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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수종 Nov 20. 2023

나를 지키기 어렵다.

-나의 신념 지키기

사람들과 만나면 많이 즐겁고 좋다. 친구들과 친한 후배들, 아이 친구 엄마들 모두 좋아하는 사람들이고 만나면 늘 즐겁다.


하지만 가끔은 내가 매일매일 쌓아 올리고 있는 나의 작은 세상이 너무 하찮게 느껴지고 소중하게 지켜오고 있는 삶의 의미까지도 놓아버리고 싶게 만드는 순간도 있다. 나의 취향, 나의 글들, 나의 모든 것이 유치하고 부족한 느낌이 들게 되는 때가 있다.


만남에서 가끔 그런 느낌이 들게 되면 나의 모든 것이 참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다시금 현실에서 좋아 보이는 것들을 사들이고 내 생활을 처음부터 다시 점검하게 된다. 힘들게 쌓아 올린 나의 탑들이 그런 한순간에 흔적도 없이 무너져 내리는 경험을 참 많이도 한다.


좋은 의미의 생각과 생활의 점검이 아니라 나는 여전히 현실에서 동떨어진 유치한 내면에 머물고 있구나라는 자괴감이라 문제다. 내 것을 지키는 것에 회의가 일어나고 난 여전히 현실에 뿌리내리며 멋지게 살고 있지 못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머리를 내민다.


나의 것을 지키기 위해 혼자서 지내야 할까? 그것이 의미가 있을까? 사람이기 때문에 비교에서 자유롭기 어렵고 현실을 무시하기도 힘들다.


그 외줄 타기를 평생 해 오고 있었구나 라는 깨달음을 최근에 얻었다. 어릴 때도 늘 책을 읽고 삶의 진지한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하고 몰두하면서 현실에서는 어떤 직업을 갖는다던가 어떤 목표를 세우고 달성하는 일은 하지 못했다. 그러면서도 보여지는 것들은 아등바등 쫓아가려고 유행에는 민감하고 비싼 옷들을 사 입곤 했었다. 내적으로는 현실에서 초연한 세계를 추구하면서 누구보다도 민감하게 현실의 성공을 부러워하고 있었다.


그게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는거 같다. 사람은 참 변하지 않는 구나라고 느낀다. 지금도 이렇게 책 읽고 글 쓰며 나의 세계를 차근차근 잘 구축해 나가다가도 현실에서 성공한 사람들의 화려한 이력과 외적인 모습에 압도당해 풀이 죽는다.


논리적으로는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를 추구하고 사는 것이 더 의미 있고 좋다는 것을 느끼면서도 그런 성공과 외적인 모습에 끝까지 초연하지 못한 이유는 뭘까?


대놓고 세속적이고 정직하게 성공을 추구하며 사는 것에는 또 뭔가 부족하다고 생각해, 허술한 나의 세계를 만들며 행복감을 느끼면서도 그 누구보다 세속적이고 비교에서 자유롭지 못한 나를 볼 때마다 혼란스럽다. 그래서 최근에는 그런 나의 마음을 지키기 위해 사람들과의 만남을 좀 줄여야 하나 라는 생각도 했다. 집에서 혼자 책 읽고 글 쓰고 영화 보며 지낼 때는 이 마음을 지키기가 너무 쉬웠다.


그런데 세상 밖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잘 나간다는 누구누구의 이야기를 듣거나 보면 그 마음이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세차게 흔들린다. 그리고 나의 모든 것이 의미 없게 느껴진다. 한강변의 아파트, 매달 월세가 나오는 건물들 이런 것을 대놓고 추구하지는 않지만 부럽지 않은 건 아니다.


내가 작은 것에서 아름다움과 의미를 찾으려고 노력하는 것은 큰 것을 갖지 못하기 때문에 하는 억지스러움은 아닌가라는 못난 생각도 든다. 텔레비전과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등 사방에서 융단폭격처럼 그 마음을 흔들어댄다. 네가 갖지 못하니까 무시하는 척하는 거지 너도 그렇게 성공하고 부자가 될 기회가 있었으면 이런 궁상떠는 일은 하지 않을 걸 이라고 내가 나를 비웃는다.


나이를 이렇게 많이 먹은 나도 내 마음 하나 지키기가 이렇게 어려운데 요즘 아이들은 얼마나 심할까? 그래서인지 내가 살던 시대보다 훨씬 풍요롭고 여유 있는 시대를 살면서도 아이들이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 이런 세상에서 자기 자신을 지키는 일은 얼마나 어려운가? 자신의 꿈을 끝까지 지키고 나가는 일은 더욱더 희귀해진 시대다.


영상매체들의 요즘 트렌드를 보면 성공한 사람들에 대해 민망할 정도의 추앙을 해대고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를 지키는 사람들에 대한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보여지는 것뿐이다. 남들보다 잘 살고, 예쁘고, 잘 먹고, 잘해놓고 사는 모습들을 경쟁하듯 보여준다. 모두 매끈하게 다듬어진 인형 같은 모습을 하고 나와서 나처럼 성공하라고 부추기는 듯하다. 저렇게 다듬어진 모습이 아니면 뒤떨어진 것 같고 나만 못난 것 같은 생각이 들게 된다.


27세인 딸 친구들도 벌써부터 레이저 시술과 보톡스, 필러를 많이 맞는다고 하면서 자기도 코랑 턱에 뭘 맞고 싶다고 한다. 그렇게 젊을 때부터 시술을 받으면 앞으로 그 긴 세월을 계속 받겠다는 건지 내가 다 걱정된다. 모두가 연예인 수준의 외모를 추구하고 그 연예인들이 사는 집 같은 곳에서 살고 싶은 꿈을 꾸게 만든다.


사람들이 자신의 가치관을 나름대로 다양하게 구축하는 게 아니라 정보 공유가 빠른 시대다 보니 유행하는 가치관과 생활에 너무도 빠르고 강하게 휩쓸리는 거 같다.


사람들의 마음은 점점 더 약해지고 여려지는데 세상의 목소리는 더욱 강력해지고 있어서 입김한번에 모든 국민이 들썩이고 휘어 감기는 느낌이 든다. 이 나이가 되도록 나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데도 그 강한 현란함에 매 순간 흔들리는 나를 보며 당황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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