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치다, 스타인버그 <모차르트 바이올린 소나타>
“나는 음악이 너무 어렵거나 너무 단순하게 들리지 않기를 바란다. 모두가 좋아할 수 있으면서도, 교양 있는 사람은 만족할 만한 깊이를 발견할 수 있어야 한다.”
(모차르트, 1781년, 레오폴트 모차르트에게 보낸 편지 중에서)
참 알쏭달쏭하고 이루기 어려운 목표처럼 들린다. 그런데 모차르트에게는 그게 자연스럽게 가능했고, 당연한 일이었다. 설명보다 소리로, 과장보다 자연스러움으로 다가오는 음악. 모차르트의 음악은 말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을 정확하게 표현한다.
그런데 연주자 입장에서는 모차르트 음악을 연주하는 것이 생각보다 까다로운 일이다. 절제와 균형은 필수적이며, 모차르트가 남긴 완벽하고도 간결한 선율 속에 감정을 어떻게 녹여낼지 늘 고민하게 된다. 지나친 표현이나 과장은 이 음악과 어울리지 않는다. 감정이 메마른 음악 역시 모차르트라 할 수 없다. 어떻게 하면 이 투명한 음악 속에 자연스럽게 감정을 담아낼까. 이때 필요한 것은 아마 '기술'보다는 '공감'일 것이다.
우치다 미츠코와 마크 스타인버그는 모차르트의 음악 세계를 누구보다 탁월하게 보여주는 연주자들이다. 이 음반은 공감의 태도를 지녔다. 우치다는 인터뷰에서 자신에 대해 많은 말을 아끼는 편이지만, 연주 자체에서 음악에 대한 깊은 애정과 신뢰가 분명하게 느껴진다. 그녀의 연주는 음 하나하나에 정직함이 깃들어 있다. 일부러 꾸미지 않고, 감정을 억지로 덧붙이지 않는다. 모차르트의 음악은 언제나 그녀를 만나면 날개를 단다. 스타인버그는 폭넓은 레퍼토리를 다루는 바이올리니스트로, 실내악과 현대음악, 고음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경험을 쌓아왔다. 그의 가장 큰 장점은 상대방의 연주를 면밀히 '듣는' 자세다. 피아노와 바이올린 간의 균형을 철저히 유지하며, 바이올린 소나타라는 장르 안에서도 자신이 주인공이라는 태도를 취하지 않는다. 두 사람 모두 자신을 비우고, 모차르트의 본질을 전달하려 한다.
두 사람이 만나 연주한 이 모차르트 음반에는 모두 네 곡이 수록되어 있다. K.377(G장조), K.303(C장조), K.304(E단조), K.526(A장조). 모두 하나같이 아름다운 곡이지만, 각기 다른 정서를 담고 있다. 모차르트가 삶에서 경험한 기쁨과 슬픔, 여유와 긴장이 이 네 곡 안에 살아 움직인다.
K.377은 곡 전체가 드라마틱한 성격을 지닌다. 첫 악장은 경쾌하지만 고전적인 균형미를 갖추고 있고, 두 번째 악장은 변주곡 형식으로 구성된다. 짧은 모티브들이 반복되며 서로 대화를 주고받는다. 우치다와 스타인버그는 이 반복 속에서 작은 변화와 표정을 섬세하게 담아낸다. 같은 주제도 미묘한 억양으로 차이를 주며 감정을 조율해 간다. 두 번째 악장은 이 곡의 음악적 중심을 단단히 잡아주며, 마지막 악장은 상냥한 분위기로 흐른다. 곡 전체가 남기는 여운은 생각보다 길고 깊다.
K.303은 경쾌하고 맑은 곡이다. 경쾌함 속에 장난기와 순수함이 보인다. 모차르트의 모든 곡이 그렇듯, 단순하게만 흘러가지는 않는다. 악장 간 분위기 차이가 크고, 짧은 부분 안에서도 긴장감이 내포되어 있다. 우치다는 이 곡을 자유롭게 연주하며 리듬도 유연하게 다룬다. 스타인버그는 피아노와 활발하게 대화하면서도 중심을 잃지 않고 안정감을 제공한다. 두 사람의 정확한 균형 감각 덕분에 유쾌함과 진지함이 자연스럽게 공존한다.
K.304는 네 곡 중 가장 널리 알려진 작품이다. 사실 이 곡 때문에 음반 전체를 듣게 되었다. 두 악장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모차르트가 어머니의 죽음 직후 파리에서 작곡한 작품이다. 모차르트가 남긴 단 두 개의 단조 바이올린 소나타 중 하나이기도 하다. 단단한 구조와 우울한 선율이 특징이다. 이 음악은 울고 있지만 눈물은 흘리지 않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오히려 더 깊은 슬픔이 전해진다. 우치다와 스타인버그는 급격한 변화나 큰 울림을 절제하고, 여백을 적극적으로 사용한다. 음과 음 사이마다 감정이 고여 있다. 모차르트의 감정이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두 악장 모두에서 깊은 공감이 느껴진다. 두 사람의 연주는 어떤 순간에는 담백하고, 또 어떤 순간에는 따뜻하게 감정을 건넨다. 깊은 위로가 되는 연주다.
마지막 곡 K.526은 앨범에서 가장 입체적이고 기술적으로도 난이도 높은 작품이다. 복잡한 형식과 빠른 악장에서도 두 연주자는 과시하지 않는다. 스타인버그는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도 안정된 흐름을 유지하고, 우치다는 피아노의 음색과 곡의 전체 구조를 정교하게 조율한다. 흥미로운 점은 두 악기가 각자의 논리대로 연주하면서도 서로를 듣고 존중하며 완벽한 호흡을 이룬다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같은 음악적 목표를 향해 서로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는 듯하다. 그런 관점에서 2악장 안단테는 특히 아름답게 빛난다.
한동안 모차르트를 듣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면 자연스럽게 이 음반을 찾게 된다. '모차르트의 음악이 이런 거였지.' 하고 새삼 깨닫게 된다. 이 음반은 어떤 상황에 있는 누구에게든 잔잔한 위로를 건넨다. 연주자들 역시 그러했을 것이다. 우치다와 스타인버그는 모차르트의 음악 안에서 깊은 위로를 받아왔고, 이제 그 위로를 다시 음악으로 전한다. 감정을 직접 드러내기보다, 음악이라는 거울을 통해 자연스레 비춘다. 듣는 이를 억지로 흔들지 않고 자연스럽게 곁에 머문다. 음악은 종종 말보다 정확하다. 특히 모차르트의 음악은 그렇다. 유난히 지치거나 머리가 복잡할 때, 위로가 필요할 때, 말보다는 음악이 더 편한 하루라면 이 음반이 좋은 친구가 되어줄 것이다.
Essentiol Track | 7번 트랙 (Mozart: Violin Sonata in E Minor, K. 304: II. Tempo di menuetto – Dolce)
'여백의 미'가 이런 것일까. 압도하려는 의도는 없겠지만, 두 사람의 음악성에 완전히 압도되는 트랙이다. 도입부부터 가장 마지막 음이 울리는 순간까지 귀를 사로잡는다. 특히 우치다 미츠코가 연주하는 피아노 도입부, 그 위에 스타인버그의 바이올린이 겹쳐지면서 감정을 드러내는 부분, 2분 47초 경부터 잠시 펼쳐지는 희망적인 파트는 이 트랙의 하이라이트다.
https://youtu.be/Ga1rO-TImiI?si=1rDwPcvDhUTAE3Kv
글 안일구, 사진 김신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