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나를 다시 키울 시간

- 프롤로그

by 박수종

나라는 사람을 돌아보고 새로 정비하는 시기이다. 유아기의 미숙한 생활방식과 처세 방식의 문제점들을 외면한채 바쁘게만 달려온 30대, 40대였다. 아이들 키우고 강의를 하고, 시부모님과 부모님을 돌보는 바쁜 시간 속에서 나를 잃어가고 있었다. 이제는 아이들도 다 자라 더 이상 내가 해줄 것도 없고 부모님의 마지막을 정리하면서 내 인생을 마주하게 되었다. 갑자기 돌아본 내 삶이 텅 비어 보였다. 한가해지면 돌아봐야지 하며 미뤄왔던 내 삶이 28세 결혼하던 해에 멈추어 있었다.


나라는 사람이 먼지에 덮여 희미해져 있었다. 내가 누군지 나에게도 낯설었다. 그렇게 구석에 밀려나 있던 나를 일으켜 세워 먼지를 털어주고 상처 나고 때가 낀 부분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언제 난 상처인지 기억해 내고 깨끗이 씻기고 약을 발라 밴드를 붙여준다. 아기를 돌보듯 살뜰히 챙기고 자주 들여다보고 이젠 아프지 않은지 나아가는지 좋은 음식과 싱싱한 과일을 먹이고 힘을 북돋운다.


이렇게 나를 꺼내보기 시작했다. 서서히 회복되어가고 있고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듯 나를 키운다.


원가족과의 관계를 돌아보고 과거에 얽매여 있는 나를 발견했다. 정작 부모님은 진작에 내 손을 놓았는데 아직도 매달려 있던 나를 만났다. 내가 한 몸처럼 붙어서 원망하고 사랑하며 괴로워하고 있었다. 이미 돌아가셨는데도 내 속에 살고 있는 아빠와 치매로 날 알아보지도 못하는 엄마를 떼어내려 노력 중이다. 내 몸에 같은 살처럼 달라붙어있어 뜯어내며 다시 상처입기도 하고 부모님에 대한 사랑과 원망으로 마음이 찢어질듯한 과정을 지나고 있다. 고통스러워도 찢긴 상처를 꿰매고 나 혼자 서보려 한다.

나 자신을 위해 부모님에 대한 사랑의 자리만을 남기기 위해 많은 오해와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


과거를 그렇게 흘러 보내고 앞으로의 인생을 생각한다. 사춘기 때 진지하게 준비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채 성인이 되었다. 부모님에게서 독립하지 못한 채 중년이 되었다.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닌 사회에서 정한 목표들을 달성하기 위해 달려온 과정을 이제 멈춰 세운다.


그때 못한 질문들을 다시 던져본다.

나는 누구인가?

내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가?

내가 싫어하는 일들, 나의 감정과 느낌에 반하는 것임에도 부모님을 위해, 남들에게 미움받지 않기 위해 꾸역꾸역 해왔던 일들은 더 이상 하지 않기로 했다.

앞으로의 삶과 생활에서 지향하고 싶은 모습을 탐구해 본다. 그 과정 중에 책읽기과 글쓰기, 취미들 나와 계속 갈 사람들을 돌아보는 글을 써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