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수영
단순함의 끝판왕은, 어쩌면 수영
수영을 배우면서 어렵지만 꼭 잊지 않아야 하는 마음가짐이 하나 있다. 비단, 수영뿐만이 아닐 터이지만. 다른 사람을 부러워하지도, 비교하지도, 조급함을 느끼며 잘하기 위해 욕심을 부리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다. 대신, 여전히 부족하지만 스스로를 인정하고, 포기하지 않고, 그저 성실하게, 꾸준히 하면 된다. 막상 글로 풀어보고 나니 수영의 존재가 이리 단순했나 싶다. 그렇지만, 우린 대게 단순함에 마주하면 더 꼬아서 깊이 생각하며 어려워한다. 그래서 쉽게 입문했다가 금세, 도중에 포기하고 마는 존재가 어쩌면, ‘수영’이다.
수영을 막 배우기 시작한 때에, 정말 많은 감정이 복합적으로 들었다. 그동안 머릿속에만 맴돌던 수영 수업을 실제로 듣고 있는 스스로에 대한 효능감, 개구리 발동작이 생각처럼 되지 않아 속상한 마음, 너무 잘하려고 애쓰는 욕심에 지친 마음, 타인과 비교하며 좌절하는 마음 등이 아주 롤러코스터 타듯 오르락내리락했다. 항상 수많은 감정이 끼어들고 빠지길 반복했다. 특히, 물과 익숙해진 후 대략 2~3달쯤 뒤부터 자세에 집중하게 되는 때에 감정 수난 시대가 찾아왔다. 그때쯤엔 조금씩 앞으로 전진하기 시작한 개구리 발차기에 신이 나기도 하다가, 어느 날은 허리가 계속 가라앉아 앞으로 나가지 않는 모습에 스스로 속상해하며 성급한 성격을 탓하기도 했다. 결국은 늘 ‘난 언제쯤….’에 도달하고 만다.
그러다 깨달았다. 수영은 ‘짱구는 못 말려 ost’의 ‘개미는(뚠뚠) 오늘도 열심히 일을 하네(뚠뚠)’처럼 해야 한다는 걸 말이다. 복잡한 감정에 휘말리는 대신에, '못해도 나, 잘해도 나'임을 인정하고, 그저 꾸준히 하고 있다는 점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는 걸. 한 번 이를 몸소 깨닫고 나니 이후로도 자연스레, 아무리 상어처럼 슝슝 앞질러, 옆 질러가는 사람들을 보아도 타격이 없어졌다. 슬슬 나의 페이스를 찾아가고 있다는 신호이다.
긍정적인 신호와 함께 평범하게 꾸준히 하다 보니 비로소 조금씩 목표하던 바를 이루는 수영인이 되었다. 하루가 쌓여 일주일이 되고, 일주일이 반복되어 한 달, 한 달이 누적되어 몇 달이 지나 일 년, 이년, 삼 년이 지났다. 다행히도, 배우는 기간과 실력은 비례했다. 어느새 실력도, 수영을 대하는 마음의 여유도 커졌다. 이제는 물과 수영을 즐기는 방법을 완전히 알게 되었고, 온전히 물속을 즐기고 있다. 우리 아빠가 물려준 성실함 한 스푼, 수영에 대한 첫사랑 한 스푼이 섞여 '단순함의 끝판왕, 수영'을 삶의 일부로 들여온 나의 인생이 참 마음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