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살 때 생긴 버릇을 여든 살이 되어서도 갖고 있다는 뜻의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이 있다. 나는 우리 아이의 틱을 세 살 때의 버릇일 거라고만 생각하고 방치를 했었다. 좀 더 솔직히 말하자면 아니길 바라며 모른 척했다.
손톱을 물어뜯기 시작한 것은 세 살 쯤이었다. 아이가 어린이집을 다닐 때였는데 손톱과 발톱을 물어뜯어 하나도 없는 것이었다. 일주일에 한 번씩 깎아주던 손톱과 발톱이었는데 물어뜯기 시작하면서부터는 깎아줘 본 기억이 없다. 나는 그것이 아이가 불안할 때마다 나오는 습관인 줄 알았다. 어린이집에 아이들이 많으니 그 속에서 스트레스를 받아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쯤으로만 여겼다. 딱히 주위에 틱을 하는 사람들도 없었고, 요즘은 성인이든, 아이든 워낙 손톱을 물어뜯는 사람이 많으니 틱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손톱을 물어뜯는 건 그저 어린 시절부터의 버릇이라 잘 고쳐지지 않는다 생각한 무지한 엄마였다. 그만큼 틱에 관해서는 아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틱장애 [tic disorder] : 아이들이 특별한 이유 없이 신체 일부분을 빠르게 움직이는 이상 행동이나 이상한 소리를 내는 것을 말함」
다양하게 나타나는 틱장애 증상은 행동으로 나타나기도 하고, 언어로 나타나기도 한다. 아이가 심하게 긴장을 할 수밖에 없거나 뭔가 불안한 상황이라면 스트레스로 인하여 이러한 증상이 더욱 심해진다. 당연히 주의력이 결핍되어 한자리에 앉아서 공부를 하거나 숙제를 하는 것이 어렵고, 수업시간에도 잘 집중을 할 수가 없다. 또한 과잉 행동을 보이는 경우가 많아 주변 사람들이 부담스러워한다. 공동체에 잘 적응을 하지 못한다. 틱장애 증상이 찾아오는 이유로는 신경계의 발달이 균형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아서이며, 또 다른 이유는 운동 감각 신경을 아이가 스스로 효과적으로 제어할 수 없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신경에 대한 병변이기 때문에 개선이 쉽지는 않다는 특징을 보인다. 아동 시기에 발견을 하더라도 쉽게 개선이 되지 않아 결국에는 성인이 될 때까지도 해당 증상을 보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마음애 심리 상담센터> 포스트 내용 중 일부이다.
아이가 틱 증상을 보이는 것을 처음으로 보고, 인지하기 시작한 건 4살 무렵이었다. 특정한 상황이 아님에도 아이가 눈을 깜빡이거나 어깨를 들썩거렸다. 처음엔 ‘아니겠지... 피곤하니 눈이 아파서 깜빡거리는 거겠지? 옷의 상표 때문에 불편해서 어깨를 들썩이는 거겠지’ 하며 그냥 넘어갔었다. 어쩌면 아니길 바라며 진실을 묻어버리려 내 눈만 질끈 감은 것인지도 모른다. 옷의 상표를 떼어 달라는 아이의 말에 “다른 아이들도 옷에 붙어있는 상표가 불편하지만 그냥 입어”라며 아이에게 까다롭게 굴지 말라고 면박을 주기도 했었다. 틱에 관해서는 전혀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던 터라 내 아이의 틱 증상은 낯설기만 했다. 아이에게 틱 증상이 보일 때면 더더욱 아이를 다그치고, 화를 냈다. 아이의 틱을 인정하지 않고, 부정하는 사이 틱은 사라지지 않고 점점 더 자주, 여러 가지 증상으로 나타났다. 특히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심하게 나타났다. 어깨를 들썩거리는 틱이었는데, 아이의 스트레스 지수가 올라갈수록 어깨 들썩거림의 횟수가 많아지고, 그 행동 지체가 커지기 시작했다. 아이 스스로가 불편함을 느끼고, 그런 자신의 행동이 이상하다는 것을 인지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때가 6살쯤이었을 것이다.
6살의 아이의 틱 증상은 더욱 뚜렷해졌다. 어느 누가 봐도 틱이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챌 정도였다. 눈을 계속해서 깜빡이거나, 얼굴을 찡그리는가 하면, 코를 킁킁거리기도 하고, 잦은 기침을 하며, 어깨를 심하게 휘젓기도 했다. 이런 감당하기 힘든 과잉 행동은 지인들은 물론 가족들까지도 당황스럽게 만드는 행동들이었다. 상황이 그쯤 되자 주위의 지인들 눈에도 아이의 틱 증상이 자주 보이기 시작했고, 여기저기서 아이에 관해 이야기들을 서슴지 않고 내뱉었다. 좋을 리 없는 아이에 관한 이야기들은 날카로운 지적도 함께 있었다. 그런 곱지 않은 시선이 부담스러웠고, 조마조마했다. 늘 아이에게 신경이 곤두서 있어 아이를 보는 마음이 좋지 않아 속상하기만 했다. 엄마인 나의 입장에서는 아이의 틱이 남들에게 보이는 것 자체가 창피하고 싫었다. 틱도 엄마의 양육에 문제가 있어서 생긴 것이라고 할까 봐 사실 무척이나 두려웠다.
<보통의 틱은 여자보다 남자아이들에게 4배 이상 많이 나타나며, 기관 생활(아이가 평가받는 긴장되는 상황)에서 생기는 경우 많다. 대게 2~3개월 뒤 사라지는 것이 대부분이나 만성으로 가기도 한다. "뛰지 마, 하지 마"라는 정형화된 행동을 강요해서 나타나는 증상일 수 있다. 아이가 틱이 있다는 걸 스스로 느끼지 않게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 스스로가 그것이 잘못된 것인 줄 인지를 하고 있다고 하더라고 이것을 제어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아이의 틱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면서부터는 여러 매체를 통해서 아동 틱에 관해 많은 자료들을 찾아보게 되었다. 틱에 관해서는 무지한 엄마라 많은 공부가 필요했다. 난생처음 접해보는 아이의 틱 증상과 돌발행동에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하는 건지 몰라 조언을 구하기도 하고, 관련 자료들을 찾아 아이에게 대입해 보기도 했다. 공부를 하면서 보니 그동안 아이의 틱에 대처하는 나의 자세가, 생각 없이 보인 반응들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를 알게 되었다. 특히나 늘 함께 생활하는 엄마인 나는 더더욱 조심히 행동해야 했다. 괜히 아는 척했다가 아이 스스로가 본인에게 문제가 있음을 인지하고 소심해질까 봐 조심스러웠다. 하지만 계속되는 아이의 틱 증상을 볼 때마다 힘들었다. 아무 말 못 하는 내 입술이 간질간질하고, 답답했다. 혹시 다른 사람들이 내 아이를 보고 틱을 지적하고, 아는 척할까 봐 늘 노심초사였다. 남자아이들에게 많이 드러난다는 틱이라지만 다른 아이들에게는 안 보이고 왜 유독 내 아이에게만 보이는지... 가끔은 원망스럽기도 했다. ‘그동안 아이를 위해 노력해 왔던 나의 육아 방법이 잘못되었구나... 무엇이 문제였을까? 왜 우리 아이만 이럴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부정적인 생각은 자꾸만 부풀어지고 커졌다. 풀리지 않는 숙제 같았고, 꼬여진 실타래 같았다. 아이의 틱 증상은 육아의 모든 것들을 흔들어 놓았다.
7살 후반, 농촌 유학 캠프를 보내기 전 아이의 상태는 엄마인 내가 보기에도 심각한 수준이었다. 아이에게 여러 가지의 틱의 증상이 복합적으로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가끔 눈을 깜빡이거나 한 번씩 어깨를 들썩이던 틱 증상이 눈 깜빡임과 어깨 들썩임 그리고 기침까지... 3가지의 틱 증상이 한꺼번에 나타났다. 그 와중에 손톱, 발톱을 물어뜯는 증상 또한 계속되었다. 아이의 틱 증상은 날이 갈수록 더 심해져 갔고, 그 모습을 지켜보는 것조차도 너무나 힘든 시간들이었다. 어딜 가도 아이에게 쏠리는 눈초리가 부담스러웠다. 아이의 모습을 안타깝게 보기도 했고, 불쌍하게 여기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때로는 장애가 아닌지 이상하게 쳐다보며 불편해했다. 진심 어린 걱정이라기보다는 혹여나 자신에게 피해를 주지는 않을까 불안해하는 눈치였다. 무언가를 말하고 싶어 하는 듯한 상대방의 눈빛이 무섭기도 했다. 혹여나 아이에게 상처 주는 말을 내뱉을까 봐 나는 늘 걱정이 되었다.
아이에게 심하게 나타나던 틱 증상은 초등학생이 되었을 땐 문제가 될 것이 뻔해 보였다. 어깨 들썩임은 행동 자체가 너무 컸기에 글씨를 쓸 때도 만들기를 할 때도 불편해 보였고, 기침을 자주 하게 되니 그 기침 소리는 수업시간에 방해가 되어 선생님께 지적을 받을 것은 당연해 보였다. 곧 초등학교에 들어가야 하는 아이를 어찌해야 할지 고민이 이만저만 큰 것이 아니었다. ‘이대로 라면 심각해 보이는 틱의 행동이 아이에게 상처를 주는 상황을 만들어 줄 것은 뻔하지 않은가?’ 틱 증상을 보이는 아이를 향해 친구들이 놀릴 수도 있고, 선생님의 지적과 지도를 받을 수도 있다. 또한 본인 스스로 자제를 하고 싶다고 해도 통제가 되는 것이 아니니 본인의 자존감에 심한 상처를 받을 수도 있다. 아이의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엄마로서 앞으로 펼쳐질 아이의 학교생활에 대한 고민은 수도 없이 많았고, 그 해답은 어디에도 없었다. 아이보다 엄마인 내가 더 죽을 맛이었다.
어느 날 방문한 한의원에서 틱이라는 것은 자연 치유가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틱이라는 것이 치료해주지 않으면 성인이 되어도 다시 나타난다는 것이다. 잠시 숨어 있을 수 있지만 그냥 두면 재발한다는 것이었다. 그랬다. 주위에 아는 사람들 중에는 어른임에도 손톱이나 발톱을 물어뜯는 사람이 있다. ‘3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고 버릇인 줄 알았는데 그것이 틱의 증상이라면 ‘3살에 하던 틱이 여든까지도 할 수 있다’는 것이 된다. 성인까지 이 틱을 끌고 간다는 것은 아이에겐 정말 끔찍한 일이 될 것이다.
9년의 육아! 심각한 아동 틱 증상을 보이는 아이를 키워본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틱이 장애는 아니지만, 누군가에게는 장애를 가진 아이로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없어지기도 하고, 기관이나 병원의 도움을 받아 고칠 수도 있다. 내 아이뿐만 아니라 누구에게도 나타날 수 있는 것이 틱이다. 한데 틱 증상이 보이는 한 아이도 엄마도 누군가의 따가운 시선을 피할 수는 없다.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을 탓할 수도 없다. 가끔은 엄마인 나로서도 아이의 행동을 지적하고 싶을 때가 있었다. 그런 행동을 누가 볼까 봐 신경 쓰여 밖에 데리고 나가고 싶지 않을 때도 많았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을 엄마가 인지하고, 인정하니 조금은 마음이 편해졌다. 틱은 병원도 중요하지만, 엄마의 사랑과 가족들의 관심도 중요하다. 그중 엄마인 나 자신이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아이를 본다면 좀 더 현명하게 아이의 틱을 고쳐나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