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배속으로 흐르는 락스물의 시간

벌써 40분이 지났다니!

by 김혜미
2배속으로 흐르는 락스물의 시간

정확히 오후 한 시에 워치의 ‘수영’ 기록을 딱 누르고,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안 쉬고 자유형 몇 바퀴를 돌기 시작했다. 그날 유독 생각할 거리가 많았는지 숨이 차오르는 걸 느끼지 못하고,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자칭 반 인어공주로서 레인 바퀴를 쉴 새 없이 돌다가 ‘이젠 몸을 위해 좀 쉬어주자.’하고 잠시 멈추고, 호흡을 가다듬었다. 습기 찬 물안경을 들어 올려 수모에 접착시킨 후, ‘몇 분이 지났나?’ 동그란 시계를 쳐다보니 어느새 40분이 훌쩍 지나있었다. ‘어…. 실화야..?’


길어봤자 최대 이십여 분 정도 지나지 않았을까 했는데 정확히 2배속으로 락스 물에서의 시간이 흘러가고 있었다. 곧 있으면 자유 수영 시간이 끝나기 때문에 내게 남은 시간은 단 20분이었다. 잠깐 자유형 몇 바퀴 돌고, 여러 영법 여러 가지 혼합으로 섞어가며 연습하려고 했는데 자유형만 돌다가 40분이 훌쩍 지나버렸다. ‘나…. 아직 평영도, 접영도 못했는데..?’


그날 연습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늘 해오던 대로 오늘 수영하는 모습을 머릿속으로 다시 한번 모니터링하며 돌이켜 보았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여태까지 이토록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무언가에 열정적으로 전념했던 적이 있었을까?’

‘아무리 전념해도 에너지가 다 방전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이로부터 100% 완충되는 경험을 한 적이 있었을까.’ 이 경험이 바로 좋아하는 일을 할 때 느낄 수 있는 스릴이자 행복의 감정인가 싶었다.


늘 수없이 스쳐 들었던 대다수의 꿈, ‘좋아하면서 잘하는 걸 하며 인생을 살고 싶어요.’

늘 전자는 많았지만, 명확히 당당하게 후자를 대며 말할 수 있는 게 없었는데 이번에는 어느 정도 자신을 가지고 이야기할 수 있을 거 같다. 아직도 고치려고 하면 고칠 점이 수두룩한 수영이지만, 그런데도 좋아하며 잘하는 걸 하나 선택하라고 한다면 나도 이제는 ‘수영’을 콕 집어 골라 이야기하며 다닐 수 있을 거 같다.

늘 2배속 이상으로 흐르는 락스물에서의 시간을 즐기며, 물과 함께하는 삶을 보내고 싶다. 앞으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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