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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수종 Dec 20. 2023

잘 바라봐야 좋은 글을 쓸 수 있다.

-자의식 과잉에서 벗어나기

브런치 덕분에 글 쓰기에 대해 매일 조금씩 배운다. 다른 작가님의 글을 읽으면서 이런 주제로도 쓸 수 있구나, 주변을 이토록 섬세하게 관찰하고 아름답게 표현하다니 감탄한 적이 많다. 다른 분의 글에 자극을 받고 새로운 바람이 불어온다.


최근까지 엄마와의 문제를 알아내고 해결하느라 심리학책과 괴로운 마음을 다스리기 위한 관련 책들만 주로 읽었다. 늘 마음을 알아차려라, 과거에 집착하지 말고 현재를 살아라 같은 생각의 감옥에서 벗어나게 도와주고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책들만 읽고 또 읽었다.


문제 해결을 위한 독서였고 글쓰기였다. 내 글의 내용 대부분이 몇 십 년간 해결하지 못한 채 끌고 온 삶의 문제를 깨닫고 해결하는 과정이었다. 100편이 넘는 글의 대부분이 그랬다. 외부보다는 나의 내면의 문제 인식과 성찰이었다.


50세가 넘어서도 이렇게 나 자신에만 몰입해 있는 것이 참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사춘기 소녀도 아니고 이 나이까지 자신에만 매달리는 것이 지긋지긋했다. 내가 유난하다는 생각도 했다. 그때 서박하 작가님의 브런치에서 ‘글을 처음 쓰기 시작할 때는 자신에 대해서 쓰고 이후에 다른 사람 그리고 마지막으로 소설을 쓴다’는 내용을 보고 내가 이상한 건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


세상의 아름다움을 포착해서 묘사하는 표현력이 부족하다. 그런데 내가 제일 써보고 싶은 글이 그런 글이다. 너무 못하는데 매일 그런 글을 쓰고 싶다고 생각한다. 그런 글을 읽거나 쓰려고만 해도 기분이 좋아진다. 그런데 표현력이 많이 부족하다. 모든 편견에서 벗어나 그 대상을 처음 보는 아이처럼 순수하게 바라봐야 좋은 표현이 나올 거라는 걸 이론적으로는 아는데 자꾸 잡념이 끼어들고 온 마음으로 바라보지 못한다.  


좀 더 마음을 열고 오래도록 지켜보고 그것에 순간적이라도 몰입해야 되는 일인 것 같은데 늘 자신에 대한 생각과 부정적 감정들이 아직도 그렇게 많다.


지나간 일과 그로 인해 남은 감정의 찌꺼기들에 집착하는데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쓴다. 긴 시간 책 읽고 마음수행 하면서 그럴 필요 없고 그런다고 해결되지 않는다는 걸 머리로는 아는데도 나의 생각은 자꾸 그곳에 머문다. 54년간 불안감과 두려움 속에서 내 속만 붙들고 늘어지거나 그게 너무 괴로워 회피한 채 책과 음악과 영화 속에서 그 마음을 잊고자 했다.


그래서 그런지 진짜 세상을 잘 몰랐다. 세상과 사랑하는 가족에게조차 온전한 관심을 주지 못했다. 내면의 불편함을 제때 해결하지 않아 내 눈은 멀어있었고 세상을 제대로 보는 일이 아직도 어렵다. 내가 그런 상태라는 것조차 깨달은 지 얼마 되지 않으니 그 시간 동안 굳어져 있는 감정의 패턴을 발견하는 것도 힘들었다. 세상을 온전히 마주하며 살아가지 못했고 내 굴 속에 갇혀 매일 똑같은 감정의 패턴을 반복하고 있었다.


과거는 지나갔다. 내가 거기에 힘을 부여하고 붙잡지 않으면 그냥 흘러간다. 그대로 흘러가게 놔두고 난 오늘의 태양과 나무를 매일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고 싶다. 겨울의 쨍한 공기 속에 서 있는 나무의 모습과 메말랐지만 그 시기도 묵묵히 어떤 판단과 자책도 없이 견디는 모습을 자세히 관찰하며 배우고 싶다.


겨울이라 나뭇잎이 말랐는데 왜 이렇게 건조할까 조바심 내고, 소나무처럼 1년 내내 푸르러야 하는데, 저 꽃나무처럼 예쁘고 싶은데, 저 나무처럼 열매를 맺어야 할 텐데 하면서 다른 나무가 어떤 시간을 견디고 지금 그 모습으로 서 있는지도 모르면서 그렇게 옹졸하게 서 있다.


예쁜 꽃과 열매를 맺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배우고 훈련해야 할 때다. 유아들과 그림을 그리거나 만들기를 할 때도 대상을 깊이 있게 관찰해 보고 직접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갖고 서로 이야기하면서 미처 보지 못한 것까지 볼 기회를 갖는다. 이렇게 다방면으로 대상을 알아나가는 과정을 거치면서 그 대상에 대해 갖고 있던 편견을 부수고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아름다움을 찾아내어 자신만의 독특한 표현을 하도록 했으면서 스스로는 그걸 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난 교육자였지 직접 그 일을 하는 학생이 될 생각은 하지 못했던 거 같다. 어떻게 지도해야 아이들의 창의성을 이끌어낼 수 있는지 연구하고 지도하면서도 스스로 해보겠다는 생각은 못했다.


동작지도를 할 때도 단순히 ‘나비처럼 움직여보자’라고 하면 팔을 휘둘러 나비의 날개 짓 만을 표현할 것이다. 수업시간에 학생들에게 시도했을 때 90% 이상이 그렇게 했다. 그 후에 나비의 다양한 움직임과 모습을 보여주는 다큐멘터리를 보고 나비 관련 그림책과 과학책을 읽고 동극도 해보고 나비를 만들어도 보고 관련음악을 들으며 표현해보게 했을 때 미처 생각지도 못한 창의적이고 재밌는 표현들이 나타난다.


아이들이 그리는 나비의 모습도 굉장히 세밀해지고 다양해진다. 나비가 꽃에서 꿀을 빠는 모습, 날개를 접고 앉아있는 모습, 번데기에서 나오는 모습 등등 한계가 없다. 그걸 그림과 동작, 언어 등 원하는 것으로 표현해 낸다.


내가 쓰고 싶은 글은 아름다운 세상을 묘사하는 거다. 눈에 보이는 또는 보이지 않는 귀한 것들을 세상에 소개하고 내보이는 일이다. 포착되지 못해 아직 드러나지 못한 아름다움 들을 찾아서 표현하는 거다. 그게 가장 하고 싶은 일인데 능력이 없다고 푸념만 하지 말고 내 생각에서 벗어나 외부에 시선을 주고 온 마음으로 바라보는 훈련을 해봐야겠다. 스스로를 키우고 가르쳐야 할게 아직도 참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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