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들이
진한이는 다시 꿈을 꿉니다.
그 꿈속은 여전희 희미했고, 다시 기억하려 해도 도저히 기억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 꿈은 다 그런 거였지.
분명히 꿨는데, 다시 잡으려 했을 때 사라지는 안개와도 같았지.
그렇다면 지난번 그 꿈은 왜 그리도 선명했을까
그것이 도대체 무엇이길래 그리 강렬히 도 내게 부르짖는가 진한이는 생각합니다.
그래그래. 모든 것이 사라지지.
사랑했던 모든 것들이 다 흙으로 돌아가겠지.
얼마 전 내 옆자리에서 일하시던 팀원분이 사라지셨다.
아니, 돌아가셨다.
원인은 심장마비.
분명 어제 자신과 밥을 먹으며 이야기했던 그 팀원이었는데
부고 소식을 들었을 때 나는 몇 초 동안 멍하니 서있었습니다.
그다지 친하지도 크게 어색하지도 않았던 사람인데,
한 사람의 죽음은 언제나 작지 않게 다가옵니다.
도대체 인생이란 무엇인지 도저히 가늠할 수 없고
내가 이렇게 열심히 살아가는 것이 도대체 무슨 의미를 가지는가 생각해 봅니다.
진한이는 장례식장에서 팀원들과 함께 있었습니다.
침묵 속에서 흘러나오는 조문객들의 발걸음 소리가 무겁게만 느껴졌습니다.
팀원들이 하나둘 모여들면서 고인의 사진 앞에 헌화를 올렸습니다.
진한이도 차례가 되어 헌화를 올리며 고개를 숙였습니다.
"이렇게 갑자기 떠나버리다니.. 믿기지 않아.” 옆에 있던 성민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그러게 말이야.” 진한이는 조용히 대답했다. "어제까지만 해도 같이 웃으며 얘기했었는데."
팀원들은 각자 고인의 기억을 떠올리며 침묵에 잠겼습닌다.
아무도 울지 않았습니다.
진한이는 어제의 대화가 머릿속을 스쳐갔습니다.
그가 느끼는 공허함과 혼란스러움은 더욱 깊어졌습니다.
"정말 무슨 일이 언제 일어날지 알 수 없구나.” 또 다른 팀원, 지현이 눈물을 훔치며 말했습니다.
"그래.” 성민이 한숨을 쉬며 말했습니다.
"우린 매일 열심히 일하지만, 결국 이런 일이 벌어지면 다 무슨 소용이 있나 싶어."
진한이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맞아. 요즘 들어 그런 생각을 많이 하게 돼. 우리가 이렇게 열심히 살아가는 게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의미?" 성민이 고개를 저으며 쓴웃음을 지었습니다.
"그런 건 없어, 진한아. 어차피 요즘 세상엔 의미는 의미 없거든. 다들 살기 바쁘잖아?”
진한이는 성민의 말에 잠시 생각에 잠겼습니다.
우리의 대화는 같잖은 허무주의도 아니었습니다.
성민은 피곤한 표정으로 진한이를 바라보았습니다.
"난 가끔 우리 회사에서 일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어. 다들 자기 자리 지키기 바쁘고, 정작 중요한 건 다 잊어버리는 것 같아."
그래. 성민이는 의미의 의미를 결코 무시하지 않았습니다.
의미로부터 부정당한 울분을 표출할 뿐이었습니다.
원인은 심장마비.
아무런 예고도, 유언도 없이
그를 보내게 된 남은 사람들의 지속된 슬픔.
그의 빈자리로 느끼는 삶의 공허와 갈망을 생각해 봅니다.
그리고 그 공허는 갑자기 불어오는 찬 바람처럼 뼈저리게 다가오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