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하고 품이 넓은 사람이 늘 부러웠다. ‘저 사람은 타고난 걸까? 어쩜 저렇게 마음이 평온해 보일까?’ 궁금했고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다. 타고난 성품이 좋고 안정적이고 좋은 환경에서 자라 큰 노력 없이 그런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나는 그런 사람은 아니었다. 자연스럽게 다정해지기 위해서는 보이지 않는 노력과 성찰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됐다.
한때는 겉으로의 말과 행동만으로 그런 사람이 될 수 있다고도 생각했다. 그러나 가식적인 다정함엔 후유증이 남는다. 문제들을 짊어진 채 부족한 에너지 상태에서는 어려운 일이었다. 나의 인내심은 금방 바닥이 나고 아주 작은 자극에도 그 가식은 탄로 나고 말았다.
나에게 먼저 다정해져야했다. 나의 보기 싫은 내면을 수치스러워하고 외면한 채 그런 사람을 연기하는 것은 진짜 삶이 아니었다. 왜 내 내면이 그렇게 황량하고 남에게 줄 사랑 한 점 없이 엉망인지 보살펴 줬어야 했다.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진짜 나의 욕구가 무엇인지 살펴봤어야 했다. 사랑과 인정을 받고 싶었는지, 문제를 제때 해결하지 못해 쌓인 쓰레기 더미 속에서 숨도 못 쉬고 있었던 건지 알아봐 주고 나를 먼저 건져내야 했다. 쓸데없는 수치심과 죄책감속에서 말라가는 나를 건져내는 게 먼저였다.
나를 잘 보살펴 에너지를 채워줘야 한다. 나에게 가장 중요했던 방법은 힘들게 하는 사람들에게서 멀어지는 일이었다. 제일 힘든 일은 나와 맞지 않는 사람들이었다. 만날 때마다 에너지를 한 방울도 남김없이 빼가는 사람들과는 가식적인 다정과 친절로도 해결되지 않았다. 끊어내든, 대처법을 미리 생각해 놓든 해야 더 이상 문제가 쌓이지 않는다.
매일 산책하기도 나에게 좋은 에너지 충전 방법 중 하나다. 좋아하는 장소들을 신나게 걸어 다니면 힘이 난다. 온몸이 순환되고 기분이 달라진다. 자연과 세상 속에서 힘을 얻는다.
또 하나의 방법은 독서와 복잡한 마음을 털어놓는 글쓰기다. 어지럽게 엉켜있는 실들을 하나하나 풀어내는 글을 쓰면서 마음속 청소가 됐다. 어느 때는 몇 날 며칠이 걸려도 풀어 내고 때로는 과감히 끊어가며 나의 실들을 차분히 준비시킨다. 그것이 카펫이 될지 멋진 카디건이나 코트가 될지는 내 마음이 알려줄 것이다.
다정한 사람이 되기 위한 나만의 준비과정을 글로 써보았다. 매일이 편안하고 행복하기 위한 삶의 지혜를 배우기 위해 노력한다. 책이든 주변 사람들에게서든 좋은 것은 다 배우고 내 것으로 만들어 보려고 한다. 마음의 갈등이 생길 땐 잠시 멈춰서 그 혼란스러운 마음을 들여다보는 법과 걱정에서 해방되는 법, 나의 신념을 지키는 법 등 많은 좋은 것들을 배웠다. 아직도 그 지혜를 능숙하게 적용하지는 못하지만 몰랐을 때의 삶과 완전히 바뀌었다. 마음이 편안해졌고 조금은 진짜 다정해진 거 같다.
내 문제 속에 빠져있을 때 보이지 않았던 소중한 사람들이 보이고 그들에게 다정해지기 위해 오늘도 고민하고 노력한다. 그 과정이 나에게는 정말 중요한 일이었다. 한결같은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 기억해야 할 과정을 정리해 보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