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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빵 Aug 28. 2023

토지의 특성, 땅이 특별해지는 5가지 비결

땅, 불, 바람, 물, 마음



정국이와 삼촌은 명동으로 나들이를 나왔다. 정국이의 첫 명동 방문이다.

     


구경거리가 넘쳐나는 명동 거리를 열심히 두리번거리던 정국이는 탕후루 가게 앞에서 급히 발길을 멈춘다. 흡사 신발에 끈끈이라도 붙은 것 같다. 반짝이는 설탕으로 코팅된 과일이 먹음직 스럽다. 한여름에 딸기는 어디서 구했나 모르겠다. 고개를 둘러보니 가지각색의 간식들을 파는 노점들마다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다.


“그래, 맛있는 간식을 먹어야 기억도 추억이 되는 법이지. 우리도 줄 서볼까?”     


“좋아요!!”

정국이가 먹는 제안을 마다할 리 없다.      


사장님의 노련한 손목 스킬 덕분인지 줄은 생각보다 빠르게 줄어든다. 탕후루를 받아든 정국이의 눈이 반짝거린다.     


“정국아, 우리가 지금 어디에 서 있지?"

삼촌이 뜬금없는 질문을 한다.     


“무슨 말이세요? 인파로 북적이는 명동 길거리에 있지요.”

정국이는 뭘 그런 걸 묻느냐는 듯 탕후루를 바삭 깨물며 대답한다.      


“그래 맞아. 조금 생뚱맞은 질문이었지? 그래도 다 물어본 이유가 있어. 알다시피 우리가 부동산 공부를 하고 있잖아. 그러려면 무엇보다 땅, 즉 토지에 대해 제대로 알아야 해. 부동산 공부의 근간이 바로 토지라고 볼 수 있거든.”     


“근간?”     


“부동산의 바탕, 토대라는 의미지. 정국이 한자 좀 아니? ‘부동산(不動産)’은 ‘움직이지 않는다’는 뜻의 ‘부동(不動)’에 재산을 의미하는 ‘산(産)’자의 결합으로 이뤄져 있어. ‘움직일 수 없는 재산’이라고 이해할 수 있겠지? 만약에 건물에 바퀴가 달려서 이리저리 움직일 수 있다면 부동산이라는 뜻에 어긋나지 않겠니?”     


“움직이는 건물이 될 테니, 부동산이라기보다는 ‘부’ 자를 뺀 ‘동산’으로 봐야겠네요. 잠깐! 움직이는 집은 캠핑카 아닌가요?”     


“하하. 그러네. 결론적으로 토지뿐 아니라 건물까지 부동산으로 분류되는 이유는 건물이 움직이지 않는 토지 위에 지어졌기 때문이야. 고로 토지가 부동산의 기본이자 근간이라는 말이지.”     


“아, 그렇군요.”

정국이가 무미건조하게 대답한다. 탕후루는 언제 다 먹었는지 꼬챙이만 쪽쪽 빨고 있다.

     

삼촌은 정국이가 집중을 잃을세라 쉼 없이 말을 이어 붙인다.      

“흥미가 막 뿜뿜 솟아오르지? 자, 내 탕후루도 마저 줄 테니 잘 들어봐. 삼촌은 치아가 약해서 먹기 겁난다. 너도 살살 깨물어 먹어.”


“우오오, 삼촌 쵝오!”

새것과 다름없는 탕후루를 넙죽 건네받은 정국이가 공짜 탕후루 값어치는 하겠다는 듯 진지한 표정으로 눈을 부릅뜬다. 상도는 아는 신세대다.     


“이 토지에는 5가지 고유한 특성이 있어. 토지의 특성 첫 번째! 토지의 부동성(不動性). 토지는 움직이지 않는다!”     


“움직이지 않는다!”     


“복창까지? 애티튜드 좋고~! 자, 퀴즈~ 지금 우리가 딛고 서 있는 이 땅이 내일은 저~어기 다른 어딘가로 이동하면 어떨까?”     


“대륙이동설! 빠르게 움직이면 꽤 스릴 있겠는데요.”

정국이의 엉뚱한 대답에 삼촌이 한숨을 푹 쉰다.     


“땅이 여기저기로 옮겨 다니면 누가 건물을 짓고 투자를 하겠니? 여기 명동을 예로 들어볼까? 대한민국 상권의 중심인만큼 항상 북적북적하지? 백화점도 있고 각종 브랜드의 플래그십스토어도 몰려있고 전국에서 가장 유명한 칼국수 집도 있고 말야. 그런데 만약 명동 땅이 저 멀리 무인도랑 밤사이 자리를 바꿔버리면 백화점은 어떻게 될까?"     


“뭐. 손님은 없고 물개랑 갈매기들이 똥만 싸고 갈 테니 망하는 건 시간문제겠어요.”     


“그렇지! 다행히 토지는 부동성이란 특징이 있어서 그런 걱정은 안 해도 좋아. 부동성 덕분에 우리는 지도 앱이나 내비게이션을 요긴하게 활용할 수 있는 거고, 외출을 해도 항상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우리 집을 무사히 찾아 돌아갈 수 있는 거지.”     


“부동성이 없으면 정말 난리가 나겠어요. 부동성 접수 완료! 두 번째 특징은 뭔가요?”     


“토지의 두 번째 특성은 부증성(不增性)이야. 늘어나지 않는다는 말이지.”     


“늘어나지 않는다. 움… 근데 바다를 메우는 간척 사업을 통해 땅이 늘어나는 경우도 있지 않나요?”     


“좋은 지적이야. 그런데 간척지의 경우는 갯벌이었던 토지를 작물 경작이나 택지 공급 등으로 사용하게 되는 일종의 ‘용도 전환’으로 파악해야 해. 이런 측면에서 간척지도 부증성이 적용되고 있다고 봐야겠지.”     


“바다 밑에도 땅은 있지만 그게 물에 잠겨 사람이 사용하기는 어려운 상태일 뿐이란 뜻인 거군요. 꽃게랑 불가사리처럼 물속에서 걸어 다닐 수 있는 동물들에게는 이미 땅바닥의 역할도 하는 셈이고요.”  

   

“지구가 더 커지지 않는 한은 지구의 표면적도 더 늘어날 수 없다고 말하면 조금 이해가 쉽겠지?”     


“아항! 접수!”     


“세 번째 특성은 영속성(永續性)이야. 땅은 낡지 않는다는 의미야. 당연한 말이지만 모든 재화는 시간이 흐르고 사용할수록 낡는단다. 건물도 마찬가지야. 이 사진 좀 볼래? 1926년에 지어진 서울 시청 본관과 2011년에 지어진 신관이 나란히 서 있지?”     



1926년에 지어진 서울시청 본관(앞 건물)과 2011년 준공된 신관


서울시청 본관(좌)과 신관(우)



“그렇네요. 유리로 된 뒤 건물이 새 거라는 건 누구라도 쉽게 알겠어요.”     


“그런데 건물 말고 저 두 건물이 지어진 땅은 어떨까? 어느 쪽 땅이 더 낡았는지 구분할 수 있겠니?”

삼촌의 질문에 정국이는 사진의 땅바닥 부분을 뚫어져라 노려본다.


“땅만 봐서는 구분이 어렵겠는데요. ‘땅이 낡았다’란 표현 자체가 어색해요.”    


“그래. 네 학용품이나 자동차같은 재화는 물론이고 아파트나 공장 같은 건물도 시간이 흐름에 따라 낡지. 수명이 있어물론 그 수명은 다 달라. 칫솔의 수명은 한두 달에 불과하고, 자동차는 10~20년, 건물은 관리 상태에 따라 짧으면 30년에서 길면 100년 이상도 충분히 사용할 수 있지. 반면 ‘땅’은 지구 자체에 근본적인 변화가 오지 않는 한은 낡지 않아. 왜 땅이 다른 재화보다 특별한 지 감이 오니?”           


뉴욕의 상징인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1931년에 지어진 건물로 100살이 다 되어간다. / 픽사베이




“불로초를 먹은 것도 아닌데 낡지 않는다니! 그래서 땅! 불! 바람! 물! 마음! 이런 주문도 있는 거군요. 다 영원한 것들이잖아요. 심지어 제일 먼저 불리잖아요!”

정국이가 새삼 놀란 듯 소리친다.


“넷째 특성은 개별성(個別性)이야. 말 그대로 모든 땅은 다 다르다는 뜻이지. 개별성은 앞에서 얘기한 부동성에서 비롯된다고 이해할 수 있어. 부동성이란 특성으로 기인해 이동할 수 없으니 같은 장소에 두 땅이 존재할 수는 없겠지? 거기서부터 이미 두 땅은 다른 땅인 셈이야. 일란성 쌍둥이라도 각자가 다른 사람인 것처럼 말이야.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모든 땅은 흙이나 돌멩이의 구성 성분도 다를 거고 땅의 높이도 다를 거야. 위도와 경도가 다르니 땅이 위치한 곳의 기후도 다를 거고, 그에 따라 내리는 비나 눈의 양도 달라지니 땅의 촉촉함도 다를 거야."

고개를 끄덕거리는 정국의 눈이 반짝거린다.     


“어느덧 마지막이야. 마지막 다섯째는 인접성(隣接性)이야. 연접성이라고도 하는데, 우리 눈앞의 대지는 토지와 토지들 간 연결이라고 볼 수 있어. 그래서 내 땅은 옆 땅의 영향을 받게 되고, 옆 땅도 내 땅의 영향을 받게 돼. 일례로 옆 땅의 가격이 오르면 내 땅 가격도 덩달아 오를 확률이 높겠지?"


"'강남4구'란 표현이나 '거의 서울' 등의 표현도 토지의 인접성과 관련이 있겠어요.” 


"딱 맞아. 더불어 이 ‘연결’이라는 특성 때문에 어디까지가 내 땅이고 어디서부터가 남의 땅인지가 꽤 중요한 문제가 된단다. 고로, 토지의 정확한 경계를 측정하는 ‘측량 업무’도 이 인접성이라는 특성에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어.”


“그럼 저 두 건물 사이의 담장도 토지의 인접성에서 비롯한 걸로 볼 수 있겠네요!  


“그렇지! 정국이 진짜 똑똑하네!”

삼촌이 정국이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땅은 수많은 경계로 연결되어 있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 일대의 지적편집도 / 스마트서울맵




“위 5가지 특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에 토지의 희소성과 특수성이 발현된다고 보면 돼.”     


“희소성이라면 다이아몬드나 금, 한정판 운동화처럼 귀하다는 뜻인가요?”     


“맞아. 귀하지. 특히나 부동성과 부증성은 토지의 가치를 만드는 주요한 특성이야. 비행기나 고속철도 등 빠른 속도의 이동 수단과 토목 기술의 발달이 어느 정도 부동성을 극복하는 데 일조하긴 했지만 한계는 분명히 있어.”     


“순간이동 능력이 필요하겠네요.”

정국이가 혼잣말로 중얼거린다. 삼촌은 못 들은 척 설명을 이어간다.     


“이렇듯 땅은 움직이지 않고 사람의 이동속도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많은 이들이 모이기 좋고 여러 가지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장소가 필연적으로 생기게 되는 거란다. 여기 명동처럼 말이야. ”     


“그렇네요. 전철을 타고 4호선 명동역과 2호선 을지로입구역을 이용하기도 좋고, 서울 곳곳과 경기 지역을 잇는 수십 개의 광역버스 노선도 명동을 경유하니 여기저기 흩어져 사는 친구들이 약속 잡기 좋은 곳 같아요.”     


“그렇지. 기능적으로도 많은 역할을 하는 곳이야. 쇼핑도 하고, 영화도 보고, 외식도 원스톱으로 할 수 있지. 일자리도 많은 곳이라 평일 낮에는 정장을 빼입은 직장인들로 북적인단다.”     


“외국인 관광객도 많고요.”     


“맞아. 이렇듯 사람들이 많이 모여드는데 땅은 늘어날 수 없으니 어떻게 되겠니?”     


“건물이 빽빽하고 높게 지어지지 않겠어요? 땅값도 비쌀 것 같아요.”      


“빙고. 부증성 때문에 땅은 늘어날 수 없지. 그래서 여러 층의 건물을 지어 바닥면적을 늘림으로써 땅의 물리적 특성을 극복하는 거야. 땅을 요긴하게 사용하는 셈이지. 활용도가 높은 만큼 땅의 가격이 비싼 것도 맞아. 말이 나온 김에 대한민국에서 가장 비싼 땅을 알아볼까? 어디~~ 보자~~ 가만있어봐라~”

삼촌이 스마트폰으로 검색을 시작한다.     


“역시! 가장 비싼 땅은 바로 이 동네, 명동에 있어. 주소가… ‘중구 명동8길 52’라고 나오네.”     


"얼마나 비싼가요? 막 천만 원도 넘는 거 아니에요?"      


"놀라지 마시라!! 공시 가격(정부가 조사·산정해 공시하는 가격으로, 토지 지가산정 등 부동산 가격의 지표가 되는 가격. 통상 실제 거래 가격의 60~70% 수준이다.)이 2022년 기준 m²당 무려 1.74억에 달한단다. 실제 거래 가격은 이보다 훨씬 더 높을 거야.”

가격을 들은 정국이의 입이 쩍 벌어진다.     


“말 나온 김에 우리 제일 비싼 땅 한 번 찾아가 볼까? 여기서 아주 가까워.”

가격에 놀란 정국이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고, 한참을 앞서 걷던 삼촌이 어떤 가게 앞에 멈춰 선다.         



“바로 여기란다. 2004년부터 가장 비싼 땅이 되어 지금까지 그 지위를 유지하고 있대. 뭐 겉보기엔 평범하지? 나도 처음 왔을 때는 가장 비싼 땅이라고 해서 황금 건물이라도 지어져 있을 줄 알았어.”

삼촌이 말을 마치고 정국이를 보니 두 손을 모으고 소원을 빌고 있다.     


“가장 비싼 땅이라고 해서 소원 비는 거야? 너도 참 너다! 근데 무슨 소원 빌었어?”     


“소원이 비밀인건 국롤이라구요.”     


“어련하시겠어요. 이제 우리 서울시청 쪽으로 이동해볼까? 여기서 멀지 않으니 걸어갈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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