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 보내는 시간의 힘

by 박수종

나는 혼자서도 잘 지내는 편이다. 잘 논다. 혼밥도 잘하고 카페에 혼자 앉아있기도 잘한다. 누구에게 연락하고 시간 잡기 애매한 데 가고 싶은 곳이 있으면 그냥 혼자 간다. 주변에 사람도 많고 잘 지내지만 혼자 지내는 시간의 즐거움도 못지않게 좋아한다.


전에는 1년에 한두 번 카페에서 글을 썼는데 이제는 1주일에 1~2번 글을 쓰러 간다. 이렇게 몰입하는 시간이 너무 좋다. 잘 쓰지 못하는 글이지만 하나 완성하려면 1~2시간이 걸린다. 그 이상이 걸릴 때도 있다. 그 시간은 주변에 누가 있는지 아무 생각도 들지 않고 온전히 몰입한다. 브런치 덕분에 그 기쁨을 알게 되어서 행복하다.


혼자서 하는 일의 목록이 늘어났다. 예전에 혼자서 다닐 때는 주로 쇼핑하는 곳엘 갔다. 백화점이나 제일평화시장, 고터, 좀 나은 곳이 서점이었다. 지금은 거의 가지 않는다. 카페에 와서 글을 쓴다. 경제적이고 좋은 취미가 생겼다.


코로나가 심했던 2020년, 2021년에 특히 혼자 많이 다녔던 거 같다. 엄마까지 모시고 다섯 식구가 한집에서 복닥거리며 내 공간 하나 없이 하루에도 5~6번씩 밥을 차려야 하는 시간 속에서 혼자 있을 시간과 공간이 필요했다. 누구를 만나자고 하기도 어려운 시기라 잠깐 짬이 나면 나갔다. 그렇게 나가서 익선동에 가서 맛집 칼국수도 먹고 예쁜 카페에서 음악을 들으며 메모를 하는 그 시간이 너무 좋았다.


익선동이 너무 작아서 몇 바퀴를 돌아도 금방 다 구경을 하고 아쉬운 마음에 계속 걷다 보니 창경궁이 나왔다. 내 어릴 적 사진 속에만 남아있던 창경궁. 할머니 환갑 때 친척들과 창경궁 나들이를 갔다고 한다. 난 3살쯤이었고 기억에는 없다.


때는 아직 추운 3월 초였기에 사람들도 별로 없었다. 들어가서 여기저기 구경을 하다 보니 후원이 나타났다. 5000원이나 하는 입장료를 또 내야 했지만 들어가 보기로 했다. 후원은 정말 아름다웠다. 외국의 어느 멋진 관광지보다 더. 말로 표현하기 힘든 아름다움을 간직한 채 몇 백 년간 날 기다린 것 같았다. 사람들도 별로 없어서 혼자서 그 아름다움을 온전하게 감상할 수 있었다. 혼자라서 더 깊이 있게 볼 수 있었다.

사진으로는 아름다움의 백분의 일도 못 담았다.


나중에 알아보니 꽃이 피고 단풍이 드는 절정기에는 예매하기도 힘든 곳이라고 한다. 꽃 피고 단풍이 드는 시기의 후원 사진을 찾아보니 몇 단계를 넘어서는 저세상 아름다움이었지만 사람들에 치일 걸 생각하면 그렇게 나쁜 시기는 아니었다는 생각이 든다. 우연히 발길 가는 대로 가다 보니 이런 행운도 만난 거 같다.


혼자서 멋진 외출을 하고 들어오면 다시 몇 일간은 집안을 돌보고 엄마와 고3 아들을 돌볼 힘이 생겼다. 다들 집안에 갇혀있는 상황이었고 갑작스럽게 같이 살게 된 친정엄마와의 생활에 사위인 남편과 아이들 모두 불편하고 어려워했다. 낯선 곳에서의 생활로 치매가 더 깊어지는 것 같은 엄마를 돌보며 가족들의 그 모든 감정들을 받아내고 조절해야 하는 시간들이 힘에 부쳤다. 둘째가 고 3이라 코로나에 걸려서도 안 되고 집안에 큰 소리가 나는 갈등 상황이 일어나도 안 되었기에 살얼음판 같은 나날이었다.


온라인 수업을 준비해야 하는 남편에게 하루 종일 안방을 내주고 남편 서재방은 엄마에게 내어 드리고 난 의지할 곳 없이 오픈된 거실에서 늘 대기상태로 앉아있었다. 어느 것에도 몰입할 수 없었고 가족이 필요할 때 달려가야 하는 상태로 불안정하게 앉아있었다.


그렇게 참고 참다가 여러 번 폭발하기도 하며 자괴감과 죄책감을 느끼는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시간들이었다. 가끔 하는 혼자만의 외출과 카페로의 도피로 버텨낼 수 있었다. 그때 카페에서 처음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힘든 시간이었지만 결국 나에게 좋은 일이 되었다. 이렇게 좋은 취미를 갖게 만든 발판이 된 시간이었다.


엄마와 풀지 못한 마음의 앙금을 나 혼자지만 풀게 된 시간이기도 했다. 어려웠지만 꼭 필요한 시간이었다는 걸 지금에야 알게 되었다. 엄마와 지낸 그 시간을 그리워하기도 한다. 엄마한테 잘 못했던 일들이 마음에 남는다. 이렇게 금방 이별하게 될지 몰랐다. 5년이고 10년이고 평생 모셔야 한다고 생각했다.


어떤 일이든지 인생에서 필요 없었던 일은 없는 것 같다. 필요했기에 그 일이 일어난 거고 난 그 시간을 응시하고 마주하며 제대로 살아나가야 하는 거라는 걸 알게 됐다. 엄마와 그렇게 지지고 볶는 시간이 없었다면 지금 더 고통스럽고 이제는 대화도 외출도 불가능하게 된 엄마와의 얼마 남지 않은 이 시간을 견딜 수 없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은 코로나에 대한 두려움이 거의 사라졌고 사람들과의 만남이 많이 자유로워졌지만 혼자서도 즐겁고 의미 있게 보낼 방법들을 많이 생각한다. 앞으로 더 나이가 들면 아이들도 독립하고 사람들과 활발하게 만나지 못할 날들이 많아질 거다. 그때 그 많은 시간을 혼자서 잘 보낼 방법을 찾아야 하고 지금부터 익숙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서점이나 도서관서 ‘고독 ~’, ‘혼자 하는 ~’이런 단어가 들어간 책들을 보면 지나치지 못하고 들여다본다. 내 시간을 온전히 내가 원하는 것을 하며 지내는 시간들이 충만한 느낌을 준다. 사람들과 같이 지낼 때의 즐거움과 소통하는 기쁨도 좋아한다. 잘 맞는 친구들과 지인들과의 만남은 무엇보다 행복하고 인생을 의미 있게 만들어준다. 이제는 혼자 지내는 시간도 의미 있고 행복하게 보내고 싶다.


젊을 때는 아이들 키우고 강의하러 다니고 남는 시간에는 사람들과 어울리느라 혼자의 시간이 거의 없었다. 집에서도 혼자 있는 시간이 거의 없었다. 어쩌다 생기는 시간도 텔레비전을 보거나 쇼핑을 하면서 보냈다. 이제부터는 혼자의 시간도 즐겁고 의미 있게 보내는 방법들을 고민해보려고 한다. 글쓰기와 가보고 싶은 곳, 특히 혼자 감상해야 더 잘 볼 수 있는 곳에 가보기 외에 뭐가 있을까 즐겁게 고민해 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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