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숨 하나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베로 Jul 19. 2023

식사 통제 권리

왜 더 먹지도, 그만 먹지도 못하니

"한 숟갈만 더 먹어!"
"아아, 배불러, 그만 먹을래."



 식사를 남겨도 어쩜 이렇게 다른지 모르겠다.

항상 한 놈은 밥을 남기고, 한 놈은 고기를 남긴다.


 두 아이가 남긴 밥과 반찬으로 얼추 반그릇은 더 먹을 수 있겠다.

하지만, 이미 내 정량도 먹었거니와 지금 나는 다이어트 중이라, 예전 같으면 밥그릇 취급도 하지 않던 일본식 밥공기 소자에 칼각으로 밥을 잘라 담아 먹었다.


 그리고 아이들이 남기긴 했지만 내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반찬도 있다.

순전히 아이들의 건강을 위해서 보태어 만든 반찬 몇 가지들이 그렇다.

굳이 먹고 싶지도 않고, 배도 부르기도 하다.

더 먹었다간 내 다이어트 규칙도 어기는 것이다.

그래도 내 손으로 만든 반찬이 버려진다는 안타까움과 '이 반찬이면 한 끼 식사도 충분히 할텐테.'라는 아쉬움에 먹을만한 반찬들을 골라 담았다.

 



 그러다가 문득 한 단어가 떠올랐다.


'식. 사. 권. 리'


 먹고 싶은 음식을 내 정량대로 마음껏 먹을 수 있고, 배가 부르거나 먹기 싫을 땐 아이들처럼 '나 그만 먹을래!' 하고 쿨하게 일어날 수 있는 '식사 권리'.


 어렸을 적, 우리 삼 남매가 식사를 마쳐야 그때서야 남은 반찬과 함께 밥그릇에 남아있던 밥을 마저 비우던 엄마 모습이 떠올랐다.

그때마다 엄마에게 '엄마, 배부르면 더 먹지 마.' 라며 그렇게 잔소리를 했었다.


 정작 나도 엄마가 되어보니, 자의로든 타의로든 나의 '식사 권리'를 행하기 어려울 때가 많아졌다.


 예를 들어, 소고기 등심을 굽다가 마트 여사님께 배워온 빗살무늬의 맛있는 채끝살 부위가 살짝 붙어있을 때, '이건 꼭 아이들 먹여야지!' 라며 제일 먼저 구워 아이들 접시에 놓아준다.


 삼계탕이든 치킨이든 다리가 단 두 개라 안타까운 닭이 나올 때면, 매끈 쫄깃 부드러운 닭다리는 아이들 그릇에 담아놓는다.


 반면 한정식집에 가서 아이들이 좋아하지 않는 흑임자죽이나 샐러드가 나올 때면, 나와 남편은 이미 죽과 샐러드로 식사의 중반에 다다르게 된다.


 내가 좋아하지 않는 반찬이라도 아이들이 남긴 몇 숟갈이 아쉬워 '지금 먹어야 하나, 다음 끼니에 같이 먹어야 하나.'고민하게 된다.






 아무도 '더 먹어라, 그만 먹어라.' 하지 않는데도 대체 왜 더 먹지도, 그만 먹지도 못하니.


 먹고 싶은 것만, 먹고 싶은 양만큼 먹고, 의자를 박차듯 쿨하게 일어서는 두 아이를 보며, 나도 오늘 점심은 나의 엄마를 불러 '식사 권리'를 되찾는 한 끼를 먹어보려 한다.


 모두 '식사 권리'를 행하는 맛있는 점심 드세요:)






 




매거진의 이전글 힘을 빼는 게 제일 힘이 들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