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도학

by 마리폴네르

한잔을 마시면 두잔을 마시고 싶다
두잔을 마시면 세잔을 마시고 싶다
세잔을 마시면 이제 선택을 해야 한다
더 마시고 지금 행복할지 일단, 멈추고 내일 잘했다며 후회하지 않을지

지금은 멈춰도 아직은 마시고 싶은 만큼은 먹었기에 행복하다
더 마시는 선택은 내일 두통과 숙취로 더 마신 것에 후회까지 된다면 오히려 불행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그러면 이론은 간단하게 끊고 멈추면 그만인데 상황은 늘 그렇지가 않다.
이유는 스스로를 자제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스스로를 자제하는 능력은 쉽게 스스로를 자제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혼동을 일으킨다
내가 먹고 싶으면 먹고 더 먹고 싶으면 더 먹고 먹기 싫음 안 먹고
이렇게 스스로를 조절할 수 있는 자유로운 능력이 인간에게 있기는 하다
하지만 제어, 자제력은 기준선을 정하고 그 선을 절대 넘지 않아야 하는 것이다

나는 스스로 제어능력이 좋아서 문제없다고 생각하는 자신감은 자제력이 좋은 것이 아니라 그냥 큰 착각이다
그래서 세잔을 넘기고 더 넘겨도 스스로를 컨트롤하는데 자신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계속 더 마시게 되는 것이다

자제력은 스스로 넘어가면 잘못되거나 큰일이 날 수 있어서 갖아야 하는 것이라기보다는
자기가 정한 어떠한 기준과 양심의 약속인 것이다
문제는 이것을 술을 먹으면서 지킬 수 없는 것은 정한 기준이 주관적이고
또한 자제력을 갖고 지키기에는 술이라는 음식이 점점 이성을 흐리게 한다는 것이다.

나는 주량이 소주 한 병이니까 딱 소주 한 병만 먹고 그만 먹어야지
이런 기준은 소주 한 병에 가까워질수록 쉽게 무너지고 금방 다음 병을 마시게 된다.
이유는 자신이 스스로를 판단해 세운 너무 주관적인 기준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객관적인 판단으로 주변과 기타 의견을 갖고 소주 4잔이라는 기준을 세웠다고 가정하자
물론, 이 경우 혼자 세운 결정이 아니어서 정말 4잔까지만 먹고 그만 먹을 확률이 높다. 또한 기준을 지키는 과정에서도 4잔은 이성을 잃기에는 많은 양은 아니어서 충분히 자제력을 가질만하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면 왜 술을 먹냐는 것이다. 그래 재미가 없다
즉, 자제력을 갖는 건 좋은데 이럴 거면 아예 안 먹는 게 차라리 낫다는 생각까지 든다

분명 자제력은 인간 스스로 자유롭게 조절하는 능력인데 그렇지 않다고 드는 생각은 객관적이든 주관적이든 자제를 할 선을 만드는 것 자체가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자 이제 다시 술잔을 들자
오늘은 술 엄청 권하는 상사와 자리다 잘 보여야 하지만 한 병까지 만이다!!!!!
그게 아니라 그가 권하는 매 술잔을 신중히 그리고 자제하면서 받자 그리고 끝까지 함께한 후 모셔다 드리자가 라고 생각하면 목적은 최종 모셔다 드리는 것에 가고 실제 예를 지키며 자제하며 자리를 지킬 수 있다.

지금은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와 술자리에 간다 정말 편하게 옛날 얘기나 하면서 실컷 술에 취해보자??????
술에 취해 오랜만에 만난 자리가 잊히지 않게 밤새 옛날 기억하고 궁금하고 못 나눈 얘기를 실컷 나눠보자 하면 최종 목적은 밤새 옛이야기를 나누는 것에 가고 실제 술보다 얘기에 빠져 날이 밝은 줄 모르고 시간이 간다.

술, 주도는 이렇듯 객관적 기준과 양심적 약속에 따른 자제력의 문제가 아니라
술과 자리를 즐기면서 그 상황에 얼마나 자신이 아는 스스로를 통제해 내며 상대 또는 그 상황을 보다 이성적으로 마무리해 나가냐는 부분이다.

주도는 정말로 술을 먹는 것에 있지 않고 술자리에 있다 어떻게 무슨 목적으로 술을 먹느냐에 따라 그 예와 절제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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