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무도 시키지 않은 올리브영 인사이트를 매달 발행하는 이유
내가 운영하는 뷰티 전문 마케팅 대행사, 뷰스컴퍼니에서는 매달 올리브영 인사이트를 무료로 발행한다. 여기서 올리브영 인사이트라 하면, 올리브영 홈페이지와 매장의 주요 프로모션 및 마케팅 전개사항을 보기 쉽게 정리한 것을 말한다.
사실 말이 쉬워서 그렇지, 품이 꽤 많이 든다. 뷰스의 전 직원이 매월 초 직접 올리브영 본점에 방문해 제품을 실제로 구매하고, 사진을 찍고, 내용을 기록하는 번거로운 작업이다. 근데 이 번거로운 일을 3년째 하고 있다. 아무도 시키지 않았는데 실비까지 태워가며 만든다. 한 달에 100만 원, 1년이면 1,000만 원 이상의 금액이니 누군가는 바보 같은 짓이라며 비웃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아무리 바보 같은 일이라도 꾸준히만 하면 누군가는 알아주나 보다. 매달 500명이 넘는 업계 사람들이 우리 자료를 받아간다. 게다가 본인이 다니는 회사 내부에 공유하는 것을 넘어, 모 브랜드사 서버에는 아예 ‘뷰스컴퍼니 올리브영 인사이트’ 폴더가 생성돼 자료로 활용하고 있다. 올리브영 직원들도 주시하고 있을 정도이니 이만하면 꽤 가치 있는 행위임이 틀림없다.
난 역사의 반복을 믿는다. 100여 년 전에 쓰인 <데일 카네기 인간관계론>은 여전히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이고, 인간 본연의 모습은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환경은 변화한다. 변화하는 세상에 적응하기 위해 인간은 끊임없이 생존전략을 연구해야 한다. 그리고 그 전략은 과거에서 찾을 수 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했나. 앞으로 변화할 흐름을 예상하기 위해서는 역사를 공부해야 하고, 이건 뷰티도 마찬가지다.
현재 우리나라는 세계 경제력 10위의 강국이다. 배우 이정재와 모델 정호연이 출연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대히트를 치고, BTS가 글로벌 아이돌로 종횡무진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런데 K-뷰티는? 오히려 ‘K’라는 틀에 갇혀 글로벌 활성화를 방해하고 있는 게 아닐까? 실제로 해외 유명 리서치 회사들의 자료만 봐도 대한민국의 뷰티를 정확하고 트렌디하게 분석한 내용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 세계적으로 관심은 두고 있지만, 연구와 역사가 부족한 것이 현주소라는 뜻이다.
뷰스컴퍼니는 10여 년이 넘는 시간 동안 K-뷰티의 흥망성쇄를 지켜보고 몸소 체험했다. 뷰티 인사이트 기록이 가능한 이유다.
한때 대한민국의 뷰티 산업은 로드숍 전성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명동, 이대, 홍대 거리를 빽빽이 수놓은 로드숍 앞에는 각 브랜드 모델들의 등신대가 세워져 있고, 샘플이 담긴 바구니를 받아들고 매장에 들어가는 것이 물 마시듯 자연스러웠다.
그런데 어느 순간 로드숍은 사라지고, 낯선 이름의 편집숍이 빈자리를 채우기 시작했다. 올리브영, 롭스, 랄라블라(구 왓슨스) 등 브랜드도 다양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오래 가지 못했다. 뷰티 시장 불황과 코로나19로 인한 디지털전환에 적응하지 못한 편집숍들이 차례로 사업 철수 및 축소에 돌입했고, 사실상 올리브영과 쿠팡의 양강체제로 들어섰다.
올리브영은 더이상 세일즈 공간이 아니다. 옴니채널로서 문화 전반에 걸쳐 끊임없이 시도한다. 뷰티 트렌드를 리드하는 ‘뷰티 공룡 플랫폼’으로 완벽히 자리매김한 것이다.
일련의 예를 들어보자. 2020년 6월, 올리브영은 ‘클린 뷰티’라는 새로운 키워드를 발표했다. 이에 다른 플랫폼들도 비슷한 콘셉트의 기획전을 내기 시작했다. 11번가의 클린뷰티존과 더현대의 클린뷰티관이 그렇다. 그렇게 클린 뷰티는 올리브영에 의해 시대를 관통하는 트렌드가 됐다.
소비자 트렌드를 분석하고 그들의 행동을 관찰하는 것은 마케팅에 있어 가장 기본이 되는 단계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나라의 로컬 특성상 기업의 지배 구조 아래 진행된다. 기업이 돈을 쓰면, 그 결과를 소비자가 판단하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두 가지를 모두 염두해야 한다. 첫 번째는 올리브영의 뷰티 트렌드 흐름이고, 두 번째는 소비자의 반응 및 재구매 여부다.
그래서 우리는 기록한다. 매월 트렌드가 어떻게 흘러가고, 어떤 부분이 잘 되고 있는지 빠짐없이 인사이트로 남겨 놓는다. 현시점에서 이러한 기록물을 남기는 회사는 우리 뷰스컴퍼니가 유일한 것으로 알고 있다.
냉정하게 봤을 때 지금껏 발행한 인사이트는 단순히 ‘기록한다’에 가까운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젠 기록을 넘어 예측과 해석, 공유로 확장시키고자 한다. 올해 3월, 회사에 PR팀을 새롭게 꾸리고 인재를 채용한 것도 이를 위함이다. 혼자서는 할 수 없다. 내가 가진 전문성과 그간 축적해놓은 인사이트를 다방면으로 해석할 수 있는 안경이 필요하다.
앞으로 브런치를 통해 내가 아는 모든 내용을 공유할 계획이다. 이곳에서 뷰티 업계가 나아가야 할 비전에 대해 많은 사람과 끊임없이 고민하고 소통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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