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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리스 부인 Sep 22. 2022

강아지의 미용, 강아지의 생리

다른 생명과 같이 산다는 것 - 2화 -

사람과 강아지,  서로 알아가는 것에 대하여(1화)


 사람과 강아지, 서로 알아가며 같이 살아가는 것에 대하여


 사람은 화장발!  강아지는 털발!


미용 전의 살랑이

집에 온 지 몇 달이 지나자 살랑이의 털이 눈을 덮기 시작했다.

‘미용할 때가 됐나?’

강아지 미용에 대해 알아보고 제일 먼저 든 생각은 ‘뭐 이리 비싸!’였다.

내가 한 달에 한 번 미용실에서 커트를 하는 비용은 2만 원, 살랑이의 미용비용은 4만 원이었다.

하여간 앞이 안 보일 정도로 털이 자랐으니 더 이상 미룰 수는 없는 노릇이라, 근처 애견 미용실에 예약을 하고 방문하였다.


 

살랑이의 첫 미용, 마치 아이를 데리고 처음 미용실에 가는 느낌이다. 이발기가 몸에 닿자 움찔하는 살랑이

도와달라는 듯 계속 내 쪽을 쳐다본다. 눈을 가리지 않도록 바싹 잘라달라고 부탁했다.

(나중에 그 말을 한 것을 후회했다.)

 미용사는 보호자가 옆에 있으면 강아지를 통제하기 어려우니 잠시 안 보이는 곳에 있어 달라고 했다.     

미용 후의 살랑이




이게 누구 집 강아지일까?

(군견이 된 것 같다.)

강아지의 털발은 사람의 화장발보다 훨씬 위대한 것을 깨달았다.    









살랑이 너, 여자였구나!     


살랑이가 우리 집 식구가 된 지도 1년이 다 되어갔다.

어느 날, 거실 바닥에 빨간 핏자국이 있는 것을 발견했지만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닦아 냈다.  

그런데 빨간 핏자국은 없어지지 않고 거실 여기저기에서 계속 나타났다. 가만 보니 살랑이가 머문 자리마다 빨간 흔적이 있는 것이 아닌가!  

처음에는 살랑이 발바닥에 상처가 있을 거라 생각하고 급히 집 근처 동물병원에 갔다.     


살랑이가 생리를 한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그때까지 나는 살랑이를 그저 한 마리의 강아지로만 여겼을 뿐, 수컷이지  암컷인지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해보지 않았던 것이다.

그저 산책 나가서 다른 수컷 강아지들은 배변을 할 때 한쪽 다리를 들고 하지만 살랑이는 약간 주저앉듯이 자세를 취하는 게 암컷이라 그렇구나 하고 생각할 뿐이었다. 

일단, 수의사의 설명을 듣고 매너 벨트(생리대?)를 받아 가지고 왔다. 몸에 변화가 있어서 그런지 살랑이가 자꾸 우리를 피해 커튼 뒤로 숨는다.

첫 생리로 병원에서 받은 매너벨트를 입은 살랑이의 표정이 심각하다.

의사의 설명을 듣고 안심이 되었지만 다른 고민거리가 생겼다. 의사는 암컷 강아지는 한 살이 되기 전에 중성화 수술을 결정하는 것이 좋다고 하였다.

중성화 수술은 새끼를 안 가지기 위한 목적도 있지만, 나중에 노견이 되었을 때 유선종양 같은 질병을 예방하기 위해 수술을 선택하는 보호자가 많다고 하였다.     


살랑이를 입양하고 나서 이런 불쌍한 마음이 든 것은 처음이었다. 살랑이는 항상 우리에게 즐거움만 주는 존재였기 때문이었다. 살랑이가 아플 수도 있고, 나이가 들 수도 있고, 병들어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하였다.        


수술을 하면 살랑이가 노년까지 아프지 않고 우리와 함께 오랫동안 지낼 수 있을 확률이 높아진다. 하지만 살랑이는 평생동안 교배, 출산과 같은 자연적 과정을 인위적으로 박탈당하게 된다.


 '내가 보호자라는 자격으로 한 생명의 미래를 결정할 권한이 있을까?'

한 생명을 데려와 키운다는 것, 그것은 행복으로의 초대일 수도 있지만 그 과정에는 많은 아픔과 선택이 함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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