흩어져 있던 일상을 모으는 일
- 글쓰기의 힘
요즘 내 인생에서 가장 한가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러다 보니 내 인생을 돌아보고 앞으로 남은 긴 시간들을 어떻게 보낼지에 대한 이런저런 궁리를 하게 된다. 미래에 대한 밝고 희망찬 계획을 세우면 좋을 텐데 그런 시간보다는 과거에 대한 후회, 원망 같은 안 좋은 마음이 많이 들어서 힘들다. 그동안 아이들 키우고 일하고 사느라 바빠 깨닫지 못한 많은 일들의 실체를 뒤늦게 깨달아 혼란스러워지기도 한다. 그런 마음을 써보는 일이 이렇게 나를 브런치까지 이끌었다.
얼마 되지 않지만 지금까지 써 온 글들과 내가 일기장에 늘 쓰는 내용은 내 인생을 돌아보고 그 당시 인식하지 못해 후회하는 점과 내가 과거에 좋아했던 것들, 나의 취향 등에 대한 이야기다.
유아기적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성숙한 어른으로 진정한 나로 살아나가기 위해 지난 삶의 자취를 하나씩 짚어보는 과정이다. 아이를 키우는 과정, 갑자기 아빠가 돌아가시고 엄마와 같이 살게 되면서 부모님과의 관계에서 새롭게 깨닫게 된 혼란스러운 마음과 그 마음을 정리하는 일의 어려움, 내가 주변 사람들과 관계 맺는 방식에 대한 새로운 깨달음 등이었다.
유아기에 생존을 위해 터득한 미숙한 삶의 방식들이 자식과 부모님 그리고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에 여전히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깨닫고 스스로 알아보고 해결하는 과정들이었다. 이제는 그런 방어적이고 무의식적인 방식이 아니라 진실된 나의 생각과 감정으로 제대로 된 관계를 맺으며 살아보고자 한다.
사회적 압력과 부모님의 요구와 내 요구가 구분되지 않았던 인생의 목표가 아닌 내 마음이 이야기하는 목표를 세우고 제대로 살아보고자 한다.
내 의지대로 살지 못했고 그걸 깨닫고 반성하는 과정을 지금까지 써보고 있다. 특히 아이들에게조차 방어적으로 행동했고 이야기했다는 것을 알았다. 진정한 사랑의 마음을 내어주는 방식으로 바뀌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이 당연하다는 전제하에 나 자신의 모든 행동을 합리화하면서 아이들을 대해왔다. 그런데 잘 들여다보면 많은 순간 그러지 못했다.
산산이 흩어져 있는 내 삶을 모으기 위해서. 삶이 쥐어지지 않고 너무나 가벼운 느낌이라 이렇게라도 모아두고 싶어서 써보려 한다. 과거의 삶의 방식을 글로 다 정리하고 흘러 보내고 진정한 나로서 새로 살아보고 싶다. 이제는 내가 주인공인 주도적인 삶을 살아보려고 한다.
필사를 하고, 책을 읽고 피아노 치는 일은 나를 정화시키고 충만해지게 한다. 혼자 있는 시간에는 그런 일들을 늘 하고 싶지만 사실 넷플릭스나 핸드폰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더 길다. 그래도 그렇게 하고 싶고 해 나가려 노력한다는 다짐을 쓰고 생각을 기울이는 것만으로도 내 삶이 세워지는 느낌이 든다.
모호하고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지 위기감이 들 때 그렇게 앉아서 내 일상을 되짚어보면 안심이 된다. 글로 쓰고 흔적을 남길 때 내 삶의 모양이 구체화되는 느낌이 든다. 내가 쓰고 있는 내용들, 아이들 키우며 느낀 점, 강의하며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내용들, 실제 생활에서 자주 깨달았던 일들을 써보니 그 과정을 마무리하고 다음 장으로 넘어갈 수 있겠다는 느낌이 든다. 늘 찜찜하고 그때 그렇게 했어야 했는데 라는 막연한 생각에서 벗어나 새롭게 관계를 만들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용기가 생긴다.
과거를 되돌아보고 좋았던 것, 그래서 계속 가져갈 것들과 내가 원하지 않았던 어쩔 수 없었던 것들을 정리해서 잘 놓아주고자 한다. 이제부터는 태어났을 때의 잠재력 충만하고 밝고 호기심 많고 사랑스러웠던 나로 돌아가 진짜 나로 잘 살아보고 싶다. 그런 용기를 내기 위해 글쓰기를 나의 동반자로 데리고 가볼 생각이다.
이제 내 인생의 다음 장으로 넘어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