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혼자

by 그럼에도

완벽했다.


부산팀 직원 외에는 아무도 없는 이 도시. 친구, 친척, 아무도 없었다. 한국이지만 부산말 사이에서 나의 언어는 이방인이었다. 한국이지만 외국같이 느껴지는 이 분위기.


여행객이 많은 바닷가가 아닌 정말 주거지역인 동네에서 나의 말은 곧 이방인 딱지가 달라붙는 일이었다. 그때는 몰랐지만 실 거주 3년, 집주인 문제 1년을 거쳐 도합 4년 부산에 발이 묶여 있었다.


2019년 9월 부산행

2020년 코로나 시작과 인간관계 정리와 칩거, 방통대 등록

2021년 칩거(?)

2022년 취미 활동 시작, 구조조정, 11월 이사

2022년 10월~23년 20월 집주인과 분쟁


완벽한 혼자였고, 완벽하게 외로웠다. 코로나가 처음 시작했던 시기에 대구에 무더기확진이 시작됐다. 불안과 공포가 큰 나였다. 거기다 부산사람들 중에 대구에 친척 없는 사람이 없을 만큼 가까웠다. 아무도 없는 도시에 확진이 돼서 어딘가에 격리되면 어쩌지? 집에 혼자 있다가 아프면 고독사가 되는 건가?


그 해 회사 직원 중에 싱글 한 분이 고독사로 발견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지병이 있는 것도 아니고 휴가 후에도 복귀하지 않아서 알아보다가 집에서 고독사 상태로 발견되었다고 한다. 나이도 나와 몇 살 차이 없는 분이었다.


만약 내가 지금 죽는다면 나 어떤 걸 가장 후회할까?


오래 산다면 재테크에 둔감했던 것을 후회할 거 같고, 짧게 산다면 재미없이 살았던 것을 후회할 거 같다.


쳇바퀴 인생에 사람들 경조사에 쉬지 않고 참석하는 그냥 그런 삶.


하고 싶은 게 뭔지 몰라서 그냥 해보기로 했다. 잘하는 게 뭔지 몰라서 그냥 해보기로 했다.




사람이 싫고 사람이 그리웠다. 부산행 직전 친했던 지인들에 대한 배신감과 미움이, 부산행이 시작되면서 친구라는 사람들의 속마음을 발견했고 마음에 충격이 불어닥쳤다. 부산행이 정리되는 시점에는 집주인이 발목을 잡았으니...


삼재란 스스로 헤쳐 나오는 것이었다. 누구도 도와줄 수 없었고, 울면서도 관련법규를 찾아보고, 법률구조공단에도 상담 예약을 하고. 아픈 마음도 셀프로 달래야 하고.


신이 준 레몬처럼 너무나 힘든 일들을 레모네이드로 승화시키는 것은 마음과 몸이 바쁜 일이었다. 잠시도 쉴 틈을 주지 않았다. 쉬고 있으면 '자기 연민'에 빠지고 '누군가에 대한 분노'와 상황에 압도당한다. 그리고 우울한 기운으로 움직일 힘이 사라졌다.


그 어떤 상황에도 도와줄 사람은 없었다. 완벽한 혼자. 피아노를 배우던 그 순간에도 순간순간 한숨이 쉬어졌다. 다들 웃고 있는데 왜 나는 이렇게 힘든 일들이 줄줄이 사탕처럼 이어진 걸까?


해안가 바위에 파도가 쉬지 않고 때리는 것처럼 부산행이 시작되면서 여러 가지 일들이 한꺼번에 불어닥쳤다.


이 시기에 점을 봤다면 삼재라고 했을까? 아니면 대운이 오기 전 액땜을 한꺼번에 몰아서 한다고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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