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것으로 원하면서

조정래, '천년의 질문 1'

by 그럼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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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의 질문 1

p. 291

"예에. 남의 글을 자기 것으로 육화 시켜 사용하고 싶어 하면서, 서너 번 읽고 그렇게 되기를 바라다니요. 그게 말이 안 된다는 거지요."

"그럼 몇 번 읽어?"

"예, 저 당나라 때부터 전해 내려오는 말이 있어요.

'열 번 읽어서 해득되지 않는 문장은 없다. 그러나 그래도 안 되거든 백 번이라도 읽어라.' 어떠세요?"

천년의 질문 2

p. 224

고석민에게 글을 받아서 꼭 다섯 번씩 읽었고, 지방지지만 신문에 실리면 또 다섯 번씩 읽었던 것이다. 그건 꼭 고석민의 말을 실천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읽다 보면 지식이 확실히 늘었고, 그 확인과 함께 재미가 붙었고, 말을 하다 보면 그 지식이 자기도 모르게 묻어 나왔고, 행사 때 단상에 올라한 마디씩 할 때마다 다른 의원들과는 다르게 유식하고 무게 있는 말이 엮어지는 것이었다.



소설책이나 수필과는 다르게 주제가 어려워지는 글을 읽다 보면 한글을 읽고도 한글을 이해하지 못할 때가 있다. 이 책의 구절 중 마음을 울린 구절 '열 번 읽어서 해득되지 않는 문장은 없다'


열 번은커녕, 한 번 읽고 이해가 가지 않거나, 어렴풋이 이해는 되었는데, 머리에 한 글자도 남아 있지 않았다. 그리고 책을 덮는다. 나하고는 맞지 않아. 너무 어려워하는 생각을 했을 때 소설 속 고석민의 말이 떠올랐다. 해득되지 않는 문장은 없다.


그리고 읽다 보면 지식이 늘고, 재미가 붙고, 그 지식이 묻어 나온다라는 표현에 웃음이 핑 돌았다. 작년에 읽었던 양귀자의 '모순' 속 표현 중 한 문장이 요새 나도 모르게 말할 때가 있었다. 마음에 와 닿는 구절을 몇 번이나 읽다 보니 비슷한 표현을 할 때 이런 표현이 나오다 보다. '살아내다'라는 표현처럼.


내가 머무르는 시간만큼 내 안에서 묻어 나오는 표현과 생각들이 알고 보면 작가의 표현을 육화시킨 것


그림 https://mobile.twitter.com/with_snoopyyyy/status/10612832101165178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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