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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수종 Feb 22. 2024

뒷담화하지 않는 사람이 되려면

- <내가 엄마들 모임에 안 나가는 이유>를 읽고

<내가 엄마들 모임에 안 나가는 이유>라는 맘카페나 네이트 판에서 볼법한 제목의 책을 힘들게 빌려봤다. 얼마나 인기인지 도서관에서 두 달도 넘게 기다렸다. 자극적인 이상한 엄마들 이야기가 펼쳐질 줄 알았는데 의외로 깊이 있는 심리적 통찰이 엿보이는 좋은 책이었다.


많은 이야기들에 공감하면서 재미있게 던 중 나의 고민거리 중 하나에 답을 찾을 수 있었다. 나를 공격하는 말을 하는 사람들에게 반격을 하지 못하고 심지어는 내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하거나 어떻게든 그의 말에 맞추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고민이었다. 내가 그의 말대로 나를 바꾸면 공격하지 않으려나, 좋은 게 좋은 거니 그냥 수용하고 좋게 생각하자 이런 식이었다.


문제는 그냥 그렇게 끝나면 괜찮은데 사람 마음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솔직한 마음을 억누르고 가짜 감정을 말해야 할 때 내면에서는 그만큼의 분노가 생긴다. 미움받을 용기가 없어 앞에서는 친절하게 이야기하면서 차곡차곡 화가 쌓이는 거 같다. 앞에서는 잘해주면서 자꾸 험담이 새어 나온다.


진짜 감정과 다른 표현을 해야 할 때 생기는 불편감과 분노가 생각보다 강력했다. 납득하지 못하겠는 사람들까지 이해해 보려고 내 감정을 왜곡하고 이성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상황을 어떻게든 끼어 맞추려는 노력은 아무 소용이 없었다. 노력한 만큼의 분노가 쌓이고 쌓이다 기어이 폭발하고 만다.


그 분노가 내 몸과 정신을 좀 먹고 결국 그 사람과 멀어지게 만든다. 나 혼자 참고 싫은 소리 안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어떻게든 평화로운 관계를 지켜나가고 싶은 마음이 컸다. 그런데 내 마음이 너무 힘들었다.


“강압적인 집안 분위기에서 성장했거나 항상 착하게 살아야 한다고만 배웠지 자기를 지키는 법을 배우지 못한 사람은 공격을 받고도 방어하지 못한다.”


“상대가 무례해서 고통스러운 게 아니라 그 상황에서 아무 말 못 하는 자기 자신 때문에 고통스러운 것이다. ‘적당한 공격성’을 훈련해야 한다.” 바로 이거였다. 만남 후 억울함에 휩싸여 그 상황을 수 십 번씩 곱씹는다. 이때 내가 이렇게 한 마디 했어야 했는데 억울하고 답답함에 몇 날 며칠을 괴로워했다.


나와 비슷한 성향의 사람들이 주변에 많은데 같은 고민을 하고 뒤늦게 억울해한다. 너무 공감이 돼서 “한마디 하지 그랬어” 하고 같이 화 내주지만 정작 나도 그 한마디를 못 하고 뒤에서 험담을 하고 구시렁댄다. 이렇게 뒷담화 하는 것도 기분이 좋지 않다. 그러나 해결되지 못한 분노와 억울함이 자꾸 나를 험담하는 사람으로 만든다.


이 책에서는 대응법을 알려준다. ‘적당한 공격성’이라고 표현하면서 무심한듯, 때로는 유머러스하게 하고 싶은 한마디를 참지 말고 하라는 거다. 과연 얼마나 연습해야 그렇게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무례한 사람에게 적당한 공격을 하는 게 너그럽지 못하거나 인격적으로 미성숙한 것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


내가 추구하는 너그러움이나 성숙함이 ‘미숙한 착함’이었다는 것도 알게 됐다. <관계를 읽는 시간>에서 문요한 작가는 ”미숙한 착함에는 상대를 위한 배려가 아니라 남에게 칭찬과 인정을 받으려는 마음이 들어있다. 즉 이들은 상대에게 호감이나 환심을 사려고 친절과 배려를 베푼다. “ 그랬던거 같다. 미움받을 용기가 없고 착하고 좋은 사람으로 보이고 싶었던 거 같다.


“반면 ‘성숙한 착함’을 지난 사람은 자기 주관이 있지만 상대방의 입장을 존중할 줄 알고, 사람들의 시선이 아니라 자신의 내적 기준에 따라 옳고 그름을 구분해서 행동하며 어려움을 겪는 누군가를 보고 안타깝게 여기고 친절을 베푼다. 그래서 타인에게 호의를 얻기 위해 배려하지 않으며 배려하고도 돌려받길 바라지 않는다. 그래서 타인에게 휘둘리거나 끌려 다니는 법이 없다.”라고 한다.


구체적인 방법도 알려준다. “상대가 무례한 말을 할 때는 아무 말 없이 10초간 무표정으로 상대방을 바라보자. 침묵이 가장 확실한 공격이 될 수도 있다”라고 가르쳐준다. 꼭 기억해 두려고 한다. 난 무례한 말을 들으면 당황해서 변명하느라 허둥대고 감정적으로 굴어서 결과적으로 나 자신이 더 한심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 사람들한테 나를 변명하고 이해시킬 필요조차 없는 거였다.


“나는 어떤 사람과 함께 있을 때 가장 나답고 건강한가?” 한 번 생각해 봐야 할 문장이다. 나의 단점과 약점까지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은 안전하다고 느껴져 자신을 보호할 필요가 없다. 약점까지 이야기할 만큼 무장해제 되는 반면 어떤 사람 앞에서는 방어 태세를 갖추게 되고 자신을 변명하고 합리화하는 것으로 채워진 대화로 기운이 쪽 빠진다.


그 사람과 마주하고 있는 거 자체가 위기 상황이 되어 방어 태세를 갖추게 되는 것이다. 충고를 가장한 비난을 하고 자신의 우월함만을 이야기하는 사람 앞에서 나의 단점이 드러날 것 같은 위기 경보음이 울리니 날을 세우는 것이다. 이런 만남의 후유증은 오래간다. 에너지가 쪽 빠지고 불쾌한 기분에 몇 날 며칠을 되돌려 주지 못한 말들을 혼자 중얼거리며 고통스러워했다.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하지 않을 공격의 말을 해서 대처할 말을 준비할 수도 없게 하는 무례한 사람들이 이제 내 인생에서 거의 사라졌다. 앞으로는 이 책에서 배운 ‘적당한 공격성’을 발휘할 일이 없으면 좋겠지만 그런 일이 생긴다 해도 그 앞에서 할 말은 하고 뒤끝을 남기고 싶지 않다. 그래야 비겁하게 뒷담화하지 않는 사람이 될 수 있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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