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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꼬마마녀 Dec 08. 2020

태산 같은 고구마

바싹 고구마튀김과 그라탱

 

  코로나 영향은 고구마 순에서 고구마까지 미쳤다. 가을에 간신히 고구마 순을 즐겼는데, 이번에는 고구마가 태산이 됐다. 고구마가 태산이라니? 우공이 태산이 옮긴 것처럼 고구마도 씹고, 뜯고, 맛보면 즐기면 될까?   

  

  집 근처에 고구마 순을 파는 곳이 없어져, 간신히 노점상 할머니에게 사서 해 먹었다. 이번에는 고구마 20kg가 됐다. 신랑 모임에서 회식 대신 고구마 10kg를 집마다 돌렸다. 이 10kg이 오기 전, 집에는 신랑이 다른 모임에서 산 10kg도 있었다. 고구마 20kg은 고구마를 잘 먹는 집에서는 많은 양이 아닐지도 모른다. 해마다 우리 집도 가을에 고구마를 상자 단위로 사기는 한다. 신랑처럼 10kg 단위가 아닌 3kg 단위에, 밤고구마가 아닌 호박고구마로 사며, 군고구마로 구워 먹기 좋은 크기를 산다. 아이와 나만 군고구마를 먹고, 신랑은 가뭄에 콩 나듯이 먹으니, 대량으로 사는 것이 더 싸다는 것을 알고 있어도 소량으로 살 수밖에 없었다. 겨우내 먹는 양은 3~5kg가 다였다. 신랑이 고구마 10kg을 사자고 했을 때, 처음에는 반대했지만 신랑은 산지 직송, 좋은 고구마, 자신도 먹겠다고 공약을 걸었다.      


  신랑의 공약에도 20kg의 고구마에 숨이 턱 막혔다. ‘이걸 어떻게 해치우지?’하는 생각에 밤에도 고구마 꿈을 꾸곤 했다. 코로나 이전은 음식을 해서 이웃과 나누어 먹는 것도 있었지만, 올해는 그마저도 조심스러워 이웃에게 나누어 주지 않는다. 주목 같았던 고구마순 대신 늦게 고구마 복이 터진 것일까?     


  군고구마를 해 먹을 생각에 어릴 적 생각도 났다. 시골에서의 겨울밤은 일찍 저녁을 해 먹고, 저녁에 땐 군불로 따듯한 아랫목에 누워있으면 어느새 졸음이 물려온다. 숯을 화로에 담아 방구석에 놓으면, 이내 마음에도 따듯한 온기가 전해진다. 사물이 자신의 빛을 잃기 시작하면 화로에 석쇠를 올리고, 그 위에 인절미나 밤을 올려놓는다. 어떤 날은 고구마가 자신만의 달콤한 향을 풍긴다. 달콤한 향에 졸고 있던 눈은 어느새 말똥말똥 해지며, 고구마의 달콤한 이야기에 내내 군침을 흘리곤 했었다. 잘 구워진 군고구마를 젓가락에 끼우고, 조금씩 베어 먹으면 입에서는 달콤한 고구마가, 얼굴은 검댕이 범벅이 되곤 한다. 지금처럼 호일이 없던 때여서, 검댕이가 되어도 맛난 군고구마에 양껏 한 입 먹다가 뜨거운 고구마에 가슴도 뜨거워지곤 했었다.     


  이제 고구마에 대해 알아볼까요? 고구마는 수분이 많으면, 곰팡이가 생길 수 있으므로 흙이 묻어 있는 상태 그대로 통풍이 잘 통하는 곳에서 신문지를 깔고 그 위에서 말려주세요. 고구마의 수분을 말려주면, 숙성되어서 더 맛난 고구마를 즐길 수 있어요. 고구마가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은 조선 영조 때 들어온 것이 정설로 알려져 있어요. 흔히 고구마는 감자의 친구로 알려져 있으나, 고구마는 덩이뿌리, 감자는 덩이줄기 부분을 먹는 것이에요. 감자는 자신만의 맛이 없어 여기저기 잘 어울리지만, 고구마는 자신만의 확고한 맛이 있기에 감자보다 활용되는 곳이 적으나, 이제는 다양하게 고구마를 즐길 수 있어요.           


  고구마의 효능에 대해 알아볼까요? 고구마는 세라핀이라는 성분이 들어있어 장을 청소하는 역할을 해서, 변비로 고생하시는 분에게 효과가 좋고, 피로 해소, 식욕 증진에 좋아요. 야맹증이나 시력을 강화해주는 카로틴이 들어있고, 칼륨도 높아서 염분을 배출시키는 역할을 해요.      


  고구마를 어떤 식으로 즐기면 좋을까요? 처음에는 찐 고구마가 아닐까 해요. 고구마를 찌는 방식은 냄비에 물을 넣고 고구마가 익을 때까지 쪄주면 돼요. 크기에 따라 20~30분 정도 쪄주면 돼요. 이번에는 군고구마에 도전해 볼까요? 예전에는 직화냄비에 고구마를 구워서 해주었어요. 직화냄비는 가스레인지에 사용이 안되기에, 휴대용 버너에 사용해야 해요. 몇 년 전 에어프라이어를 장만해서 올해는 직화냄비가 아닌 에어프라이어에 온도 200도, 위·아래 15분씩 30분 정도로 해서 군고구마를 했어요.(에어프라이어 기종에 따라 다를 수 있어요). 한 면만 30분 해주는 것보다는 위·아래를 뒤집어서 굽는 것이 좋아요. 물에 쪘을 때는 고구마의 단맛이 살짝 빠진 듯한데, 에어프라이어에 하면 군고구마의 맛과 단맛이 배가 돼서 훨씬 더 맛나게 즐길 수 있어요. 직화 냄비보다 못하지만, 휴대용 버너 앞에서 시간을 통제하며 힘들게 굽는 것보다는 조금 더 편하게 할 수 있어요.



에어프라이어에 구운 고구마



이번에는 고구마와 다른 채소를 섞어 고구마·채소튀김을 해볼까요?


고구마 3개, 양파 1.5개, 얼음물 2컵 반에서 2+ 2/3컵, 당근 반개, 전분가루 4숟가락, 튀김가루 4+1/2컵, 단호박 1/4개     

   

  채소 600g에 전분가루 2숟가락, 튀김가루 1+1/4 컵 정도로 보시고 맞추시면 돼요. 자신이 원하는 채소로 채 썰어 준비하시면 돼요. 고구마와 양파의 비율을 반반이나 반반 안 되게 맞추면 더 맛있어요. 단호박은 껍질을 잘 깎은 후, 속을 긁어내어 준비해 주세요. 튀김가루만 사용하는 것보다 전분 가루를 약간 섞어주시는 것이 더 바싹한 튀김을 만들 수 있어요. 물은 얼음물로 하시는 것이 바싹한 튀김을 하는 비법이에요. 일식집의 튀김 비법도 얼음물이에요. 얼음물이 없으실 경우는 얼음이 녹을 물 양까지 계산한 후 찬물에 얼음 몇 개 넣어도 돼요. 반죽을 섞을 때는 튀김가루 성분이 별로 없으므로, 튀김 젓가락으로 섞어주세요.



반죽 전, 후



  부침개의 반죽은 재료가 완전히 잠기면서 되직 상태가 좋은데, 튀김의 경우는 튀김가루 물이 잘 보이지 않게, 채소에 묻어나는 정도로 해주시면 돼요. 전분가루와 튀김가루의 양을 먼저 맞추시고, 얼음물을 준비하신 후, 조금씩 반죽의 상태를 봐가며 얼음물을 넣으시면 돼요.

이렇게 한 반죽이라, 채소가 서로 붙지 않아서 형태를 조금 잡은 후(3초 정도) 밀어 넣어 주시면 돼요


튀김냄비에 반죽 밀어 넣기



  저는 볶음용 수저로 했는데, 평평한 수저 있으면, 그걸로 3초 정도 형태를 잡았다가, 튀김 젓가락으로 튀김 냄비로 넣으시면 돼요. 바싹한 고구마, 채소튀김이 잘 되었는지 볼까요? 고구마·채소 튀긴 것을 수북이 쌓았어요. 바싹함이 느껴지시나요? 딸과 같이 튀김을 하고는 계속 집어먹었어요. 공약을 내건 신랑도 자신의 할당량을 잘 먹어주었어요. 아니면 마누라의 잔소리를 듣게 될지도 모르죠.


고구마·채소 튀김



군고구마, 고구마·채소튀김만으로는 20kg을 다 해치우기에는 무리여서, 맛의 다각화를 시도하기로 했어요. 그중 하나가 고구마 그라탱이에요.  그라탱이 무엇인지 알아볼까요?


음식 표면에 가늘게 간 치즈를 뿌려 덮은 뒤 열을 가해 노릇한 크러스트가 생기도록 한 것을 이야기해요. 옛날에 그라탱은 조리 용기에 눌어붙은 음식을 과자처럼 긁어대던(gratter)을 얘기해요. 좀 더 넓은 의미에서 그라탱은 생선, 고기, 채소 요리, 파스타뿐 아니라 심지어 달콤한 음식까지 포함해요. 그라탱은 음식이 촉촉하고 부드러운 식감과 풍미를 내면서도 마르지 않도록 일종의 보호막의 덮어준 뒤 오븐에 익히거나 뜨겁게 데워 겉면을 노릇하게 만드는 것을 얘기해요. 이때 가열하는 음식은 날 재료일 수도 있고, 이미 익힌 것일 수도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그라탱 [GRATIN] (그랑 라루스 요리백과, 강현정, 김미선)



고구마 그라탱 재료는 다음과 같이 준비해주세요.      

고구마 300g, 체더치즈 3장, 양파 반 개, 느타리버섯 조금, 식용유 한 숟가락, 맛소금과 후추 약간, 우유 3숟가락     


고구마는 그렇게 크지 않은 것으로 3개 정도 준비해 주시면 돼요.

고구마는 삶거나, 구워서 으깨어 주시면 돼요. 삶은 고구마보다는 군고구마가 단맛이 더 나요.      


* 그라탱은 오븐에 할 수도 있고, 전자레인지에 할 수도 있어요. 전자레인지를 사용할 거라, 전자레인지용 그릇에 고구마 으깬 것을 담았어요. 오븐에 하실 분은 오븐용 그릇에 으깬 고구마를 담아주시면 돼요.


볶아진 야채에서 기름 빼기와, 볶아진 야채, 고구마를 섞은 후 치즈 얹기


버섯과 양파는 잘게 다진 후, 식용유 한 숟가락을 넣고 잘 볶아주세요. 볶을 때 맛소금과 후추를 약간 넣어 주세요. 맛소금과 후추 대신 솔트 약간 사용하셔도 돼요. 다 볶아진 채소는 키친타월로 기름기를 빼고, 으깨진 고구마와 잘 섞어주시면 돼요. 채소는 파프리카, 브로콜리를 잘게 다져서 사용하셔도 돼요.      


* 부드러운 그라탱을 위하여 우유 3숟가락을 섞어주세요.


이제 치즈를 그 위에 잘 덮어주시면 돼요. 딸이 체더치즈를 좋아해서 이걸로 했어요. 체더치즈 대신 쭉 늘어나는 모차렐라 치즈를 사용하셔도 돼요.     

전자레인지 가능한 용기로 1분 정도 돌려주시면 돼요. 치즈 상태에 따라 전자레인지 사용시간을 가감하시면 돼요. 고구마 그라탱이 맛있게 잘 되었는지 한번 볼까요? 우유가 들어있어, 고구마가 뻑뻑하지 않고 아주 부드러우며, 양파와 버섯의 씹히는 식감에 체더치즈의 풍미까지 느껴져서 아주 맛난 그라탱이 되었어요.

     


고구마 그라탱


  북산의 우공이 자기 집 앞을 가로막고 있는 두 개의 산을 조금씩 옮기는 모습이 다른 사람에게는 어리석게 보일지는 몰라도, 우공처럼 우직하게 한 우물을 파다 보면 큰 성과를 보일 수 있다. 고구마 20kg은 처음에는 태산 같았지만, 조금씩 고구마를 씹고, 뜯고, 즐기며 여러 맛으로 다각화 해서 지금은 고구마 12kg을 먹었다. 고구마 20kg에 대한 도전 이야기는 코로나 시대에 맛난 추억으로 기억될 것 같으며, 일상에서도 고구마 20kg은 늘 존재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자기가 가야 할 길이라고 알고 있어도 태산이나 어려운 길이라 생각되면 쉽게 포기할 수도 있다. 그러나 우공처럼, 고구마 20kg 도전처럼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여서 오늘 한 발을 내딛으면 다음날 또 한 발을 내딛을 수 있다. 그러다 보면 우공처럼 산을 옮길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우공이 산을 옮길 때의 나이는 젊었을까? 우공의 나이는 90세였다. 어떤 일을 시작함에 있어 자신의 뜻만 바로 세울 수 있다면, 나이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인생 100세 시대라고 해도, 우공의 나이는 100에 가깝지만, 마음은 청춘이었으니까 가능하지 않았을까 한다. 아이들이 즐겨보는 애니메이션 ‘짱구는 못 말려’에서 짱구의 아빠 신형만은 여러 명언을 남겼다. 그중 하나는 ‘꿈은 도망가지 않는다. 도망가는 것은 언제나 자신이다’. 자신을 다독이는 것도, 자신을 컨트롤 하는 것도 자신인데 가끔은 지레 겁먹어 일찍 자신을 포기하지 않기를 바란다.     


이번에는 고구마 맛탕으로 즐겨야 할까?     



* 같이 읽으면 좋은 글 - 수행 (감자 시)


https://brunch.co.kr/@littlewt8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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