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수영장 마감 시간과 함께

오후 4시 30분

by 김혜미
늘 수영장 마감 시간과 함께

수영 실력을 얼른 늘리고 싶어서, 레슨 시간 때 배운 자세들을 까먹지 않고 후다닥 적용하고 싶은 마음에 틈만 나면 시간을 쪼개어 수영장에 가던 한 해가 있었다. 그 일 년 동안은 평일이던, 주말이던 자유 수영을 꾸준히 나갔다. 평일의 경우, 할머님들의 아쿠아로빅 시간이 끝난 직후인 1시부터 자유 수영이 시작되고, 주말에는 오전부터 수영을 할 수 있지만 난 늘 마감 시간 한 시간 전부터 수영을 시작했다. 이것도 나름의 전략이었다. 많은 사람에 비해 작은 수영장이 동네에 하나 있는 터라 수영을 할 때면 한 레인에 4~5명이 들어있을 때도 있다. 누군가에게는 운동량을 더할 수 있는 회전초밥의 날일 수도 있지만, 나 같은 초보자들에게는 회전초밥처럼 돌고 도는 레인이 어마어마하게 느껴지고, 괜히 위축되어버렸다. 이는 수영에 금방 자신감을 잃을 수 있는 지름길이다. 다행히도, 나름 자존감을 깎아내리지 않고, 수영에 대한 재미도 붙여가며 수영인의 생활을 행복하게 이어 나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다. 바로, 마감 시간 한 시간 전에 수영하러 들어가면 된다는 점이다.

다니던 수영장에서는 대부분의 수영인이 점심을 먹기 전에 수영을 끝내거나 혹은 점심시간이 약간 지난 2~3시까지 수영을 마치고 씻으러 들어간다. 수영장의 패턴을 익힌 자로서, 이 시간대를 피해 그들이 수영장 물 밖으로 나오는 3시 즈음 들어가서 마감 시간인 4시 30분까지 연습하는 루틴을 만들었다.


하나둘씩 사람들이 물 밖으로 나가면서 여유가 생긴 나는 그동안 선생님께 받았던 피드백을 숙지하는 데 전념했다. 예를 들면, 사람이 없을 때 평영 발차기를 마음껏 천천히 연습하기도, 뒤따라오는 사람이 아예 없는 경우에는 두 허벅지 사이에 땅콩볼(*풀부이)을 끼고, 팔만 연습해볼 수도 있었다. 특히, 평영 자세를 연습할 때는 제일 속도가 느린 영법인 탓에 암묵적으로 앞사람이 평영을 하면 뒷사람도 평영으로 뒤따라가고는 한다. 그렇기에 자유형으로 속도를 내며 회전초밥을 돌리고 있는 상황에서 나 홀로 유유자적하게 평영을 취할 수는 없다. 그러니 마감 시간이 다가올 때의 수영 시간은 정말이지, 나를 위한 선물이나 다름없었다. 특히나, 눈이 펑펑 내리는 겨울이나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에는 주말이 굉장히 여유롭다. 수영장을 잘 분석한 사람이라면 ‘땡잡은 날’이라는 말을 마음속에서 하는 날이기도 하다. 땡잡은 날에는 그동안 사람들이 있어서 부끄러워 잘하지 못했던 접영이나 배영 등을 원없이, 여유로이 연습하곤 했다.


이렇게 사계절을 수영만 하다 보낸 해는 처음이자, 인생 터닝포인트였다. 그리고 수영은 어느새 삶의 일부로 자리 잡아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어버렸다. 수영을 가야지 하고 의무적으로 가는 날도 있었지만 정신 차려보니 눈 뜨자마자 수영복을 챙기거나, 전 날밤 물안경에 안티포그액(*김서림 방지액)을 발라놓는 등 수영장에 갈 채비를 이미 하고 있었다. 정신보다 마음이 수영을 향하고 있던 것이다. 마음이 향하는 대로 수영을 하다 보니 어느새 사계절을 수영으로 꽉 채웠다. 이 루틴에 큰 도움이 되었던 건 아마, 수영장 마감 시간 오후 ‘4시 30분’, 이왕이면 평일보다는 주말, 한낮보다는 주말의 저녁을 향하는 시간대 덕분이지 않았을까.


아쉽게도 곧 있으면 낮 수영을 더 이상 즐길 수 없게 된다. 아마 대부분의 직장 수영인들처럼 새벽이나 저녁 수영으로 시간대를 바꾸게 될 거 같다. 앞으로 가장 사랑하는 시간대인 햇살 비치는 수영장에서의 수영 시간을 즐길 수는 없겠지만, 저녁의 또 다른 매력으로 인한 수영의 재미가 더해지지 않을까하는 적당한 기대감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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