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 쓰레기를 남에게 던지지 마세요.

by 박수종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정확히 그 대상에게 할 수 있는 사람은 불행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불평불만을 엉뚱한 사람들에게 내던진다. 권위적이고 공격적인 부모에게 억울한 대우를 받는 아이들이 학교에서 친구들을 괴롭힌다. 편안하고 억울하지 않은 사람은 타인을 괴롭힐 이유가 없다. 부모와 대화가 끊기지 않고 믿음이 있는 아이들은 불만이 있을 때 직접 부모에게 이야기하지 친구를 괴롭힐 필요가 없다. 사람이 억울하고 화가 날 때 그 에너지는 절대 저절로 사라지지 않는다.


당장은 눈에 보이지 않고 기분전환 거리들로 사라진 것처럼 보이지만 내 마음, 내 몸 어딘가에 차곡차곡 쌓여 있다가 기회가 생길 때마다 매섭게 튀어나온다. 아이들만 그런 것은 아니다. 어른들도 마찬가지다. 단지 더 교묘하고 지능적이라 자기 자신도 알아차리지 못한다. 당하는 사람만 타인의 쓰레기를 투척당하고 어리둥절할 뿐이다.


이런 일들이 얼마나 많은가? 남편과 시부모에게 불만이 쌓인 주부는 남편을 닮은 아이에게 화풀이를 한다. 아이는 영문도 모르 채 엄마의 감정 쓰레기를 받는다. 아이는 동생이나 본인보다 약해 보이는 아이를 괴롭히며 그 화를 푼다. 직장에서 스트레스받은 남편이 부인과 자녀에게 화풀이를 한다.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본인의 상황일 때 알아차리고 바로잡을 수 있는 사람은 많아 보이지 않는다.


내가 지금까지 힘들었던 인간관계에는 이런 일들이 기본이었던 같다. 겉으로의 명분은 다 상대방의 잘못이었다. 하지만 진짜 울분의 대상이 아니었다. 아마도 본인의 부모님, 억울했던 상황, 자기 자신의 열등감 등등이 그 실체였을 것이다. 그걸 찾으려 하지 않은 채 부정적 감정의 보따리를 누군가에게 투척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이런 일은 가족관계에서만 일어나지 않는다. 사람들이 모인 곳이면 가장 약하고 만만해 보이는 사람에게 이런 부정적 감정을 투사하고 은근히 비난하면서 자신은 그런 감정 따위는 없는 사람처럼 아니 그런 감정을 극복한 훌륭한 사람인 것처럼 정신 승리한다. 인간은 이런 말도 안 되는 감정에 휘둘리고 행동의 동력이 된다는 걸 알게 됐다.


우리가 만남에서 돌아와 이상하게 어떤 말들을 곱씹게 되거나 나의 안 좋은 면만을 강조하며 판단하는 사람들을 만날 때가 있다. 그들은 그렇게 만만한 누군가에게 자신의 부정적 감정을 풀어내고 있는 중이다. 그 감정이 어디서 생겼고 누구에게 정확히 이야기해야 하는지 알지 못한다. 엉뚱한 사람에게 투사하며 잠시나마 개운해지는 것이다.


그들은 진정으로 자기 앞에 있는 대상과 교제를 하는 것이 아니다. 늘 자기 자신에만 몰두해 있다. 자신의 이미지, 너무 빈약하고 부정적이라 그렇게라도 늘 감시하고 남의 허물을 끌어내서라도 가리지 않으면 견딜 수 없는 무너지기 직전의 허약한 이미지를 붙들고 있느라 힘에 부치는 거다.


자기 성찰을 하지 못할 때 이런 일들이 일어난다. 지난날 아니 지금도 내 감정에 휘둘릴 때 그런 일들이 일어난다. 누군가가 불편하게 느껴질 때 얼른 나에게로 돌아온다. “저 사람이 왜 저렇게 이상하고 이기적일까?”라고 생각하는 대신 그를 그렇게 보는 내 마음이 뭔지 먼저 들여다보는 연습을 한다. 계속 생각한다. 그러다 보면 그의 모습은 언젠가의 내 모습이었고 미래의 내 모습일 수 있겠다는 생각에 이르고 뭉쳐있던 마음이 풀어지고 다시 그를 편안하게 볼 수 있다.


계속 비난하는 마음을 품고 있는 내 마음은 결국 자만심이거나 해결되지 않은 나의 문제를 보라는 신호라고 생각한다. 융에 의하면 현실에 나타나는 문제들은 나의 무의식이 보내는 신호라고 한다. 완전한 나로 살아가기 위해, 자아실현을 위해 무시해서는 안 되는 중요한 인생과제라는 이야기를 본 적이 있다.


아이들의 어떤 행동들이 싫고 맘에 걸릴 때 그건 나의 부정적인 면이나 해결해야 할 문제를 돌아보라는 신호라고 생각하고 마음을 다스리는 연습을 했다. 그러자 나의 조바심 내는 성격이나 좁은 경계가 조금씩 넓어지는 경험을 했다. 전 같으면 이해하지 못했을 다른 사람의 일탈이나 게으름, 무기력 같은 것도 그럴 수 있겠다 하고 이해하게 됐다. 아이들을 비난하는 대신 이해하려 노력하다 보니 많은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는 여유가 조금 생긴 것 같다. 좀 더 나은 사람이 되게 도와준다. 그렇게 내 쓰레기는 내가 치우는 연습을 계속하고 있다.





이전 04화흩어져 있던 일상을 모으는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