짐하며 깊은 잠에 빠져들었습니다. 

그리고 그날 밤, 

그는 오랜만에 그저 그런 편안한 꿈을 꿀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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