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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수종 Jan 24. 2024

나를 인정하기 시작했다!

-나 인정하고 이해하기

요즘 좀 게으르고 느슨해진 거 같아 <최고의 변화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와 <절제 수업>을 읽고 있다. 새로운 관점으로 정신이 번쩍 들게 해주는 좋은 책들이다.


“목적은 성격보다 상위에 있다. 확고한 목적의식이 없다면 성격은 고통 회피와 쾌락 추구라는 동물적이고 낮은 수준의 작동 방식에 기초할 것이다. ”


“목적에 따라 움직인다면 성격에 갇히지 않고 유연해지며 원하는 존재가 되기 위해 고통이나 쾌락과는 상관없이 결정을 내리게 된다. 어떤 목적을 추구할지 진지하게 생각한다면 그에 따라 성격도 바뀐다. 목적은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선택하는 것이다. 목적을 찾아다니기를 멈추고 선택한 다음 그 선택이 나를 변화시키도록 해야 한다.”-< 최고의 변화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중에서


는 내용이 눈에 들어왔다.


늘 성격은 인생 초반에 정해진다고 생각했다. 영유아기의 이런저런 경험과 유전적 요인으로 결정되기 때문에 쉽게 바꿀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는 진짜 원하는 모습이 있다면 성격까지도 바꿀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한다.


나에게는 간절히 원하는 모습이 있다. 충동적으로 소비하고 나쁜 음식을 먹으며 한없이 텔레비전 채널을 돌리는 모습은 절대 아니다. 게으름과 안일함에 빠져 늙어 죽고 싶지 않다. 지금이라도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원하는 삶을 살고 싶다는 욕구가 커졌다.


건강하지만 약간 마른 듯 한 탄탄한 모습에 여전히 총기로 가득 찬 눈을 빛내며 원하는 일을 하며 타인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노인으로 늙어가고 싶다.


그런 이상적 모습을 마음에 새기고 성격과 생활 태도를 변화시키기 위한 노력을 몇 년 전부터 해오고 있다. 절제하고 자신을 통제하는 것이 힘들고 불편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결국에는 정신적 평화와 행복을 가져다준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1월 초 제주도 여행을 다녀온 후 다시 건강한 식단을 하고 집안 정리를 시작했다. 맛있는 음식을 자주 먹을수록 그 순간의 즐거움을 담보로 몸은 점점 더 무거워지고 힘이 들었다. 쾌락의 결과는 고통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먹을 때 큰 즐거움은 없지만 건강한 음식을 먹고 쓸데없는 물건을 정리한 후 단순해진 공간이 주는 은은한 행복감의 중독성이 생각보다 컸다.


재작년 담낭제거 수술 후 살도 많이 빠지고 몸이 허해져서 입에 맛있는 거라도 잘 먹어서 빨리 몸을 회복하는 데에 집중하다 보니 ‘탄수는 탄수를 부른다’는 명제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탄수화물 세상에 빠져드니 맛있는 케이크, 과자, 짜장면, 칼국수, 각종 튀긴 음식들이 연쇄적으로 당기는 행복한 지옥이었다. 처음엔 ‘그래 이렇게 적당히 먹자, 조금만 먹으면 괜찮아’ 했는데 어느 순간 ‘적당히’의 선을 넘어가 벼렸다. 적당히는 없었다. 단번에 끊어야 한다.


건강한 식재료를 사들였다. 양배추, 아보카도, 당근, 단호박, 건강한 고기와 치즈 같은 자연 그대로의 식재료를 주문해서 당근 라페도 만들고 두부면으로 명란크림파스타도 만들어 먹었다. 비빔밥 나물들은 늘 구비해 두고 블루베리와 토마토, 귤 정도의 과일만 조금씩 먹는다. 건강한 탄수화물과 단백질 위주로 먹기 시작했다. 그러자 며칠 되지도 않았는데 신기하게도 과자나 단 음식에 대한 갈망이 잦아들기 시작했다.


몇 년 전 살을 빼기 위해 저탄고지 식단을 할 때 살이 빠지는 즐거움보다 몸 컨디션이 좋아지고 기분이 상쾌해지는 느낌을 평생 처음 경험했었다. 그 기분이 너무 좋아서 쉽게 다시 돌아올 수 있었다. 불쾌하고 우울한 기분에 음식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걸 그때 알게 되었다. 그 뒤로 작심삼일을 아주 자주 한다. 집정리도 마찬가지다. 쓰레기와 필요 없는 물건들을 나누고 버린 후 단순하고 깨끗해진 공간에 있을 때의 쾌적함이 그 어떤 즐거움보다 크기에 계속 돌아오게 된다.


그러고 보니 나에게 좋은 습관이 많이 생겼다. 천성이 게으르고 겁이 많아 새로운 시도를 못한다고 생각했는데 원하는 모습이 생기고 인생의 목적이 생기고부터는 성격마저 변한 게 사실이었다.


이미 그 책대로 하고 있었다니!


성급하고 마음 불편한 일은 어떻게든지 드러내고 투덜대곤 했는데 이제는 혼자서 잘 녹여내게 되었다. 마음을 다스릴 책을 읽고 자신에게 좋은 말을 해주고 글로 그 마음을 풀어내는 습관을 갖게 되었다.


전에는 나의 나쁜 습관들과 안 좋은 면 때문에 괴로워하는 글을 많이 썼는데 이제는 이렇게 좋은 습관을 갖게 되었다는 글을 쓰게 되었다.


어릴 때 친구들도 지금 나의 성격이 훨씬 편안하고 좋아진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하곤 한다. 변하려고 한 나의 노력이 헛되지는 않았나 보다. 나이 들수록 이상한 사람이 되는 거 같지는 않아 다행이다. 자신을 돌아보게 해주는 책을 읽고 필사하며 마음에 새긴 것이 도움이 되었나 보다.


당연히 아직도 실수하고 의도치 않게 상처 주는 말을 종종 한다. 어제 만난 친구들에게 실언한 것들이 마음에 걸린다. 너무 말이 많은 게 늘 문제다. 잠시라도 의식하지 않으면 예전 버릇이 나온다. 그래도 조금이라도 나아졌으니 다행이라고, 이렇게 뒤늦게라도 깨달았으니 다행이라도 칭찬해 준다. 그래야 계속할 수 있으니까.


시작은 나를 더 조이기 위해 자기 계발서를 읽는다는 거였는데 쓰다 보니 이미 그렇게 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나를 칭찬하는 글이 써지다니... 이것도 큰 발전이다.


내가 나를 인정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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