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곱창 Apr 01. 2020

얼마 있어야 결혼할 수 있어?

막연한 결혼 준비의 시작

2020년엔 뭔가 달라져야겠다고 다짐한 지도 벌써 3개월이 지났다. 그리고 아직은 어설픈 신혼생활이라는 것도 6개월째. 결혼 이후 유부남으로 갖는 다양한 모임에서 공통으로 받는 질문이 있다. ‘결혼하니까 어때?’라는 상투적인 질문보다는, ‘결혼하는데 얼마 들어?’ ‘식장 비용 많이 나오지 않아?’ 와 같은 현실적인 질문을 조심스럽게 던지지만 그러면서도 다들 눈빛이 초롱초롱하다.

결론부터 말하면 ‘3천만 있으면 된다.’ 이다.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엔 ‘3천만 원’라는 액수는 누구에게나 부담스럽다. 그러면서도 지나고 보니 그리 비현실적인 액수는 아니었더라.

일단 결혼 준비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돈은 집값이 되겠다. 비용이 가장 많이 들기도 하지만 집값 때문에 결혼을 못 하는 사람은 아직 보지 못했다. 꼭 매매가 아니어도 여러 은행, 서울시, 회사의 신혼부부 전세 대출이 있었고 덕분에 꽤 싼 이자로 전셋집을 마련할 수 있었다. 물론 매달 대출이자만 납부하게 된다면 목돈의 개념이 아니라 결혼 비용 ‘3천만 원’에 포함시키지는 않았다.

집값 다음으로 부담스러운 게 결혼식 비용이다. 결혼식 비용은 결혼식장 대관료, 하객 식대가 대부분이다. 총각 시절에 야외스몰웨딩, 하우스웨딩을 꿈꿨지만, 견적을 여기저기 알아보니 남들의 평범한 웨딩홀에서의 결혼식이 납득이 갔다. 결혼식장 비용은 감사하게도 부모님 손님들의 축의금 덕분에 결혼식장 비용은 손해 보지 않았다.


이제부터가 진짜 ‘3천만원’ 비용인데 혼수(가전+가구), 신혼여행, 예물, 스드메, 상견례, 한복, 신랑 예복 등이 있겠다.

단, 명심해야 할 점은 내 욕심을 얹는 순간, 가격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혼수 - 1천만 원.

우리 부부 같은 경우는 양가 부모님의 지원이 많지 않아서 ‘집은 남자가, 혼수는 여자가’의 개념이 조금 모호하긴 했다. 아무튼 가전, 가구가 무지 비싸다. 비싼 만큼 최대한 많이 발품 팔고 친구 찬스, 가족 찬스 등 가리지 않고 저기 저기서 지원을 많이 받았다. 거거익선이니 ‘3년 안에 돈 많이 벌어서 큰 집으로 갈 거니까..’와 같은 다짐은 마음속으로만 하자. 집 크기에 맞는 아담하고 가성비 좋은 제품들도 신혼에겐 과분하다.

신혼여행 - 5백만 원.

스위스로 떠난 신혼여행에서 비행기 값이 거의 300만 원이 들었고 신혼여행까지 가서 가성비를 따지고 싶진 않았다. 비행기 값이 많이 들다 보니 6박 8일 일정에 500만 원은 우스웠다. 기간, 장소에 따라 편차는 많이 나겠지만 최소 5백은 잡는 게 마음이 편하다.

예물 - 2백만 원.

우리 부부는 커플링만 하기로 했다. 예물이라는 분야를 알면 알수록 비현실적인 세계였다. 예물 시계, 다이아목걸이, 커플링에 가드링… 이런 거 다 풀세트로 장만한 사람들이 진심 존경스러웠다. 와이프가 예물에 큰 욕심이 없었고 너무나도 고맙게도 커플링 하나씩만 하자고 해서 가벼운 마음으로 예물 샵 갔다가 다이아를 하나 박아버리는 바람에 2백만 원이 나와버렸다.

스드메 - 3백만 원.

스튜디오. 드레스. 메이크업. 와이프도 나도 드레스와 메이크업 샵은 큰 욕심이 없었다. 다만 스튜디오는 우리가 선호하는 초록초록한 자연 컨셉으로 찍는 곳으로 정했다. 앞에서 말했듯이 욕심을 조금만 얹으니 가격이 급격하게 증가했다. 200만 원대 중반이라는 첫 견적에 나름 뿌듯해했다가 스튜디오 액자비, 결혼식 날 혼주 메이크업 비용까지 이래저래 합치니까 300만 원은 금방이었다.


여기까지만 해도 약 2천만 원.

상견례 비용은 최소 30~50만 원, 양가 부모님만 모시고 6인으로 했을 때가 이 정도다.

한복은 우리 부부는 안 입고 양가 어머님들만 대여로 했는데 25만 원씩 50만 원 들었다. 몇백만 원 단위로 비용 지출되니까 5~10만 원 차이는 큰 고민거리가 아니었다.

남자 예복도 100만 원은 드는 거 같다. 이외에도 헬퍼 이모님 비용, 지방 친척들 버스 대절비, 결혼식 날 촬영비 및 작가님 비용, 청첩장 제작비, 그리고 청첩장 뿌리면서 밥 사고 다닌 비용...

얼추 합치면 그게 ‘3천만 원’이다.


예비부부가 사회생활을 하면서 야금야금 돈을 모으고 약 1년 후 결혼까지 더 모은다면 3천만 원은 그리 멀리 있는 숫자는 아니다. 사랑만 있으면 결혼할 수 있다는 건 무책임한 말이다. 결혼은 사랑만으로 안 된다. 돈이 무조건 필요하다. 다만, 주변에 미혼자들을 보면 돈보단 짝이 없어서 못 하고 있긴 하더라.


모아놓은 돈도 거의 없었고 부모님의 화끈한 지원도 없었던 우리 부부도 차근차근 계획을 세우고 이리저리 발품 팔면서 준비하다 보니 멀리만 있었던 결혼이라는 것이 막연하지만은 않다고 느끼게 해줬다. 수많은 선택을 하는 결혼 준비 앞에서 많은 걸 포기해준 마누라님에게 감사를 드리고 앞으로 더 열심히 일해서 더 넓은 집으로 보답해야겠다는 반성으로 이 글을 마무리해 본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