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태어난다면 김여름

프롤로그

by 김혜미
프롤로그

사주에 관심이 없어서 이 세계에 대해 잘 모르지만, 만약 전생이 있다면 분명 물과 관련된 존재이지 않을까 싶다. 나는 물을 좋아한다. 마시는 물도, 수영장 물도, 심지어 눈에 물이 조금이라도 들어가면 따가움을 전해주는 바닷물까지도 좋다. 하지만 나는 처음부터 물의 세계와 친한 편은 아니었다. 2021년 전까지는 마시는 물만 좋아한다고 생각할 정도 였으니 말이다.


365일 여행자로서, 두 발로 뚜벅뚜벅 걸으며 그 나라, 그 지역을 느끼는 것만으로도 마음에 들었지만 늘 마음 한편에 아쉬움이 남았다. 어디를 가든 빠져보고 싶은, 물속이 궁금한 예쁜 물이 있다. 그에 비해, 물속으로 과감하게 뛰어들지 못하는 나의 모습 또한 있다. 특히, 야자수 가득한 여름 나라로 떠날 때, ‘나도 저 사람들처럼 풍덩 물에 빠져보고 싶다.’, ‘나도….’에 멈추는 그 순간이 늘 아쉬움으로 잔잔하게 남았다.


그러다 하루는, 누군가로부터 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 70%가 바닷속에 있다는 소리를 듣고, 갑자기 이 70%의 세계를 내 눈으로 직접 들여다보고 싶다는 마음이 솟구쳤다. 그때부터였을까, 늘 마음속에 나처럼 발장구만 첨벙첨벙하는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그 소망, ‘나도 수영 배워서 물속을 자유롭게 유영하고 싶다.’를 꿈꾸게 되었다.


꿈을 간직한 채, 시간이 좀 흘러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가 터졌다. 시간만 나면 낯선 곳에서 낯선 이들과 새로운 세계를 들여다보는 걸 좋아하는 내게 정말 답답한 한 해였다. 어영부영 한 해를 흘려보내고 나니, 이 상황 속에서도 무언가를 배워보자는 욕구가 스멀스멀 발동이 걸리고 있었다. 불현듯 마음 깊숙이 자리 잡고 있던 '수영'이 떠올랐고, 곧바로 실행에 옮겨 배우기 시작했다. 그때를 계기로, 지금은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매일 수영장을 찾는 3년 차 수영인으로 성장했다.


수영을 시작하게 된 그날부터 지금까지의 나날들이 20대 초반의 인생 중 가장 큰 터닝포인트였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수영이 주는 편안한 행복 속에서 헤엄치고 있다.


다시 태어나 이름을 새롭게 지을 수 있다면, ‘김여름’으로 지어야겠다.

김여름으로 살며, 일 년 내내 여름이고 싶으니 말이다.


이제는 ‘물 없는 김여름’을 떠올릴 수 없을 만큼, 천생연분인 나와 물과의 소중한 만남을 이 책을 통해서 천천히 풀어가고 싶다. 우연히 이 책을 접한 독자들께서, 수영을 몰라도, 못해도, 공감하며 잠시 물속으로 순간이동을 다녀온 듯한 그런 몽롱함과 설렘을 살포시 느끼기를 바라며. 조금 더 욕심을 보태어 물과 친해지고 싶은 마음이 잠시라도 들게 되어, 물과 한 발 더 가까워지는 여러분이 되기를 바라며, 진심을 담아 물에 대한 사랑을 꾹꾹 담아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