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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곱창 Apr 04. 2021

결혼해서 가장 좋은 점

바람을 피지 않을 수 있어서 좋다

가끔 풋풋했던 20대의 귀엽고도 어설펐던 연애를 생각해보면 그때의 기억이 미화되어 떠오른다. 실제 사귀었던 여자친구나 짝사랑의 대상과의 순간들이 문뜩 스쳐 지나간다.

설렘을 품고 주고받은 문자, 카톡을 곱씹고 반복해서 읽으면서 상대의 마음을 궁금해했다. 발송 시간도 분단위로 확인하고 쉼표, 느낌표 하나에 의미부여는 왜 그렇게 했을까. 카톡 하나에 심장이 벌렁벌렁하다가도 어느 날은 날 좋아하지 않는다고 세상에서 제일 나쁜 사람으로 만들어버리고 미워하기도 했다. 그때는 뭘 그렇게 아까워했는지 누가 더 좋아하는지가 중요했던 시기였다.

아름다움보다는 고통이 더 빨리 잊혀지나 보다. 어설프지만 아름답고 풋풋한 기억만 남았고 지금 기억은 분명히 조작되었다. 미화된 기억이다. 현실의 연애에선 전여친, 전전여친과 비교하면서 엄격한 잣대를 들이민다. 주도권을 뺏기지 않으려고 기 싸움을 하다가 지치기 일쑤고 내 생각처럼 움직이지 않는 상대를 힐난한다.

다행히 반복된 20대 때의 연애 패턴, 그리고 헤어지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 비효율적인 생활은 다행히 결혼과 함께 끝이 났다.


많은 남자들은 우스갯소리로 결혼하면 더 이상은 불허한 연애 때문에 슬퍼하는 척, 안쓰러워하는 척한다. 하지만 난 결혼하고 제일 좋았던 점이 더 이상 연애가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제도적, 도덕적, 도의적으로 어찌 됐든 이제 내 인생에서 더 이상의 연애는 없다 보니 썸, 이성, 연애.. 이런 것들은 더 이상 나의 것이 아니었다. 더 이상은 애매한 듯한 야리꾸리한 말투의 게시글을 인스타그램에 올릴 필요도 없다.

결혼을 결심하고 또 결혼을 하다 보니 인생이 아주 깔끔해졌다. 이제는 앞으로 이성과의 만남을 가져도 ‘이 사람이 날 좋아할까?, 이건 호감의 표신가?’와 같은 일말의 가능성이 없다 보니 그저 직장동료, 아는 동생, 친구 딱 거기까지였다. 역대급 외모와 몸매를 보더라도 ‘쟨 예쁘게 생겼네, 인생 즐겁게 살겠네’ 정도 리액션이 나온다.

생각보다 우리는 연애에 많은 에너지를 쏟고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연앨 하기 위해서 엄청난 열정을 쏟는다. 결혼이라는 순간부터 그 에너지와 시간은 온통 나의 것이 되었다. 와이프와 앞으로 태어날 자식들, 양가 가족들, 내가 아끼는 사람들에 집중할 수 있다 보니 훨씬 효율적이고 윤택한 삶을 살고 있다. ‘포기하면 편하다.’라는 말이 여기에 해당할 수도 있고, 진짜 소중한 걸 이제야 알게 된 걸 수도 있다. 어찌 됐든 내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건설적으로 쓸 수 있다는 사실만은 확실하다.

결혼 후 많이들 묻는 말은 ‘결혼하면 뭐가 제일 좋냐’이다. 가장 좋은 건 바람을 필 일이 없어서 좋다는 것이다. 내 옆에 있는 사람이 평생 내 옆에 있어 주고 가장 친한 친구이자 가장 든든한 지원군이라는 사실이 주는 안정감이 소중하고 삶의 목적을 규정하게 해주었다.

다른 이성에 대한 설렘과 상상이 더 이상 내 것이 아니어도 아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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