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연극

by 그럼에도

2021년 겨울, 지하철을 타고 집에 가는데 우연히 연극아카데미 광고를 보았다.


신기했다. 몇 년 동안 연극을 본 적도 없고, 검색해 본 적도 없는데 어느 날 나에게 '연극 아카데미' 광고가 떴다. 그리고 나는 과감하게 클릭 버튼을 눌렀다.


몇 달 전에도 봤던 광고였다. 그때도 용기를 내서 아카데미에 갔다가 밀폐된 실내를 보고 그만두었다. 마스크를 쓰고 있어도 혹시나 코로나에 걸리는 건 아닐지.... 걱정이 앞섰다. 그리고 어렵게 들어갔던 그곳을 나왔다.


몇 달이 지나고, 다시 나는 아카데미에 들어갔다. 그렇게 9개월 간, 발성 연습과 대본 리딩을 해봤다.


나에게는 '끼'라고 하는 재능은 없었다. 부끄러움이 많아서 직접 연기도 아닌, 대본 리딩에서도 목소리에 떨림이 있었다. 나는 나를 드러내는 게 늘 어려웠다. 사회생활에서도, 연극반 안에서도.


고음을 써야 하는 분노 연기에서도 나의 고음은 올라가다 중간에 멈춰버렸다. 그건 나도 모르게, 사회생활에서도 억눌려온 그런 습관적인 '참기' 같은 그런 거였다.


그렇게 습관적인 참기는 '선생님께 혼나는 그런 일'이 되었다. 시간이 흐르고 부끄러움이 덜어지면서 고음은 점점 올라갔다. 그럼에도 어색함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지만.


연극반에 들어가고, 두 번의 연극을 보았다. 예전과는 달리 대본을 어떻게 읽고, 어떻게 발성하는 지를 눈여겨보게 되면서 연극을 보는 맛이 생겼다.


몸의 긴장을 요가로 풀고, 발음 연습을 한 후에 읽어 내려갔던 대본 리딩.


2022년이 밝아오면서 1월부터 9월까지 써 내려갔던 나의 소박한 취미의 시작이었다. 나는 분명할 수 없을 거라고 여겼던 장벽.


그 장벽이 아래로 내려오면서 새로운 다리가 되었다. 어쩌면 내가 할 수 없는 그 무언가가 새로운 시작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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