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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수종 Feb 09. 2024

갱년기에도 활기차게 살아가는 법

-중년 이후의 삶 준비하기

나이가 들어가며 처음 겪는 신체적 변화들이 생겨나고 있다. 여러 군데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처음엔 당황하고 걱정도 되고 우울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어느 정도 받아들이고 있다. 젊을 때처럼 매일 입에 맛있는 음식과 술을 마시고 움직이지 않으면 생활이 되지 않는다는 걸 온몸으로 체험하는 중이다.


작심삼일이지만 나에게 맞는 좋은 음식에 대해 공부하고 만들어 먹는다. 거의 매일 나가서 6천보 이상을 걷는다. 날씨가 춥건 덥건 나간다. 너무 춥거나 더울 땐 쇼핑몰이나 서점 같은 실내라도 걷는다. 그러다 충동구매를 하게 되는 게 좀 문제지만 어쩔 수 없다.


정신건강을 위해 매일 밤 잠들기 전 마음을 다스리고 정신에 아름다운 내용을 채워 줄 책들을 읽는다. 특히 사람들과의 만남에서 부대낌이 생긴 날엔 반드시 마음 챙김에 관한 책을 읽고 그 마음을 간단하게라도 글로 써서 정리하고 잠자리에 든다. 그런 후 아침에 일어나면 그 마음이 어느 정도 정돈되면서 참을만한 일이 된다. 다음번 만남에 반복되는 경우가 있지만 또 그 과정을 반복하면 된다.


어느 정도 자신을 통제하고 관리하는 방법을 터득했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가족들에게 화내는 일이 거의 없어졌다. 짜증이 나고 서운하거나 답답한 내 감정을 스스로 컨트롤 할 수 있게 됐다.


나이를 이만큼 먹었으면 그 정도 노력은 해야 나이 값을 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이 나이에도 통제되지 않은 감정과 나이 들어 당연히 나빠지는 몸 컨디션에 대해 계속 배려를 요구해서는 안된다. 내가 감당해야 할 내 문제다. 가족이나 친한 친구들과 현 상태를 가끔 공유하고 공감을 주고받을 수는 있다. 그러나 그 정도에서 끝내야지 비슷한 처지의 친구나 각자의 인생의 짐을 지고 힘겹게 살아가는 가족에게까지 내 짐을 지우고 싶진 않다.


내 인생은 그 누구도 대신 살아줄 수 없다. 내 몸도 내가 끝까지 책임져야 한다. 인생 단계마다 마주하게 되는 과업은 내가 힘들어도 겪어내야 한다. 그리고 스스로 극복해야만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 아이들의 발달과업이 어려워 보인다고 부모가 대신해 주면 아이는 그 다음 단계로 나갈 수 없다. 배워야 할 것을 배우지 못해 평생 그 단계를 맴돌며 성장하지 못한다.


어른도 마찬가지다. 지금 내 나이는 에릭슨의 심리사회성 발달이론에 의하면 7단계인 장년기로 생산성 vs 침체기다.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의 지혜와 업적들을 다음 세대에 전달하면서 삶에 대한 보람과 생산성을 발휘하면 충만함을 느낄 수 있다. 반면 자신의 현재 상황에 대해 불평불만을 하고 살아온 인생에 대한 후회만을 한다면 침체기에 빠질 수밖에 없다.


지금 이 시기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마지막 단계에서 통찰력 있게 자신의 삶을 온전한 생으로 받아들이며 편안한 죽음을 맞이할 수 있다고 한다.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절망감과 후회 속에서 죽어갈 수밖에 없다.


내 한 몸을 책임지고 마지막에 잘 죽기 위한 준비를 지금부터 해야 한다. 달라지는 몸에 대한 공부를 하고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이고 젊을 때 저절로 되던 몸의 작용 – 소화나 수면패턴 –에 대한 노력이 시작되어야 할 때다.


이제는 운동이 선택이 아니라 필수고 그동안 좋아했던 커피나 기호 식품 등을 줄이거나 과감히 끊어야 할 때다. 아직 커피도 술도 끊지 못했지만 디카페인으로 바꾸거나 술은 친구들 만날 때 가끔 마시는 정도로 제한하고 있다.


이렇게 노력하고 관리한다고 해도 인생의 마지막 단계에는 어쩔 수 없이 자식이나 주변에 신세를 져야 하는 게 인간의 운명이다. 시부모님이나 친정 부모님 모두 깔끔한 성격에 자식에게 신세 지기 싫어하셨지만 시부모님도 3~4년 투병하시다 돌아가시고 친정엄마도 치매로 지금까지 나의 돌봄을 받고 계신다. 친정아빠만 뇌출혈로 쓰러지시고 중환자실에 계시다 한 달 만에 돌아가셨다.


그런 경험을 하다 보니 지금부터 자식에게 효도를 강요하거나 짐을 지우고 싶지 않다. 친정아빠처럼 죽을 때까지 내 손으로 식사 준비를 하고 어쩔 수 없는 도움 외에는 받지 않는 삶을 목표로 지금부터 준비하려고 한다.


내 감정의 쓰레기를 주변에 전가하지 않기 위해 스스로 감정 처리하는 방법을 배우려 노력하고 건강하게 죽기 위해 건강한 삶을 위한 공부와 노력을 시작했다.


친정아빠는 60대부터 86세에 돌아가실 때까지 하루 2시간씩 걸으셨고 아침마다 스트레칭을 하셨다. 도서관에서 음식 관련 책을 읽고 몸에 좋은 과일과 야채로 주스를 만들어 엄마에게 주시고 본인도 잘 챙겨 드셨다. 아빠 물건을 정리하다 보니 좋은 음식에 관한 내용이 빼곡히 적힌 노트를 발견할 수 있었다.


한 번도 아프다 불편하다는 불평 없이 아직은 할 만하다 하시며 스스로의 건강을 돌보시고 치매 엄마까지 돌보셨다. 매주 찾아가서 반찬을 해드리고 장을 봐드리긴 했지만 그런 아빠가 있어 큰 부담 없이 생활할 수 있었다. 그래도 결국 자식인 내가 아빠의 마지막을 정리해 드리고 엄마를 모셨다. 나도 아빠 같은 노년을 보내고 싶다. 아빠처럼만 살아야겠다고 다짐한다.


혼자서 보내는 이런 노력의 과정이 남들 앞에 설 때 건강한 미소를 띠게 도와준다. 난 실제 내 상황보다 건강해 보이고 젊어 보이고 싶다. 친구들을 만난다는 즐거움으로 아팠다가도 저절로 에너지가 솟고 기분이 좋아진다.


내가 친구들을 감정쓰레기통으로 쓰지 않기 위해 순간순간 정신을 차리고 실언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아직 멀었지만 노력하다 보면 불평불만만 많은 매일 아프다고 하는 할머니는 되지 않겠지라고 생각한다. 친정아빠는 한 번도 아프고 힘들다는 말씀을 하지 않았다. 그게 지금 너무 죄송하고 살피지 못한 무심함이 후회된다.


몸은 정신과 연결 되어 있다고 한다. 자신을 약자로 규정하고 자꾸 힘들고 아프다는 생각에 매몰되어 있으면 실제로 몸이 그렇게 반응한다는 내용의 책들을 많이 봤다.


최근에 본 <나이가 든다는 착각>, <당신이 플라시보다>라는 책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이야기가 자신의 몸과 나이에 대해 부정적으로 의식하고 늙었다고 생각하면 그대로 몸이 반응한다는 내용이다.


유명한 실험이 있다. 노인들을 젊은 20대 시절의 환경으로 꾸며진 집에 며칠 살게 한다. 옷차림이나 전자제품, 음악, TV프로그램, 책과 음식 모두 그 시절 그대로 세팅해 놓은 곳에 머물게 하자 등이 굽었던 할아버지의 등이 펴지고 여러 가지 신체적 반응이나 상태가 실제로 나아졌다고 한다. 마음이 젊으면 정말로 노화가 서서히 진행된다는 것을 보여준 실험이다.


나이가 들수록 신체를 돌보는 것뿐 아니라 정신건강을 돌보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것에 유연해질 필요가 있다. 젊은 사고방식을 유지하고 몸의 자연치유력을 믿어보고 조금씩이라도 힘을 내보자.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유지하고 힘들어지는 몸은 그동안 수고했다 아껴주고 달래 가며 살아보려고 한다. 아직은 가끔씩 무리도 해가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면서 죽을 때까지 내 한 몸 책임져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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