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8월 아침 9시.
갑자기 면담을 하자는 팀장의 연락을 받았다. 팀장은 자리에 앉자마자 oo직원의 육아휴직 후임으로 내가 결정되었다고 했다.
정기 인사이동 기간은 3개월이 남았는데 갑자기 이동이라니?
지역은 부산지점이었다. 너무 당황스러웠지만 '알았다'라고 짧게 대답했다.
팀장이 당황하기 시작한다. 부산행 발령은 쉽게 이야기하더니, 막상 내가 쉽게 대답하니 예상 밖의 일이었던가보다.
순환근무라는 특성을 고려할 때, 나 다음은 어떤 후보가 있었는지 물었다. 나 이외 두 명의 이름을 들어보니 여직원이었다. 바로 자리를 일어섰다.
오전에는 짧고 쿨했다. 그러다 그 자리를 나온 후에 나도 당황하기 시작했다. 현실 인식이 시작해서였다.
부산에 가면 어떻게 살고, 반려견은 어떻게 하고, 어디에 집을 얻어야 하고... 그리고 몇 년간 쌓아 올렸던 인맥, 친구들과 모두 떨어져서 어떻게 살지?
20살 아무도 없는 서울에 올라왔던 것과 동일한 막막함이 떠올랐다. 그때보다 나이는 두 배가 되고 직장도 생겼는데 막막함이라는 감정은 변함이 없었다.
적응에 시간이 걸리고 변화를 최대한 피해왔던 내 인생.
오후 두시쯤 한 직원에게 연락이 왔다. 개인적인 친분도 없고, 오히려 '해코지'하기 위해서 어떻게든 일을 만들고, 윗사람에게는 과한 아부로 보는 사람을 민망하게 만들던 그 사람이었다.
'오늘 아무 일 없었나요?'라고 말했다. 아무 일이라니? 오늘 부산발령은 팀장급 외에는 아무도 모른다더니, 팀장과 친한 아부쟁이는 다 알고 있었다니... 그렇다면 계획적인 거구나.
아부쟁이의 연락을 받자마자 바로 팀 전체에 소식을 알렸다. '저 부산행이래요~'라고. 그렇게 쿨한 듯, 아무렇지도 않은 듯 전체방에 인사 이동 사실을 올렸다.
곧 송별회가 열렸다. 당사자는 무표정이고, 아부쟁이를 비롯해 다른 참석자는 연거푸 술을 들이키며 환호하던 그 송별회. 송별회에서 받은 선물은 고이 받아서 다른 사람에게 줘버렸다.
이런 사람들에게 받은 선물이라니. 그렇게 가장 환호하던 사람 중 한 명도 일년 후 부산행에 당첨되었다.
인생은 정말 알 수 없는 것이다.
나의 인생 2막도 그렇게 교통사고처럼 시작됐다. 의도하지 않았고, 어느 날 순식간에 벌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