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조르바

광화문 화목 순대국

by 최석원

12년간 실험 끝에 발견한 사실이 하나 있다

처음엔 대부분이 그를 싫어한다.

하지만 그는 굴하지 않고

상대방의 기분에 맞춰 태도를 달리한다.


“Bitter Sweet”


좋으나 싫으나 그는 늘 우리 가까이에 있다.

직접적으로든 간접적으로든

자신의 존재를 어필한다.


끝끝내 애정을 주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열에 아홉은 그의 지극정성에 매력에 빠진다.

큰 힘을 들이지 않는 체화된 친절일 수도 있다.


이런 매력은 지치거나 울적한 극적인 순간에

더욱 빛을 발한다.

우린 자연스레 무장해제되고 발가벗은 채

자신에 대해 말할 수 있게 용기를 준다.


이런 맥락을 모르는 누군가는

저 볼 폼 없고 싼 맛나는

초록색 병이 뭐냐고 의문 부호를 표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옆엔 꾸밈없이

스스로를 드러낼 줄 아는

또 다른 조르바를 닮은 순대국 역시

분위기를 더한다.


냄새가 좀 나면 어떻고

인위적인 액체면 어떤가


서로 헐벗고 소음은 뒤로 한 채

눈앞의 서로를 얘기하게 만들고

이해를 돕는 그가 있는데 말이다.


파노라마 같이 펼쳐진 삭막한 광화문 광장

한 블럭 뒤 밀착되고 좁은 세로 버전의 풍경 속

소주와 순대국(근데 이제 곱창이 더해진)이라는

두 명의 조르바와 함께


*글과 잘 어울리는 영화 '그리스인 조르바'의 한 장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