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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리스 부인 Oct 28. 2022

돼지고기 된장찌개

보글보글 소리가 입맛 당기게 하는

먼지가 날리는 건설현장 모퉁이 가건물,  '함바집(현장 식당)'이라 불리는 수진의 식당이 있다. 

아이보리색 플라스틱 패널로 지어진 그곳에는 일상과 사람, 그날의 이야기 그리고 하루를 버티게 해 주는 음식이 있다.


오늘 현장에 조적 작업이 있다고 한다. '조적' 이란 벽돌을 쌓아 건물의 내부나 외부의 벽을 만드는 작업이다. 벽돌을 하나하나 쌓고, 그 벽돌이 잘 붙을 수 있게 사이사이에 시멘트를 바르고 그 위에 다시 벽돌을 차곡차곡 쌓는 작업이다. 시멘트가 들어가기 때문에 거의 대부분의 조적 작업은 미장 작업과 같이 들어간다. 


오늘 현장 3층의 내벽을 쌓기 위해 만들어진 팀의 구성원은 총 4명, 조적과 미장을 같이하는 기술자인 박 팀장, 자재를 나르는 곰방 작업을 하는 정 씨와 구 씨, 그리고 잡일을 할 대학생 김 군이다. 김 군은 전부터 조적과 미장일을 배우고 싶어 했다. 

현장에서 올라가는 자재는 대부분 크레인으로 나르지만, 오늘 내벽은 계획에 없던 작업이기도 했고 크레인의 접근이 쉽지 않아 곰방 작업으로 나르게 됐다.

1층에서 간단하게 미팅을 하고 조적공인 김 팀장은 3층으로 바로 올라간다. 정 씨와 구 씨는 오늘 3층까지 올려야 하는 자재들을 가늠해본다. 시멘트를 먼저 올리고 벽돌은 상황에 맞춰 올리기로 한다. 

둘이 지게에 몰탈 시멘트 두 포씩을 지고 올라간다. 김 군도 두 포를 져보지만 몇 걸음 가다 포기하고 한 포만 등에 지고 올라간다.

< 건물 외벽이나 내벽을 쌓는 조적 작업은 벽돌의 수평을 잡는 것이 매우 중요한다. >  

3층에서는 김 팀장이 드럼통을 반으로 자른 통에 몰탈 시멘트와 물을 붓고 믹서 드릴로 시멘트 반죽을 만든다. 시멘트 반죽 한 통('미장 밥'이라고도 한다.)이 완성되자, 눈치 빠른 정 씨와 구 씨가 벽돌을 올린다. 둘 다 베테랑들이라서 조적공의 눈치를 봐가며 필요한 자재를 올려 시간 낭비 없이 일이 빠르게 진행되게 한다.

조적공 김 팀장이 벽 사이에 긴 실을 붙여 수평을 확인하고 벽돌을 쌓기 시작한다. 김 군이 작은 통에다 잘 섞인 시멘트 반죽을 담아 나른다. 

한 줄을 쌓은 김 팀장이 수평을 잡는 실을 다음 칸으로 올려 고정하고 벽돌 위에 시멘트를 바른다. 두 줄에 한 번씩 모서리에 벽돌을 쌓을 때는 크기를 맞추기 위해 벽돌 하나를 반으로 쪼개 사용한다.

김 군이 박 팀장 옆에 쪼그리고 앉아 벽돌 쌓는 모습을 넋을 놓고 바라본다. 벽돌이 하나하나 올라가는 모습부터 시멘트를 올리고 그 위에 다시 벽돌을 올리는 모습을 눈에 각인하듯 뚫어져라 쳐다본다.


"김군아 너 일 안 하고 거기 앉아만 있나!"

구 씨가 트럼통을 반으로 잘라 만든 반죽통에 시멘트를 부으며 소리를 지른다. 화들짝 놀란 김 군이 통을 들고 물을 받으러 뛰어간다. 


최여사가 감자와 양파를 깍둑썰기해서 물에 담가놓는다. 양파는 물에 담가놔야 매운맛이 빠지고 감자는 물에 넣어놔야 전분이 빠져 나중에 찌개에 들어가더라도 물러지지 않는다. 호박과 파, 청양고추도 미리 썰어서 준비해 놓는다. 김여사는 두부 한 판을 도마 위에 올려 적당한 크기로 벽돌처럼 가지런히 잘라 키친 타월 위에 올려놓는다. 물기를 잘 빼놔야 찌개에 들어가도 부서지지 않는다.

수진이 냄비에 식용유를 두르고 다진 돼지고기를 볶는다. 돼지고기 된장찌개를 끓일 때 앞다리살이나 삼겹살을 쓰는 사람도 있지만, 수진은 갈아서 다진 돼지고기를 선호한다. 볶은 고기에서 육즙이 어느 정도 나오면 미리 만들어 놓은 육수를 붓는다. 육수에 양념장이 담긴 큰 국자를 넣고 젓가락으로 저으면서 조금씩 풀어 넣는다. 양념장은 된장과 고추장을 2대 1의 비율로 섞고 거기에 다진 마늘을 넣어 만든다. 

찌개가 끓으면 미리 손질해둔 재료를 넣는다. 야채 그리고 두부를 넣고 마지막으로 썰어놓은 대파를 집어넣는다. 김여사가 국자로 조금 떠서 간을 보더니 손으로 오케이 사인을 보낸다.


오늘 내벽을 쌓으러 올라간 팀이 식당으로 들어왔다. 평소보다 늦은 시간이지만 어느 정도 마무리를 했는지 홀가분한 표정이다.  

"김 군아, 니 일 열심히 배우는 거 참 좋은데, 일에도 순서가 있데이."

박 팀장이 허겁지겁 밥을 먹는 김 군을 보고 말한다. 

"천천히, 그러면서 순리대로 하면 다 잘되는 기다."

김 군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다. 박 팀장이 찌개를 떠먹으며 말한다.

"뭐든지 기초가 튼튼해야 잘되는 거다. 식당도 김치랑 된장찌개 잘하는 집이 제일 맛있는 집 아니가?"


행주로 옆 테이블을 닦던 수진이 박 팀장을 힐끔 보면서 말한다.

"박 팀장님, 그럼 우리 식당 된장찌개는 어떻다는 거죠?"



@ 수진의 TIP

찌개에 들어가는 감자는 꼭 물에 담가놓자. 전분이 빠져야 감자의 단단한 식감이 살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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