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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기범 Jun 12. 2022

우리의 이름을 불러주면 귀에 잘 들리는 이유

알기 쉬운 뇌과학 1

 안녕하세요. 브런치 작가 송기범입니다.


오늘은 첫 번째 시간으로 누군가 우리의 이름을 불러주면 귀에 잘 들리는 이유를 뇌과학적으로 설명하겠습니다.      


 길을 가는데 누군가 여러분의 이름을 부릅니다. 누군가 하고 보니 내가 아니라 나와 이름이 같은 다른 사람을 부르고 있네요. 이처럼 우리는 각자의 이름에 무척 민감합니다. 어찌 보면 당연한 현상을 뇌과학적으로 재밌게 따져볼 수 있답니다.      


 아래의 그림을 보세요. 과학 시간에 배웠던 뇌세포를 구성하는 신경세포인 뉴런(neuron)입니다. 중심인 세포체와 자극을 받는 수상돌기, 자극을 전달하는 축삭돌기로 되어 있죠. 이 뉴런의 역할을 우리가 감각 기관(눈, 코, 귀, 입, 피부 등)을 통해 받은 자극을 다른 뉴런으로 전달하는 일을 합니다. 이러한 자극을 최종적으로 처리하는 장소가 바로 두뇌를 감싸고 있는 얇은 막(2~3mm)인 피질(cortex)이죠. 그런데 이 뉴런의 성질이 정말 특이합니다. 이 특이한 성질 때문에 우리는 이름을 부르는 소리에 민감한 겁니다.      



 자극을 전달하는 축삭돌기입니다. 두뇌 속 뉴런은 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한 뉴런에서 다른 뉴런으로 자극을 전달하기 위해서는 자극의 세기가 가장 중요합니다. 평상시 자극이 없을 때의 뉴런 내부의 전기의 세기(전위차)를 보여줍니다. 값이 음의 값인 –70으로 나와 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센 자극이 뉴런에 도착하면 이 전기의 세기가 양의 값인 +40까지 치솟으면서 축삭돌기를 따라 전기 신호가 전달됩니다. 아래 그림도 보시죠.    


  


 첫 번째 그림에서 축삭언덕이 보이시죠. 축삭돌기를 통해 외부의 자극이 다른 뉴런으로 전달되려면 먼저 이 축삭언덕을 지나가야 합니다. 그 값의 한계가 바로–55입니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뉴런이 안정 상태일 때의 값은 –70입니다. 그런데 외부에서 갑자기 센 자극을 받게 되면 그 한곗값인 –55에 쉽게 도달합니다. 이렇게 값이 –55가 되면 그 값은 순간적으로 +40까지 올라가게 됩니다. 이 상태가 되면 외부에서 받은 자극이 축삭돌기를 통해 다른 뉴런으로 전달됩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두뇌 피질에 도착하여 해석이 되는 거죠.      


 순서대로 다시 알아보죠. 누군가 우리의 이름을 부릅니다. 그 소리는 우리의 귀를 통해서 두뇌 뉴런의 수상돌기에 도착합니다. 이름은 무척 친숙한 자극이죠. 따라서 뉴런 세포체와 축삭돌기의 관문인 축삭언덕의 값이 –70에서 한계인 –55를 가볍게 넘어 +40까지 올라갑니다. 이제 이 자극은 축삭돌기를 타고 다른 뉴런으로 전달되어 마지막에 청각 피질에 도착합니다. 청각 피질은 이름이라는 소리에 순간적으로 반응하여 그 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우리의 시선을 향하게 됩니다.      



 실제로 이와 관련된 뇌과학적인 실험이 있습니다. 그림에서처럼 실험 참가자가 쓴 헤드폰으로 양쪽 귀에 서로 다른 소리를 들려줍니다. 실험에서 참가자는 왼쪽 귀에 들리는 자극에만 주의를 기울이면서 따라 말해야 한다. 이와 동시에 오른쪽 귀에는 다른 소리를 들려줍니다. 실험 후에 참가자들은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던 오른쪽 귀에 어떤 소리가 들렸는지를 말해야 합니다. 참가자는 당연히 왼쪽 귀에 들리는 소리를 따라 하느라 오른쪽에서 들리던 소리는 기억이 안 나겠죠? 그런데 흥미롭게도 오른쪽 귀에 들리던 소리 중 많은 내용을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바로 자신과 자신의 가족의 이름이었죠. 사실 오른쪽 귀에 들리는 소리 중에는 참가자에게 익숙한 참가자 본인과 가족들의 이름 혹은 전혀 모르는 이름 등의 여러 가지가 제시되었습니다. 실험에서는 왼쪽 귀에 들리는 소리에만 집중을 했는데도 오른쪽 귀에 들리는 소리 중 오직 자신과 친숙한 이름은 기억할 수 있었던 거죠.      


 이처럼 우리의 이름은 우리에게 매우 친숙한 청각 자극입니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누군가 우리의 이름을 불러주는 사람이 점점 줄어드는 것 같죠. 이유는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우리의 이름보다는 직책으로 불리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누군가 우리의 이름을 불러준다면 어쩐지 모르게 그 사람에 정(情)이 더 많이 갑니다. 따라서 오늘부터는 누군가의 이름을 더욱 많이 불러보자고요.    

 

 마지막으로 이름과 관련된 유명한 시를 한 편 감상해보죠. 이춘수 시인의 <꽃>입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땐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나는 너에게로 너는 나에게로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의미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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