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자르트 마케팅 성공 방정식 3
일단 글에 앞서 난 뷰티 브랜드 마케팅을 대행하는 사람이다. 그동안 뒤에서 브랜드를 서포트하며 어떤 브랜드와 협업하고 또 그들과 어떤 프로젝트를 진행하는지 대외비로 지켜왔다. 뷰스컴퍼니는 클라이언트의 계획과 방향에 대한 정보를 존중하고, 대외비를 지키는 부분 또한 철저하다는 것을 미리 고지한다. (론칭 전 비밀리에 프로젝트를 준비하는 일은 정말이지 짜릿하다!)
뷰스컴퍼니가 뷰티 업계에 자리 잡은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닥터자르트와 진행한 5년간의 협업이 가장 큰 기여를 했다고 감히 단언한다.
다들 그렇듯 나 역시 인생을 살아가는 몇 가지 철학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최고가 되려면 최고의 스승을 찾아가서 배워라”라는 말이다.
난 내가 종사하는 업계에서 최고가 되고 싶었다. 그래서 정말 하고 싶은 브랜드를 찾아봤다. 그때 눈에 들어온 게 닥터자르트였다. 한때 ‘Before & After’ 콘텐츠가 흥행하던 시절이 있다. 나 역시 이 마케팅을 애용했다. 그러나 닥터자르트는 달랐다. 소비자에게 긍정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해 브랜딩에 신경 썼고, 자극적인 마케팅을 일체 하지 않았다.
정말이지 10m도 되지 않는 거리였다. 닥터자르트 사무실 문이 마주 보이는 치킨 가게의 2층이 내 선택이었다. 난 새로 이사한 사무실에서 맞은편을 바라보며 굳게 마음먹었다. 2년 안에 저 회사와 계약하겠노라고.
닥터자르트 1층에 네스카페라는 커피숍이 하나 있었는데, 이진욱 대표가 그곳에서 커피 마시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었다. 그때 또 한 번 다짐했다. 꼭 인사드리겠다고. 근데 이게 웬일, 우리 클라이언트 담당자 중 한 분이 닥터자르트로 이직하게 되며 이사 간 지 6개월 만에 닥터자르트와 계약을 체결하게 된 것이다. 믿기지 않았다.
물론 처음부터 큰 계약은 아니었다. 닥터자르트는 당시에도 큰 회사였고, 여러 회사가 함께 코웍하는 형태였다. 하여 우리는 가장 자신 있는 SNS 마케팅 쪽으로 힘을 줬다. 이후 세라마이딘, 시카페어, 필터스페이스 오픈 등 다양한 캠페인을 진행하며 그들과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었다. 물론 여기서 끝은 아니었다.
우리는 그저 함께 일하는 수많은 회사 중 하나일 뿐이기에 이진욱 대표가 나를 알 리 만무했다. 그래서 무작정 커피숍에 찾아가 대표에게 인사했다. 뷰스컴퍼니가 지금 닥터자르트에서 어떤 마케팅을 하고, 어떤 퍼포먼스를 내고 있는지 직접 보여드렸다. 대표님도 그런 내가 신기했나 보다. 한 번은 길에서 우연히 만났는데, 함께 점심 먹자고 먼저 제안하셨다.
그리고 대망의 식사 날, 우리는 다양한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이진욱 대표를 통해 에코마케팅이라는 회사를 처음 접하기도 했는데, 지금 난 그 회사의 어그리게이터 모델을 참고해 뷰스컴퍼니를 발전시키고 있다.
성공한 회사보다 실패한 회사를 분석하는 게 쉽다. 실패의 원인은 명확하지만, 성공의 원인은 복합적인 이유가 존재해 하나로 정리하기 어렵다. 하지만 내가 배운 건 명확하다.
첫째는 뷰티 업계의 에코 시스템이다. 일반 마케팅 회사와 뷰티 전문 마케팅 회사의 차이점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닥터자르트와 올리브영은 2015년 이후 HnB 시장이 급격히 활발해지며 동시 성장했다. 매장 수가 늘어나던 올리브영은 충분히 브랜딩이 가능하며 자리 잡은 브랜드를 찾고 있었고, 닥터자르트 역시 올리브영의 성장을 통해 시너지를 극대화했다. 기획요소와 디자인 아이덴티티, 아이디어도 중요하지만,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플랫폼과 브랜드가 적시 적소에 맞아야 한다는 게 닥터자르트를 통해 배운 점이다. 즉 브랜드 성장의 탭핑 포인트는 플랫폼과의 시너지 그리고 그 생태계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둘째는 유연한 조직이다. 기존의 전통적인 조직과 대기업 구조는 소비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을 방해하고, 그들의 관점을 파악하기 어렵다. 단적인 예로 모 대기업 온라인 사업부와 일하다가 오프라인 매출을 많이 올려 혼난 적이 있다. 그분의 상황과 대기업 구조에 대해 이해를 못 하는 건 아니지만, 마케팅 인큐베이터로서 브랜드의 성장성에 대해서는 나 또한 자신이 없었다. 그러나 자유로운 분위기의 닥터자르트는 달랐다. 그들만의 색깔이 명확했다. 덕분에 올리브영 채널로 유입과 전환을 몰아냈고,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동시다발적인 이슈를 이끌어냈다. 잘 되는 브랜드는 항상 우리와 논쟁을 거친다. 하지만 목표는 어차피 같다. 서로를 설득하며 최상의 해결안을 내려면 유연한 조직은 필수다.
셋째는 계단식 성장이다. 많은 브랜드가 ‘기승전 올리브영’을 꿈꾼다. 하지만 그 꿈에는 전략이 필요한 것은 물론, 작게 시작하는 용기가 수반돼야 한다. 나 역시 닥터자르트 마케팅 대행을 진행할 당시, 작게 작게 테스팅하며 소비자 반응을 조사했다. 마케팅 요인에 따라 여론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분석했고, 긍정/부정/중립으로 카테고리를 나눴다. 브랜드에 대한 여론을 빅데이터화한 것이다. 또한, 엔드매대, 파워팩 구성 등 다양한 실험을 통해 우리만의 공식을 만들 수 있었다. 한 번에 되는 건 아니다. 소비자와의 지속적인 관계 형성 및 올리브영 이슈에 맞는 프로모션 진행 같은 여러 전략이 필요하다.
이 전략 중에는 착시 효과라는 게 있다. 브랜드에 대한 어필보다 남들은 아는데 너만 모르는 콘셉트로 다가가는 게 소비자에게 접근하기 쉽다. 예를 들어 A라는 브랜드가 있을 때 B라는 브랜드와 같이 디스플레이 되고 노출됐을 때 두 브랜드가 동급이라는 착시 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 소비는 감성이다. 가랑비에 서서히 옷이 젖듯이 브랜드 역시 서서히 스며드는 게 중요하다. 그래서 닥터자르트 마케팅을 통해 배운 노하우로 나 ‘박진호’라는 사람을 마케팅하는 부분도 있다. 브랜드도 먹히지만, 사람도 먹히는지 현재도 ing 중이다.
또, 기획을 배웠다. 화장품에서 마케팅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이미지를 만드는 것이다. 소비자는 단순한 걸 좋아한다. 그리고 눈으로 봐야 믿는다. 백날 이야기하는 것보다 이미지 한 컷으로 설득이 되느냐가 관건이다. 닥터자르트는 이미지 한 장당 2000만 원의 거금을 투자해 그 안에 콘셉트와 BI 스토리까지 녹여냈다. 현재 브랜드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진행하는 원물 마케팅의 시초가 아닐까 싶다. ‘병풀추출물 시카’ 하면 닥터자르트, ‘프로폴리스’ 하면 차앤박 등 원물을 이미지화해 직관적인 소비자들의 소비를 일으킨다는 점이 흥미롭다.
그렇게 난 K-뷰티의 황금기를 최고의 회사와 일했고, 그 경험을 통해 뷰스컴퍼니를 4가지 사업부로 나눠 운영하고 있다. 올리브영, 이커머스, 홈쇼핑, DTC 등 생태계에 따라 전략은 확연히 달라진다. 각기 다른 전략을 통해 성공사례를 만들어가고 있는 우리의 이야기는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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