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힘을 주는 사람인가요?
- 아니면 힘을 빼앗는 사람인가요?
최근에 읽은 <세상 끝의 카페>에서 “자기의 존재 의미를 충족하며 사는 사람들, 그 사람들과 같이 있으면 어떻던가요?” “기분이 좋죠, 그 사람들의 열정에 전염이 되는 것 같아요. 자기 일에 대한 열정 말이에요. 그리고 나도 그 사람이 잘되게 도와주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죠.”라는 글을 보고 내가 왜 자기 일에 열심인 사람들을 보면 기분이 좋고 뭔가를 하고 싶은 의욕이 생기는지 알게 됐다.
이 책을 읽기 전에도 자신의 삶을 적극적으로 열심히 사는 에너지가 많은 사람들이 좋다는 생각을 했었다. 뒤에 앉아 냉소적으로 비판만 하고 자기는 다 안다는 투로 시시해서 안 한다는 사람이 이제는 더 이상 멋있지 않다. 좀 우습게 보여도 유치해 보일 지라도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거침없이 드러내며 열심히 사는 사람들에게 더 눈길이 간다.
현실에서 아는 사람이 아니라도 텔레비전에서 보거나 책에서 읽기만 해도 힘이 난다. 실제로 그런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면 마음이 환해지고 에너지를 받는 거 같아 기분이 좋다. 나이가 들어가고 에너지가 줄어들고 있어서 그럴까?
아픈 이야기나 우울한 이야기, 불평, 연예인 이야기는 별로 듣고 싶지도 하고 싶지도 않다. 연예인 이야기는 핸드폰만 열면 알고 싶지 않아도 폭탄 수준으로 쏟아져 들어오는데 사람들한테서까지 듣고 싶지 않다. 내가 원래부터 그랬던 거는 아니다. 친한 사람들에게 불평이나 속상하게 하는 사람들 험담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그렇게 한바탕 떠들고 오면 자기혐오로 더 힘들어졌고 에너지가 다 고갈된 느낌이 들었다.
요즘은 그냥 별 의미 없는 평범한 이야기, 기분 좋은 이야기를 하며 웃는 모임에 갈 때 더 기대가 되고 기분이 좋다. 서로의 감정 쓰레기통을 자처하며 만나기만 하면 주변 사람들 험담과 불평으로 맺어진 집단은 결국 자멸하게 되는 거 같다. 그런 만남 후에는 정말 기가 다 빨려서 며칠 동안 힘들었다.
내가 그런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 자주 나를 돌아본다. 그런 감정은 스스로 정돈하고 사람들을 만날 때는 좋은 기운만 주기 위해 노력한다. 내가 새롭게 알게 된 좋은 것들, 아름답고 좋은 장소들, 뭔가를 추구하는 희망찬 이야기를 하려고 노력한다.
사는 일상적인 이야기를 하거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려고 노력한다. 워낙 말이 많은 편이라 아무리 다짐해도 잘 안 되지만 매일매일 새롭게 다짐한다. 만나면 계속 웃느라 안면근육과 배가 아플 지경이 되는 친구들이 있다. 그런 친구들을 만나면 나까지 에너지가 채워지고 기분이 유쾌해진다.
사는데 좋은 일만 있는 사람은 없다. 누구든 아픔이 있고
말하기 힘든 마음의 골짜기가 있을 것이다. 예전에는 그 골짜기에 같이 가서 보여주고 나누어야 진짜 친해지고 돈독해지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렇지 않았다. 같이 그 골짜기에서 나오지 못하고 갇혀서 맴돌기만 하는 관계로 굳어져 버리기도 한다.
때로는 그 골짜기가 약점이 되어 비난의 화살로 돌아오기도 한다. 난 그걸 보여주고 위로받고 가까워지길 기대했는데 상대방은 그걸로 나를 낮춰보고 은근히 비난한다는 걸 알게 되고 다 같은 마음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
늘 좋은 면만 보여주고 힘들어도 안 그런 척해야 한다는 건 아니다. 당연히 친한 사람들끼리 만나 요즘 힘든 일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고 갱년기가 되어 나날이 변해가고 나빠지는 몸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다.
그런데 만날 때마다 자신이 힘들고 아픈 이야기만 하면 너도 나도 다 힘들고 아픈데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오히려 이 시기를 극복하기 위해 시도해 본 것들을 이야기하는 사람이 반갑다. 매일매일 경치 좋은 곳을 찾아 걸어 다니는 친구가 있다. 이 친구는 예전에 몸이 안 좋았는데 그렇게 걸어 다니고부터 훨씬 건강해지고 체력이 좋아졌다.
노르딕 워킹도 배워서 바르게 걷는 법에 대해 우리에게 알려준다. 걷기 좋은 곳을 안내해 줘서 서울 둘레길 모임도 만들었다. 이렇게 좋은 방식으로 어려운 시기를 헤쳐 나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게 좋다.
친한 후배들도 제주도나 전국의 좋다는 산책길을 너무도 잘 알고 안내해 준다. 그들 덕분에 좋은 곳에 많이 다녔다. 서로 별말 없이 경치를 보며 감탄하고 주변의 소박한 식당에서 밥 먹고 커피 한 잔 마시고 헤어지면 집에 와서도 오히려 힘이 난다. 이 만보 가까이 걷고 와도 집에만 있던 날보다 에너지가 넘쳐 집안일도 더 열심히 하게 된다. 며 칠 동안 그곳에서 찍은 경치사진을 보며 힘을 얻는다.
맛있는 음식과 맥주를 마시며 유쾌하게 이야기하거나 누군가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면 어설픈 충고가 아닌 따뜻한 위로를 건네는 친한 엄마들도 만나면 힘을 얻는다.
쓰다 보니 내가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많은 행복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 친구들과 지인들에게는 배울 점이 참 많다. 내가 주변 사람들에게 에너지를 빼앗는 사람인지 힘을 주고 의욕을 주는 사람인지만 자주 돌아보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