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인들의 혈액형

나는 1~3 시형

by 김혜미
수영인들의 혈액형

사람들의 신체 시계에 따라 아침형, 올빼미형으로 나뉘는 것처럼 수영인들에게도 자신만의 혈액형이 존재한다. 수영은 시간대별로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다. 새벽, 아침, 정오 지난 낮, 삼삼오오 모여 저녁 먹기 시작할 즈음 시작하는 저녁 수영까지 이들은 미묘하게 수영을 가기 전, 수영 중, 후의 느낌이 다 다르다.


새벽/아침 수영은 격렬한 운동의 효과를 바라는 것보다 아침의 느긋한 여유를 얻기 위함이라고 볼 수 있다. 오전 수영은 수영장이 집이나 회사 근처에 있거나, 호텔 수영장처럼 눈 뜨고 수영복으로 갈아입은 후 나가기만 하면 물이 있을 때야말로 오전 수영의 다짐을 할 수 있는 만큼, 호락호락한 존재는 아니다. 그렇지만 큰 다짐을 이뤄내면 쉽게 얻지 못하는 게으른 아침, 여유로운 시간을 개운하게 만끽하는 행복을 얻을 수 있다.


정오가 지나 1~3시에 사이에 시작하는 낮 수영은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하는 시간대이다. 우선 시간상으로 여유가 많은 자에게만 허락되는 시간인 탓에 사람이 그나마 적다. 나의 경우, 에너지가 제일 가득한 시간대이다. 아침형 인간으로서 아침에 제일 많은 에너지를 쏟을 수 있을 거로 생각했는데, 막상 아침에는 몽롱한 기운이 남아서인지, 아직 몸이 찌뿌둥해서인지 에너지를 마음껏 발산하기보다는 오히려 적당히 에너지를 쏟고, 적당히 충전되는 느낌이 든다. 그러나 아침을 일찍 8시 안으로 한 번 먹고, 수영을 가기 전 바나나 또는 땅콩잼을 바른 호밀빵을 같이 먹은 후에 수영장으로 향하는 오후 1시에서 2시 사이에는 힘찬 에너지에 엔진이 부릉부릉 걸린다. 또, 정말 하기 싫거나 시간이 없지 않은 이상 헬스를 조금 하고 물속으로 들어가는 편이다. 아침 수영을 할 때는 아침부터 쇠냄새를 맡기 싫다는 핑계를 대며 늘 근력 운동은 넘긴 채, 곧장 샤워하고 수영장에 들어간다. 그래서였을까, 항상 몸이 굳어져 있었다. 낮에는 비교적 헬스를 여유롭게 하고, 개운하게 샤워하고, 수영해서인지 엔돌핀이 여기저기서 솟아 나온다. 신기한 건 가득 찬 엔돌핀을 다 뿜고 왔음에도, 샤워실에서 씻고 나와 옷을 입고 수영장 밖을 나서는 순간 에너지가 최대치로 완충된다. 그래서 마음에 든다. 나의 수영 혈액형이 1~3 시형이라는 게.


삼삼오오 모여 저녁 먹기 시작할 즈음의 오후 6~7시에 시작하는 저녁 수영은 직장인들의 밭이다. 아직 직장인들과 함께 어울려 수영을 해보지는 않았던 터라, 수영장 안에서의 그들 모습은 어떠한지 모르겠다. 그런데도 어렴풋이 그동안 나의 저녁 수영이 끝나고 바로 들어오는 직장인들의 모습을 보며 지켜본 모습이 몇 있다. 대체로 하루 동안 누적된 피로를 샤워기 아래서 풀고 있는 사람들, 정신없이 들어와 옷을 거칠게 벗고, 사물함에 밀어 넣으며 쿵쿵 마음의 소리를 드러내는 분들, 이 시간만을 기다렸다는 듯 설렘 가득한 얼굴로 들어오는 사람들 등 다양한 직장인들을 만날 수 있었다. 만약, 내가 퇴근하고 직장인들과 어울려 수영한다고 생각해 봤을 때, 혼자 피로를 풀고 싶은 마음과 누군가 나의 피로를 조금 녹여주었으면 하는 사이의 마음을 가지고 있을 거 같다. 그렇게 하나둘 모여 물속에서 서로의 피로를 녹여주고, 에너지를 충전시켜주고 있는 게 아닐까 싶다.


아무튼, 위 시간대들이 어떻든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면 ‘아무튼, 수영’이라는 점이다. 아무튼, 수영이기에 수영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시간대가 어떻든 소중한 24시간의 시간을 쪼개어, 수영할 수 있음에 진정한 행복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